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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l 02. 2024

골든위크, 오사카 근교 소도시로 떠나다

간사이 소도시 여행 (3)


일본에는 '골든위크(Golden Week)'라는 것이 있다. 통상 4월 말에서 5월 초에 이르는 일본의 장기 휴일 기간을 뜻한다. 4월 29일은 쇼와의 날(천황 탄생일), 5월 3일 헌법기념일, 5월 4일 녹색의 날(식목일), 5월 5일 어린이날이 전부 공휴일에 5월 1일 근로자의 날까지 합쳐져 대부분 직장인들은 징검다리 연휴가 된다. 여기에 중간중간 낀 평일에 휴가를 내거나 주말이 끼었을 경우 대체 휴일을 적용하게 되면 길게는 일주일 이상씩 쉬게 되는 장기 휴일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설 연휴, 추석 연휴처럼 일본인들에게는 연중 가장 오랜 기간 쉬면서 여가 활동을 보내는, 일본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그런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골든위크가 시작하는 기간은 오사카 한 달 살기 생활을 한지 절반 정도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그간 오사카에서 3주 정도 생활하고 교토와 나라의 일일 버스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오사카 한 달 살기에 대한 방향성이 조금 바뀌었다. 오사카 주변의 작은 도시들을 가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오사카와 간사이 지방을 알고 싶어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골든위크와 딱 맞물렸고, 오사카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와 함께 오사카 주변의 작은 도시들로 떠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소도시 여행을 할 곳을 조금씩 알아봤다.


오사카 주변에서 교토, 나라, 고베를 제외하고도 가볼 만한 곳이 꽤 있었다. 대표적으로 오사카 남쪽에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와카야마', 그리고 거기서 남쪽으로 다시 1시간 정도 더 내려가면 있는 '시라하마'다. 또 다른 하나는 오사카 서쪽에 차로 1시간 반 정도 거리에 위치한 '히메지', 그리고 히메지에서 다시 1시간 정도 서쪽으로 더 가면 나오는 '오카야마'와 '구라시키'다. 이외에도 고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와지' 섬, 교토의 최북단의 북쪽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아마노하시다테'와 '이네노후나야'와 같은 지역도 선택지에 있었다. 


이러한 오사카 근교 소도시 중 여행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이때가 아니면 오기 힘든 곳을 고르자고 생각했다. 2박 3일의 일정을 두 차례 계획하고 있는 만큼,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에는 힘든, 조금은 먼 지역을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하나는 외국인 관광객이 최대한 없는, 일본인들이 최대한 많은 곳이었으면 했다. 골든위크이기에 일본인들도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기에 기왕이면 여행지에서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일본인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하나는 일본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고즈넉하면서도 한적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교토나 나라와 유명 관광도시에서는 예전과 같은 일본스러운 한적함을 볼 수 없었다. 이 한적함이 남아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위와 같은 기준을 두고 고민한 끝에, 한 주는 시라하마에서 2박 3일, 또 다른 한 주는 히메지와 오카야마, 구라시키에서 2박 3일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시라하마는 오키나와와 같이 일본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해변이자 휴양지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주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듯이, 시라하마는 해외여행 이전 세대의 일본인들이 신혼여행을 많이 가는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도 간사이 지방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있기 있는 휴양지이기도 하다.


히메지와 오카야마, 구라시키는 이동하는 김에 한 번에 이동하면 좋을 동선이었다. 가장 관심이 갔던 곳은 구라시키다. 구라시키의 미관지구라는 곳이 있는데, 마치 교토의 기온거리처럼 옛 일본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간직하고자 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구라시키를 최종 목적지로 하고, 가는 길에 기왕이면 히메지와 오카야마도 들르고 싶었다. 히메지와 오카야마는 예쁜 성이 있기로 유명해서 이것들을 한 번씩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사카, 교토에 대해서 검색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새로운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것과는 달리, 시라하마, 히메지, 오카야마, 구라시키는 네이버에서 검색해 봐도 그렇게 많은 정보가 나오지는 않는 곳이었다. 나처럼 오사카, 교토의 오버 투어리즘에 지친 사람들이 앞으로는 점점 오사카 주변의 소도시를 찾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오사카 주변에 이렇게 좋은 소도시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정리하여 블로그와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한다면 꽤나 의미 있고 뿌듯한 일일 거라 생각했다. 아직은 한국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그곳에 가는 일은 그만큼 설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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