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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테일 Jun 15. 2021

AZ 1차 접종을 마쳤다

  거의 보름 가까이 지났고, 요즘 내 나이 또래는 전부 <얀센>을 맞고 있기에, <아스트라제네카> 후기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종의 <기록> 용도로 써 두고자 한다. 몇 년 후, 이걸 보면 "그래, 이럴 때가 있었지..." 하며 웃음 지을 수 있겠지.


5월 27일

  <잔여 백신> 예약 제도가 처음 시행되던 날. 오후 1시 즈음에 시험 삼아 눌렀던 잔여 백신이 덜컥 신청되어버렸다. 그전부터 유선으로 여러 병원에 예약을 걸어두긴 했지만 거의 2주가 넘도록 연락이 없었던 터라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덜컥 되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곧바로 논문 작업을 정리하고 병원으로 걸어갔다. 하필 날이 꽤 습한 날이라, 15분 정도 걸었는데도 땀이 났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아주 작은 동네병원이었던 터라 간호사 두 분이 어쩔 줄을 몰라하시더라. 의사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말을 듣고, 주사 맞는 데에는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아프다는 말을 많이 봐서 긴장했건만, 주사를 맞았는지도 자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굳이 따지면, 0.3mm 샤프심으로 피부를 살짝 찌르는 느낌? 15분 동안 병원에 앉아있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참고로 내 평균 체온은 36.2도이더라.


14:30 - 접종 완료. 그냥 하염없이 더웠다

15:30 - 간단히 씻고 자리에 앉아서 게임을 즐겼다. 아무렇지도 않다

18:00 - 약간 나른해진다. 하지만 버틸만하다. 체력 보충을 핑계[?]로 치킨을 시켜먹는다

23:00 - 주사 맞은 팔과 허리가 미칠 듯이 아팠다. 아프다기보단, 납을 매단 것 같은 느낌이다. 침대에 누우면 허리가 침대와 달라붙어있는 것처럼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5월 28일

06:00 - 결국 몸이 영 꽉 막힌 느낌이 들어 잠이 들지 못하고 밤을 꼬박 새웠다. 열은 나지 않았다

07:00 - 몸상태가 안 좋아질 듯한 신호가 오더니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벌벌 떨렸다. 재빨리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열을 재자 37.1도. 5분 뒤에 다시 재자 37.6도까지 올라갔다.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10:00 - 오한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약간의 두통과 어제와는 비교가 안 되는 나른함과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11:00 - 체온은 36.8도. 수업 발표 준비를 마저 하기 위해 나가서 커피를 사 오고 약국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사 왔다. 당연하지만 결과는 음성. 아침밥을 먹고, 수업 준비를 한다

13:00 - 몸이 또 안 좋아질 징조가 느껴져 곧바로 침대에 눕는다. 열이 다시 37.2도. 약간의 오한과 두통이 찾아온다. 허리가 또 아파온다. 다시 잠이 들었다

15:00 - 오한이 사라지고 도리어 더워진다. 체온은 36.7도

17:00 - 몸살 초기의 몽롱함과 나른함이 온몸을 지배한다. 열은 확실히 떨어졌는데, 몸에 납을 매달아 둔 듯하다

20:00 - 나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거늘, 저녁을 먹으면서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농담이 아니라 땀이 뚝뚝 떨어져 옷과 바닥을 적실 정도였다. 웃긴 건 나는 땀이 났다고 자각하지 못했다 (옷이 젖어서 깨달았다)


5월 29일

10:00 - 굉장히 푹 잤다. 나른함도 두통도 없어졌지만, 주사 맞은 부위가 미칠 듯이 아파왔다. 잠을 자다가 왼쪽으로 뒤척거리면 아파서 눈을 확 뜰 정도였다. 한껏 부은 종기를 만지는 듯한 느낌이다. 그 이후로는 몸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다. 팔 통증은 주사 맞은 후 일주일 정도 가더라


  접종 후 18시간 후, 그러니까 이틀 째가 컨디션이 가장 안 좋았다. 당일에 너무 안 아프길래 친구에게 말했더니 '대학원생이라 불쌍해서 안 아프게 해주나 보다'라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대학원생 자학 개그는 대학원생만의 특권이다(?)). 그런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틀째 심하게 앓고, 또 웃기게도 싹 나았다.

  열이 몇 번이고 오르내리고, 추워졌다 더워졌다를 반복하다 보니 몸이 심하게 지친 것이 느껴졌다. 아마, 건강이 조금이라도 안 좋으신 분이 코로나에 걸리면 몸이 버티지 못해 굉장히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체험판이라고 불리는 백신이 이 정도인데, 본격적인 코로나라면... 상상도 하기 싫다.


  내 2차 접종일은 8월 중순. 일주일만 늦게 했어도 얀센을 맞아서 한 번에 끝났을 것을... 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맞았던 것이 당연했다. 박사과정 마지막 연도도 해외에서 보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적어도 2학기, 그러니까 늦어도 9~10월에는 비자 발급도 정상화되어, 일단 오사카에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박사논문을 제출하고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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