예산을 초과하지 않고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버블이들
이탈리아 프로세코(Prosecco)
프로세코는 이탈리아 베니스 북쪽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토착 품종인 글레라 (85% 이상 사용)로 만들어지며, 백도, 레몬 및 크리미한 바닐라 아로마가 특징이에요. 탄산의 강도에 따라 스푸만테와 프리잔테로 구분하는데, 스푸만테는 발포가 더 강한 것이고, 프리잔테는 발포가 더 약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접하시는 프로세코는 프로세코 스푸만테라고 보면 되어요.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것이 샴페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그만큼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어 합리적이고 괜찮은 품질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샴페인에 비하면 프로세코는 입안에서 가벼운 거품이 톡 쏘는 느낌이며, 상대적으로 덜 지속하는 경향이 있어요. 보통 맥주보다는 거품이 더 오래가고, 샴페인보다는 훨씬 빨리 꺼지는 편입니다. 프로세코는 합리적인 가격대가 큰 장점으로, 칵테일로도 많이 믹스하여 사용합니다. 아마 영화에서 스프리츠라고 하는 오렌지색 칵테일을 많이 보셨을 건데요, 그 칵테일에 믹스되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10월에 가장 많이 마신다고 하네요. 이 프로세코에도 고급 라인이 있는데요, 코네글리아노 발도비아데네(Conegliano Valdobbiadene) 나 아솔로 프로세코(Asolo Prosecco)라는 단어 뒤에 DOCG가 붙어 있으면 더 상위 등급입니다.
스파클링 와인 잔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죠. 프로세코의 전용 잔은 보통 아래 사진처럼 튤립 모양이에요. 이 모양이 아로마를 더 오래 간직해주기 때문이라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프로세코의 버블이 더 오래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저는 플뤼트라고 하는 샴페인 잔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더 오래된 프로세코를 마실 때, 저 튤립이 더 넓은 잔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스페인 스파클링인 까바나 프랑스 샴페인도 오래된 빈티지의 경우에는 wide tulip glass를 사용합니다. 이 잔이 비스킷이나 브리오슈 등의 아로마를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프로세코의 당도는 세 가지로 나뉩니다. Brut은 가장 달지 않은 프로세코로, 잔 당 0.5g 정도의 당도가 있습니다. 그다음이 Extra-dry로, 당도는 0.5g에서 1g 사이이며, 가장 단 것이 Dry로, 잔 당 1g 정도의 당도가 측정됩니다. 이게 너무 어렵다, 무슨 말이냐, 하나도 모르겠다 싶은 분께는 extra-dry를 추천할게요.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가장 적당하며, 개인적으로 과실 향도 더 잘 느껴지는 거 같아요.
일반적으로 가장 궁금해하시는 페어링을 말해볼까요. 프로세코는 보통 식전주로 많이 마십니다. 프로세코 특유의 신맛과 은은한 과일 향은 매콤한 소스가 있는 동남아 요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단짠맵이 반복되는 태국 요리와 궁합이 좋았습니다. 크리미한 소스나 커리 소스의 해산물 하고도 매치가 좋아요. 스테이크 등의 육고기보다는 프로슈토 등의 생햄과 잘 어울립니다. 포카치아 빵을 베이스로 한 샌드위치, 프랑스 키쉬, 향이 강하지 않은 치즈,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초밥, 새우가 들어간 딤섬 등이 떠오르네요. 디저트의 경우에는 스폰지 케이크나 가벼운 무스 케이크, 마카롱 및 아이스크림 등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탈리아 와인 테이스팅을 갔을 때 만난 생산자는 치즈 팝콘 하고도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보통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 하면 프로세코를 떠올리지만, 람브루스코(Lambrusco)라는 와인도 있습니다. 람브루스코 스파클링은 보통 프리잔테예요. 람브루스코는 로마 시절부터 와인을 빚어온 에밀리아로마냐 및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발효가 아직 덜 된 람브루스코 와인을 위 사진처럼 암포라에 담아두면, 서늘한 암포라 안에서 천천히 발효가 시작되지요. 그러다가 필요할 때 마실 만큼만 덜어서 조금 따뜻한 곳에 옮겨 두면 재발효가 일어나거든요. 로마인들은 이렇게 살짝 거품이 있는 세미 스파클링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즐겼대요. 그래서 지금도 람브루스코는 약간 달고, 탄산이 약하게 들어 있는 스타일로 만들어져요. 옛날 방식으로 발효를 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세코처럼 탱크에서 발효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탱크 발효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점이 프로세코와 큰 차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당도를 나누는 기준은 프로세코와 달리, 세코(Seco), 아마빌레(amabile), 돌체(dolce)입니다. 드라이 – 오프 드라이 – 스위트 순이예요.
람브루스코는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 살라미나 프로슈토 등 cold meat하고 잘 어울립니다. 이탈리아 소시지, 피자나 파스타와의 궁합은 두말할 것도 없죠. 그리고 바비큐를 먹을 때 곁들이기에도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오리 콩피와 참 조합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약간 달콤하고 베리류 향이 나기 때문에 복숭아나 자두와도 잘 어울려요.
마셔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프로세코는, 리온도의 프로세코 스파고 네로입니다. Spago Nero는 '검은 실'이라는 뜻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프로세코를 생산할 때 와인 마개에 검은 실을 감았던 데서 따온 이름이에요. 100% 글레라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아주 과하지 않은 버블과 사과, 서양 배, 흰 꽃 등의 아로마가 코끝에서 감도는 상큼한 와인입니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아주 많은 프로세코로, 한국에도 진출한 것으로 아는데 가격 정보는 제가 모르겠네요.
가장 맛있게 마셨던 람브루스코는, 안토니오 마치에리에서 생산한 람브루스코 프리잔테 돌체입니다. 람브루스코 살라미노 50%와 람브루스코 그라스파로사 품종이 50% 들어간 와인으로, 여름에 가볍고 산뜻하게 마시기 좋아요. 라즈베리, 체리, 까치밥나무, 블랙베리 등의 아로마가 기분 좋고, 돌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너무 달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디서든 발견하신다면 꼭 드셔 보시길!
모스카토 다스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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