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는 지금까지의 생활 습관이 나타나는 시기라더니
1988년에 태어난 나는 아직도 내 나이를 세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한국과 일본을 오고 가다 보니 많을 때에는 나이를 세 번이나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기에 나는 아직 30대가 아니야, 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우스갯소리처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이 되면서, 나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30대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몸 이곳저곳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으레 30대부터는 이제껏 살아온 생활습관으로 인한 보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예전에도 썼듯 나는 20대 초반까지 130kg가 넘는 거구였고, 게임을 통해 40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했다. 한때 120kg 가까이 돌아갔던 몸무게는 다시금 운동에 매진하게 되면서 90kg 중반 언저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무거운 나의 몸을 지탱해오던 척추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박사 과정, 그것도 인문(언어) 학을 전공하다 보니 연구실에 앉아 가만히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화장실이나 도서관을 갈 때 빼고는 거의 일어서질 않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어나는 순간 생각의 흐름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을 두려워하여 자꾸만 일어나기를 미루었다. 그러다 보니 네 시간 동안 말도 한마디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던 적이 몇 있었다. 이것들이 쌓이고 쌓였던 것일까. 결국 지난 금요일, 허리에 이상 신호가 찾아왔다.
발병 과정이 정말 뜬금없다. 일본 메이지 시대, 즉 1800년대 후반 신문 자료를 찾아본다고 도서관에 두 시간가량 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히고 곧바로 연구실에 와서 자리에 앉았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생각에 화장실을 다녀와서 앉는 순간, 왼쪽 골반과 허리에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등골이 오싹? 차가운 무언가를 등골에 댄 듯 몸이 움찔거렸다. 별거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왼쪽 허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더라. 묵직한 고통이 지속되다 보니 집중도 안 되고, 결국 짐을 싸서 바로 집으로 왔다.
일단 바닥에 앉아 드러누웠으나 일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힘이 들어가질 않으니 자꾸만 바닥에 고꾸라졌고, 그나마 힘이 들어가는 오른쪽으로 겨우겨우 일어섰다. 일어 서보니 이제 허리를 굽힐 수가 없더라. 허리를 굽히면 왼쪽 골반과 꼬리뼈 부근에 얼음으로 망치질을 하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스트레칭을 하면 되겠지, 란 생각에 스트레칭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결국 이 고통은 일요일까지 이어졌다.
애석하게도 주말에는 병원이 거의 열지 않았고, 월요일 아침에도 쭉 아프면 병원을 가자... 란 생각을 했지만, 월요일 아침, 즉 오늘 아침은 정말이지 말끔... 하게는 아니더라도 90% 정도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허리를 굽힐 수도 있었고, 왼쪽 골반 통증이 사라져 힘을 어느 정도 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꼬리뼈 부근이 뻐근하긴 했지만, 지난 금요일 토요일에 비하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후 진료가 4시부터이니 바로 달려갈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디스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줄곧 머리에 맴돌았다.
디스크는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병이라 생각했건만, 결국 나에게도 찾아오고 말았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했지만, 사실 절박감이 없었다. 에이, 허리 괜찮은데, 에이 몸 괜찮은데 이 정도만 해도 괜찮겠지, 라는, 일종의 안일함이 이 사태를 더 키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니 내 몸에 너무나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설령 디스크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허리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은 저명한 사실이므로, 앞으로는 코어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늘 바른 자세로 앉고 걸으며, 무엇보다 살이 찌지 않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디스크가 아니고 내가 건강에 경각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지만 글쎄... 아직도 꼬리뼈와 허리 부근이 묵직한데, 노골적으로 <야, 디스크 빠져나왔어>라고 몸이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아니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낙관적인 예측이 아닐까 싶다.
당해보지 않으면, 잃어보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걸 이제껏 수차례 배워왔건만, 나는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허리에 이상신호가 온 이상 이미 늦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조금만 더 몸에 신경을 기울여야지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글을 쓰고 연구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사고를 이야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나에게 허리 통증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오지 않아도 됐는데, 하는 야속함이 들기도 한다. 그런 고로, 2020년 새해 목표에는 코어 운동 중심, 꾸준한 스트레칭이 추가되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연구를 하기 위해서, 나는 이 글을 올리고 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열심히 펴주고 흔들어주며 쭉쭉 늘려준다. 그 고통을 두 번 다시 맛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