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남자! 작가 김진우의 호모나렌스 이야기
청량리역에서 안동역 가는 ktx를 타면 아름다운 경치의 단양이 지나가고 안동역에서 무료로 가을 사진을 찍고 한40분 차를 타고 가면 의성에 도착한다. 거기에 사라져가는 불씨, 성냥공장이 예술과 만나 문화가 재생되어있는 마음은 거대한, 시골 마을의 소박한 도시재생공간을 만나게된다. 나는 작가 김진우와 평론가 김성호 등의 사람과, 의성이라는 역사와, 예술과 기술이 스토리로 흐르는 또하나의 호모나렌스가 사피엔스로 그리고 하이브리드로 전환해가는 모습을 일관한다. 스토리가 재밌다. 추워서 더욱 성냥이 생각나기도 했던 순간이다.
전시 리뷰(비평)
1954년 설립된 의성성냥공장은 전후 한국 사회의 산업화와 생존을 상징하는 불씨 같은 장소였다. 성냥 하나는 작은 불씨였지만, 전쟁 직후의 시대에는 생존·노동·생활의 구체적 온기를 책임지는 ‘일상의 기술’이었다. 이 공장은 수십 년간 지역의 삶을 지탱한 산업 기반이었고, 수많은 손과 노동의 역사가 기계의 패턴과 진동 속에 새겨져 있었다. 한 시대의 노동, 산업, 기억이 응축된 장소였다. 그러나, 국가 산업화의 뒤안길로 밀려나며 가동을 멈추었고, 건물은 노후화와 침식을 반복하며 서서히 “사라지는 존재”로, 조용히 쇠락하며 “기억의 빈집”이 되어갔다.
김진우는 이 사라져가는 공장과 오래된 기계와 노동의 손때 뭍은 기억과 폐허의 흔적들을 다시 불러내어, 예술과 서사로 생명을 불러일으키고, 산업유산이 아니라 ‘숨 쉬는 존재’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기술·기계·도구를 다루는 엔지니어이자 제작자, 즉 Homo Faber(도구를 쓰는 인간)의 감각으로 접근했다. 그는 기계의 부품, 노후한 구조물, 파편화된 공간의 흔적을 다시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예술적 터치와, 기술적 장치를 통해 이 공장을 다시 “예기(藝技예술+기술)가 술술 흐르는 움직이게” 만들었다. 기계에 생명적 리듬을 부여하고 건물을 하나의 신체처럼 다시 움직이게 함으로써, 이 거대한 장소는 서사를 품은 공간, 즉 Homo Narrans(이야기하는 인간)의 기억이 축적된 역사적 몸체로 재탄생했다. 기술·기계·인간·기억이 교차하는 새로운 존재형태를 생산하는 작가 김진우는 ‘호모 하이브리드(Homo Hybrid)’라는 신조어를 생산하는, 진화하는 작가의 모습을 드러낸다.
기계공장과 예술작업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계와 전선, 모터와 LED가 예술작품의 내부 장기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기계 내부에 잠든 ‘기억의 호흡’을 깨우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숨쉬는 기계》에서 그는 의성성냥공장에 남아 있던 오래된 기계 몸체에 센서·서보모터·LED를 결합해, 기계가 실제로 ‘숨을 쉬는 듯한 생명적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 호흡은 산업의 리듬이자, 인간 노동의 잔향이며, 사라진 지역의 시간감을 다시 현재로 끌어오는 “기억의 리듬”이다. 그는 기술적 장치를 활용하되 기술을 과잉 숭배하지 않으며, 오히려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각·기억·정서를 복원하는 예술적 개입자로 존재한다. 그의 작품에서 기계는 ‘움직이는 메타포’로 작동하며, 단순 ‘기술 쇼케이스’ 가 아닌, “삶의 흔적을 다시 되살리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는 기술을 생명·자연·기억과 연결하는 방식이며,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단순히 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서사를 이어주는 존재론적 매듭을 만든다.
이번 전시는 결국 사라져가는 건물, 오래된 기계, 잊힌 노동의 시간 속에서 생명성을 재현하는 기술적 감수성의 실천이다. 의성성냥공장의 어둡고 멈춰있던 기계들은 그의 개입을 통해 빛을 발하고, 숨을 쉬고, 관객의 눈앞에서 다시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시간성을 회복하고 기술적 생명감을 부여하는 미학적·기술적 재생 행위다. 작업에서 드러나는 기술적 감각과 서사적 감각은 우연적 조합이 아니라,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말한 ‘아비투스(habitus)’ 즉 김진우가 살아온 생애 경험이 몸에 체화된 감각 구조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Bourdieu, Outline of a Theory of Practice, 1977). 개인적 life-course 전체에 스며든 감수성이 녹진하게 드러난 이번 의성성냥공장과 진화하는 인간 김진우와의 만남은 “예기가 술술 통하는 호모 하이브리드”가 AI가 상상력과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새로운 역사와 지형을 만나 어떤 스토리를 구현할 것인가? 그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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