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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도 풍경화 같듯이

지나고 나면 다 풍경화 되는 거야!

by 손큐

겸허하게 고요하게!

내 이름은 우주!

우리의 마음은 우주!

우주만큼 크고 아름답고 무엇이든 풍경화로 만들어 버리는 마음의 신비함!

그림은 그렇게 품격 있게 우리의 마음속을 요동치게 했다가 평화롭게 했다가 다시 살고 싶게 활력을 주었다가 무한한 삼천대천세계의 세계로 나를 도달하게 한다.

파란만장한가 싶다가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의 인생도, 지나고 보면 내 삶도 아름다운 풍경 같듯이.


오늘은 이상원(Lee Sang-won, 1978~ )의 그림에서 읽은 철학적 감수성을 이야기해본다.

이 작가의 그림이 평화로운 이유는 작은 사람들은 거대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모두 아름다운 풍경화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상원의 그림에는 작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새가 내려다보는 세상 속에서 점처럼 흩어져 있다.
스키장, 해변, 운동장, 혹은 도시의 광장.
그 안에는 ‘거대한 사건’ 대신 ‘작은 일상’이 있다.

그는 인간을 작게 그린다.

나도 그렇다. 그냥 작은 사람이다. 그리고 내 눈앞에 어떤 사람도 그렇게 거대하진 않다. 가끔 사람이 불편해질 때는 있어도 어떤 존재도 그다지 풍경 앞엔 거대한 존재는 없었다. 모두 시간이 풍경화로 만들어갈 뿐이다.



그 작음이야말로 이 시대를 가장 크게 말해준다.
그의 화면 속 사람들은 익명적이고, 특별하지 않지만,
그 무수한 점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

이 풍경화들의 올록 볼록한 마티에르에 마음이 기름지게 고요해진다.
화면은 많은 이야기를 담은 사람들로 가득 하지만, 묘하게 평온하다.
조망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눈’.

그냥 하나의 작은 미물이지만 그 작은 인간 자신의 일념하나가 우주 만물을 뒤 흔든다는 맥락이다.

마음은 빛보다 빠르다는 이야기와 맥락이 연결된다. 불교 경전에서 들은 삼천대천세계라는 말이 떠오른다.

三千大千世界 = “삼천 번 확대한 크고 넓은 세계”, 한 생각(一念) 안에도 우주 전체가 존재한다는 뜻

작은 것 안에 큰 것이 있고, 큰 것 안에 작은 것이 있거나, 그 모든 것이 신기하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는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되고 같은 세계를 이뤄가고 있겠지.


이상원의 그림은 바로 그 세계관을 닮았다.
작은 사람 하나하나가 거대한 우주를 품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들지 않고 그린다.
조용히, 관찰하듯, 명상하듯.
그의 회화는 수행이 아니라 ‘관조’에 가깝다.


멀리서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고, 동시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세상을 크게 보려면, 먼저 작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이상원의 작은 인물들은 그래서 철학적이다.
그들은 풍경의 일부이면서도, 세계의 전부다.

그림 앞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읊는다.
“작은 사람 하나가 세계를 완성시킨다.”
그 한 점 같은 존재들이, 오늘도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그림 속 작은 사람들은 풍경은 파도로 바람으로 햇살로 되어 피부에 살랑거린다.

바람 한 줄기에도 흔들릴 만큼, 풍경 안에 묻혀 있다.
작가는 세상을 크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조용히’ 본다.
거대한 산도, 깊은 강도, 그 앞의 ‘작은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나는 그 작은 점 같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하루를 버티는 나 자신도, 그 풍경의 한 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비중’을 묻는다.
크지 않아도 괜찮다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 안에 존재의 빛이 있다고.

그의 붓끝에는 겸허가 있다.
자연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태도, 그것이 이상원의 풍경이다.
나는 그의 그림 앞에 서면 세상을 작게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작음 속에서 오히려 세상이 커진다.

그의 회화는 ‘고요한 인문학’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그림 속 인물들이 비록 작게 그려져도, 그 안의 마음은 크다.


그의 그림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을 크게 보려면, 먼저 작아져야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숙인다.



평화롭고 싶을 때 이 그림을 봐야겠다

만물이 흘러간다

평화롭게 늘 변화하면서

마치 풍경화 같던 나의 반백년들도 이제 하나씩 앨범 속에 한 장 한 장 이 그림처럼 들어간다


남은 반백년도 안될 한 30년 될까?

남은 풍경화는

핑크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여가야겠다.

#손큐에세이 #감사일기 #그림일기 #손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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