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체성과 기관의 색깔을 찾아가는 시간들 속에 잠시 짬을내 교대 부근 오프닝을 찾아간다.
그간 자주 하지 않았던 양상들도감사한 날!
그곳에서 알아차렸다. 내가 너무 숲 속에 있다가 나왔구나. 갈고 닦지 않은 거울이 색이 바랠 뻔했다.
가을날씨 선선했고 도시는 활발했으며 갤러리 낀 와인바의 옥탑은 도시의 불빛과 의욕들로 가득했다. 전복은 최고로 통통하고 향기 나는 치즈브레드 제공자 사장님은 노력한 흔적이 얼굴에 묻어있고 의욕적인 아우라를 풍겼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ceo들도 익살맞은 개구쟁이로 변신시키는 와인의 힘. 치열한 무대들을 살아가는 모두들이 아닌지 유쾌해지려면 육회를 먹으라고 하는 농담에 첨 시도한 육회는 트러플 향 덕에 적당했다. 나는 너무 머리만 복잡하고 몸은 쓰지 않고 간결하게 정리하는 시각화의 힘이 부족했다.
심지어 3주 만에 낯선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쥐어 뜯기며 화살을 맞을 수도 있는 시간의 기다림들... 기획자가 뮤지엄의 정체성을 모색해 가는 기간은, 살신성인에 가깝다.
나라는 예산 없다고 난리들이다. 어디든 쉬운 곳 없고 지자체에서 많은 뮤지엄들이 생겨나고 있어도 어떤 곳은 20년 지나도 못 지는다. 쉽지않게 장시간 길게는 몇십 년 짧게는 5년 이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지어지는데, 집을 짓는 개인의 고뇌도 엄청날뿐더러, 연간 수십만 명이 다녀갈 뮤지엄의 정체성, identity를 만들어가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누적되어가야 할 일인 것이다.
그 와중에, 연에 따라 움직여갔던 강남지역의 전시회 오프닝, 찰스장, 순영작가를 따라가게 된 아트문 갤러리 오프닝 행사에는 이 분야의 사람들의 카타고리를 넘어선 비즈니스계 다양한 대표님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단 한 번에 알아차리기 힘드므로 더듬어서, 그 사람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어떤 재미와 어떤 고뇌 또는 색깔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인지 모색해 가는 짧은 시간이 오프닝 현잔일 수도 있겠다.
단순히 작가의 개인전 또는 단체전을 축하하러 모였기도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모일 수밖에 없던 상황과 연고와 지역의 특성으로 만나진 그때 그 사람들은 모여서 뭔가 일을 도모하게 되기도 또는 기쁨을 나누거나 즐거움을 공유하거나 재미난 일을 추진해 보기도 하게 되는 사교의 장인 것이다.
양평 구리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고 보니 나도 활동 반경을 꾸준히 강남 지역으로 지속해 왔던 것이 어쩌면 숙명적인 것 또는 운명? 사명?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매번의 TPO가 적절히 어우러진 만남 속에는 배움이 있다. 나 또한 너무 머리 싸매고 컴퓨터에 매달려 살았지 않았나 싶은 깊은 반성을 해보았다. 미술관이라는 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 뭘 하더라고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말의 온도가 다정하거나 따뜻하거나 온화함을 갖춘 교양 있는 큐레이터나 딜러나 기획자의 모습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졌다. 예산에 서류에 기획에 스마트함과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가치창조를 위해 너무 샤프하게 머리를 썼나? 모자라는 아이디어 쥐어짜느라, 온화함을 상실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많은 반성을 해보았다. 실력과 능력은 온화함으로 포장될 때 빛을 발할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진다.
가을 날씨는 아름다웠고 바람은 적절했으며 한국의 청정한 이 날씨는 매우 소중한 추억한컷이었고, 내일부턴 추워질 수 있다고 하니, 인연도 기획도 자료조사도 모아 모아서 잘 연결 지어보자. 그리고 가급적이면, 너무 힘들어지거나 복잡해지지는 않기로 한다. 심플하되 명확하고 안정된 착지자세로 감사의 기술을 발휘해 보는 2025년을 맞이해 보는 걸로, 올해가 용띠의 해라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오랜만에 올해의 가을 전시회, 교대 지점에서 좋은 소모임에 #감사일기 마치며 #손큐 #미술관 정체성 찾아가느라 요즘 고생이 많아요! 감사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