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시의 삶을 담는 미술관

따뜻한 수원행궁 낭만산책길 그리고 치유와 회복에 대해

by 손큐

큐레이터협회 연계 포럼이 있어, 장거리 운전을 하고 찾아갔다. 사람이 모이는 자리, 건강한 얼굴과 안색을 보고 그간의 안녕함을 나눈다. 각자 다들 나름의 색깔을 내고 있다. 결국 어디든 사람의 여러 가지 모먼트를 담고 도시의 삶과 색을 담아내는 곳이 미술관 아지트가 아닌가 싶다. 요즘은 전시를 보면서도 그곳에서 체험을 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사색을 하고 조경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도시문화 트렌드가 되어버렸다.(from 2022년 ICOM은 박물관 정의를 개정하며, 전시 중심 기관에서 삶의 경험과 공동체 참여를 생산하는 공간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박물관은 이제 소장품을 보여주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는 경험의 장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역시나 어딜 가든, 미술관은 그 도시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수원화성, 수원행궁 낭만적인 거리에 미술관이 있다. 낭만적인 전시 제목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할 거야"~ 그리고, 큐레이터협회 포럼에서 연결을 주제로 발표한 전시명중에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주민들을 모아 그들의 대화와 서사, 스토리를 연결해 보는 전시. 요즘은 이렇게 하나의 카피라이트처럼 메시지가 있고 울림이 있는 제목이 와닿는다. 대중들은 그 제목만으로 각자의 스토리를 엮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자유가 있다. 나만해도 그렇다. 12월은 다소 업무의 마무리를 하는 시즌이라서, 열심히 달려온 개미, 잘 먹고 연구하고, 균형을 맞추려 애쓰던 4계절이 지나서 평온을 되찾고 있다. 거리의 풍경과 맛있는 음식, 사람들의 밝음과 강아지들의 즐거움이 눈에 들어오는 시기, 12월의 미술관 풍경도 늘 이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난다.


큐레이터, 학예사 중에 일하다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간혹 국내외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몸 조심히 하라~ 왜냐면 감각이 예민하고 모든 것이 연구의 대상이고 생각이 끊임없을 수 있어서, 스스로 운동력을 갖지 못하면 과로사로 목숨을 위협받기도 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이 남의 이야기는 아니다. 쉬운 것은 없다. 그리고 이 영역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믿음을 갖고 가야 끝까지 스스로의 이야기를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면 펼쳐갈 기회가 오는 것이다. 각자 다른 스타일대로, 나름의 업무 지혜와 역량과 운도 다르니까..... 혼을 쏟아서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시류에 맞게 맞추면서 업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역량에 따라 그릇에 따라 사람이 연결하는 세상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진다.


시름시름 앓기도 했던 날도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올 한 해를 정리해 보며 미술관 옆 수원행궁을 잠시 걸어보니 꽤나 낭만적으로 보인다. 미술관옆 화잘실도 그렇고 전통적인 수원화성의 여러 가지 시각적 모먼트와 길을 따라 걸었을 때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오브제들이 조금씩 그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남기고 있다. 나는 이렇게 미술관 자리는 다소 낭만적인 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원이나 전통양식이 있으면 더욱 좋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너무 챗바퀴 돌듯 돌렸다면 잠시나마 쉬어가고, 아픈 곳을 돌아보고 치유도 해 볼 수 있는 곳, 나는 너무 이를 악물고 잠을 자는지 나을법하던 치통이 다시 얼얼하다. 오른쪽 위아래 흔들려서 치과 가면 죄다 뽑고 임플란트 하자는 게 경영에 시달리는 의사들의 대처법인지 이러다 이빨 다 나가게 생겼다. 아픈데, 또 쉬어가면 괜찮고, 약 먹으면 괜찮고 닝겔달고 살아가듯이 인생후반기에 건강 염려 증 하나 달고 살아가야 하는가.. 눈이 아픈 안구통이나 이빨 잇몸 아픈 치통 정도는 달고 살아야 이제 50대를 맞이하는 건가? 되게 건강하고 싶은데, 이제라도 달리기 뛰어도 다음날 시름시름 앓고, 갑자기 골골하는 몸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미술은 장소와 시간 타이밍과 인간의 몸과 정신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아픈 사람 치유하는 공간 중에 멘탈 클리닉을 몸으로 하는 곳, 그곳에 문화를 생산하고 자치구의 특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 도시의 삶을 담고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미술관이라서, 그런 얘기를 지속적으로 하되 탁상공론하지 말고 너무 어려운 얘기만 하지 말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고 메시직가 있는 그런 스토리를 끊임없이 생산해 가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낭만적이 하루를 보내려고 해 본다. 글과 인터넷과 대화하면서..... 치통·안구통·회복하는 시간에 내 몸이 기억할 올해의 이야기들(“몸은 모든 시간을 기억한다.” -베셀 반 데어 콜크:“The body keeps the score.”Bessel van der Kolk-)


“예술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다만, 그 문제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존 버거 John Berger-

“Art does not solve problems. It teaches us how to live with them.”

“때로는, 머무르는 일이 용기가 된다.” 레베카 솔닛 Rebecca Solnit-

“Sometimes, staying is an act of courage.”

“머문다는 것은 단순히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속해본다는 뜻이다.” 하이데거(의미 번역) Martin Heidegger : “To dwell is not merely to stay, but to belong to a place.”)

“우리는 삶을 피하기 위해 미술관에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느리게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간다.” “We do not go to museums to escape life, but to return to it more slowly.” - 손큐가 적어 본 글-

#치유 #몸 #삶 #미술관 #회복 #미술관이야기 #감상일기 #감사일기 #손큐일기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