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니 더 각별해진 전어 맛
점심으로 여수 음식을 하는 식당을 갔다. 사장님은 예전 포스트 프로덕션 실장님을 하시던 분으로 우리 부사장님과 잘 아시는 사이셨다. 때문에 부사장님 추천으로 몇 번 식당을 찾았었고, 최근엔 점심 세트 메뉴가 가성비가 좋아서 부쩍 자주 찾는 집이다. 가성비 좋은 점심 세트는 비빔밥, 탕, 생선구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늘 내가 먹은 것은 전어회 비빔밥 세트이다.
전어는 아버지 고향인 위도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고모부를 따라 갯벌에 그물을 걷으러 가면, 항상 걸려있던 생선이 전어였다. 그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는 생선이 아니어서 전어는 작고, 가시가 많다고 버려지기도 했다. 그나마 살이 좀 오르는 가을에는, 뼈째 썰어 회무침을 만들어 먹곤 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 회무침도 어머니가 처음 하셨다고 하는데, 어쨌든 과거에는 그렇게 인기 있는 생선은 아니었다.
그러던 전어가 미디어를 타고, 각종 축제를 통해 회자되면서, 언젠가부터 가을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유명해진 다음에 먹었던 전어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분명 그 전에도 먹었었는데, 머릿속에 별 기억이 없던 생선이 유명세를 타고나니 더 각별하게 느껴지게 되었나 보다.
아버지 고향에서는 원래 많이 잡히던 생선이었으니, 당연히 가을이 되면 부안 쪽 항구에는 전어 메뉴들이 즐비했다. 서울서 먹는 건 작은 거고, 현지에서 먹는 게 떡전어라고, 덩치도 크고 맛도 좋다고 했다. 아버지가 팔을 다치셔서 부안 성모병원에 계실 때, 아버지가 잘 아시는 식당이라고 해서 찾아간 집에서 전어를 참 맛있게 먹었었다. 구이랑 회무침이랑 먹었던 것 같은데,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속담에 딱 걸맞는 맛이었다. 그 집은 다시는 못 가봤다. 그리고 그 이 후로도 그렇게 맛있는 전어를 먹어보지 못했다. 여전히 가을이면 의례히 한 두 번 전어를 먹게 되지만 입이 고급이 된 것인지, 서울서 먹는 전어라서 그런지, 입맛이 변한 건지... 예전 같은 맛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오늘은 가성비 좋은 그 식당에서 고등어구이와 대구탕까지 든든한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