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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몫 May 08. 2019

핑크빛 아름다움, 로제 와인

 로제 와인으로 유명한 프로방스 와인 생산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마시는 로제 와인은 사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절에 마시던 레드와 가장 흡사하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즙을 바로 짜내지 않고 껍질을 더 오래 두어 색이 진하고 탄닌이 강한 와인을 만들면 너무 쓰고 맛이 없어서, 하룻밤 정도만 담가두어 빨간색보다는 분홍색에 가까운,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을 마시는 경향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로제 와인을 만들 때 따벨(Tavel) 지역에서는 마치 레드와인을 만드는 것처럼 시작해서 껍질과 즙을 조금 더 일찍 분리하는 것으로 짙은 (Saignée 방식) 색상을 내죠. 아마 와인코너에 가서 로제를 보시면 다른 로제보다 짙은 색상을 내는 게 따벨 쪽 와인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비교적 정말 투명한 핑크에 가까운 로제 색상의 와인들이 으레 프로방스 로제 와인이죠. 옛날 레드를 만들던 방식으로 만드는 데도 불구하고, 로제는 화이트나 레드에 비해서 꽤 오랫동안 비교적 질이나 급이 낮은 것으로 취급되었어요. 같은 포도라면 비교적 상태가 좋은 것을 레드용으로 쓰고, 로제 와인에 쓰는 포도는 품질이 조금 열악해도 무관하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로제로 특화된 아뻴라시옹이 아닌 경우, 그냥 구색을 맞추고자 화이트/레드/로제를 생산하는 곳에서는, 특정 해에 수확률이 좋지 않았거나 하는 경우에는 로제를 덜 생산하기도 합니다. 같은 포도라면 최대한 레드를 만들어야 더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흔히 로제는 화이트와 레드를 섞은 것이 아니냐,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요. 프랑스에서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요. (샴페인 지방 제외) 그래서 레드 와인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지는 게 로제 와인입니다. 침용 기간이 레드보다는 짧아서 옅은 핑크 내지는 옅은 레드 색상을 내는 것이고요. 짧게는 2시간에서 으레 48시간을 넘기지 않습니다. 직접 압착을 하고 껍질을 빨리 제거하면 옅은 핑크색, Saignée(세녜) 방식처럼 레드와인을 만들듯 시작하다가 껍질 및 응고된 포도즙을 조금 더 빨리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옅은 레드색을 띠게 되는데 따벨(Tavel) 지역 와인이 이 경우입니다. 


 옅은 핑크색의 로제들은 딸기/산딸기 등 열대과일향이 풍부하여 식사에도 잘 어울리지만 식전주에 더 잘 어울리고요. 따벨 지역 와인은 포도껍질을 조금 더 오래 침용 시켰던 특성상 풍미가 남다르고 더 풍성하여 식전주로도 좋지만 식사 자체에 곁들여도 훌륭합니다. 마리아쥬를 고려할 때 전반적으로 로제는 바비큐랑도 잘 어울리고, 매운 음식하고의 궁합이 좋아서, 한국음식 하고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어요. 개인적으로 로제 와인과 음식의 최상의 마리아쥬는 단짠맵이 이어지는 태국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름에 판매량이 월등히 높은 만큼 여름철에 먹는 가벼운 샐러드나 생선구이랑도 궁합이 좋고요. 


짙은 색 로제로 유명한 따벨 지역은 샤토너프 뒤 빠쁘하고도 역사적으로 얽혀있는데요. 교황을 아비뇽에 오게 한 필리프 4세가 따벨 지역의 로제를 맛보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헤밍웨이나 발작 등 작가들도 사랑한 로제 와인이었고요. AOC로 등록된 건 샤토너프와 마찬가지로 1936년인데, 이때 와인 생산자들끼리 회동을 가져 "너희가 레드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도 로제를 만들지 않겠다."라고 하여 따벨 지역은 로제 하나만, 샤토너프 뒤 빠쁘는 레드와 화이트만 만들기로 합의를 본 것이지요. 하지만 나는 샤토너프에 도멘이 있는데 로제도 만들고 싶다, 하는 생산자들은 불과 10km 떨어진 Tavel 지역에 도멘을 하나 더 내어 로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곳 모두에 생산지를 둔 와인 메이커들이 꽤 있지요


추천 와인을 덧붙이는 건 사실 조심스러웠는데, 개인 취향임을 고려해주세요. 따벨의 로제 와인: 샤토 드 마니시, 유기농 로제고요 https://www.chateau-de-manissy.com/ 

역시 따벨, 도멘 드 라 모도레 http://www.domaine-mordoree.com/portfolio-posts/tavel-2/ …


샤또 호마상 반돌, http://www.domaines-ott.com/fr/les-vins/chateau-romassan-rose …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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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andreakimgu1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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