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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애 Oct 08. 2020

프리랜서 싱글맘의 아들 둘 주말 식단, 9월 4째주

  나는 프리랜서 마케터인데 늘 일이 많다. 돈 벌어야하니까 일이 적으면 많게 만드니 늘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일한 시간과 비율이 어느정도 비례하는 편이다. 글 쓰기가 일의 대부분이라 효율도 중요하고 중간에 일을 끊기 어려워 밤 새는 일이 많은데 아들 둘 키우는 싱글맘이다보니 자녀를 키우는 부분에 있어 살림도 육아도 엄마로서 부족한 점이 참 많다. 특히나 요즘은 너무너무 부족한 점이 많다.

학교에 다닌다면 급식으로 점심이 해결되니 아침 식사 먹여 등교 시키고 저녁 식사만 준비해두면 되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는 학교엘 가지 않으니 아침, 점심, 저녁, 간식까지 모두 챙겨 놓아야해서 손이 바쁘고 바쁜 만큼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오늘은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은 학교 수업이 없는 날이라서 아이들 등교에 대한 걱정 없는 날이 이틀간 주어진다. 평일엔 등교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미리 준비해두지 않았을 경우)을 맞춰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을 보살피고 집안 일도 해야하기에 늘 졸리고, 늘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큰데(일 한만큼 돈 버는 프리랜서라 돈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말이 더 맞는듯 하다) 이런 주말 시간은 미리 식사를 준비해두면 푹 잘수있고 일도 양껏 할 수있어서 좋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아이들이 점점 의젓해지고(현재 중3, 초4) 미리 준비만 해 두면 둘이 알아서 챙겨먹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있다. 그래서 두어달 전부터 주말 시간은 외할머니(나의 엄마) 찬스를 쓰지 않고 아이들과 내 힘만으로 주말 시간을 보내고있는데 마음은 걱정이 가득이지만 엄마에게 부탁을 하지 않아도되서 미안함이 덜하고, 나는 좀 더 잠과 일에 집중할수 있어서 좋다. 다만 매순간 미치게 아이들이 걱정되고 불안하다. 그렇지만 어떻게하랴... 상황이 이렇다면 여기에 맞춰서 살아야지. 잘 따라와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하다.



금요일 낮 시간, 중3 큰 아이는 등교수업이고 초4 작은 아이는 온라인 수업중일때 주말동안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했다. 가스레인지에 직접 데우는 음식은 준비하지 않고, 전자렌지에 데울 수 있도록 만들고있다. 아이 둘 다 성인이 될 때까지 가스레인지를 쓰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준비해 둘 생각이다.


9월 4째주 싱글맘이 준비하는 아들 둘 주말 밥상

[금요일]

저녁 식사 : 김밥, 한 사람앞에 3줄씩 싸두었다. (단무지, 달걀에 남은 반찬인 콩나물과 어묵조림을 넣어서 만들었다)

야식 : 에어프라이어용 닭봉/윙 (큰아이가 시간 맞춰 잘 조리해낸다)


[토요일]

아침 : 우유 + 야채 샐러드(양상추, 청경채)

점심 : 볶음밥

간식 : 사과

저녁 : 짜장 + 밥 (쌀은 항상 미리 씻어 물기를 빼두고 다니기에 쌀 한 컵에 물 한 컵 넣고 전기압력밥솥으로 아이들이 그 때 그 때 해 먹는다)


[일요일]

아침 : 김치찌개 + 김 + 밥


  이렇게 식사를 준비해두고 금요일 오후 5시경 일 하러 작업실로 출근한다. 구석 한 켠에 마련해둔 매트리스에서 그때 그때 필요한 잠을 자며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금요일 오후부터 주어진다. 노트북 옆에 과자 몇개, 좋아하는 커피를 놓고 나의 불금이 시작된다. 정말 불금이다. 일로 불타오르는 금요일. 일요일 점심때 들어가서 아이들이랑 같이 점심 해 먹고 공원에 운동하러 나갈 생각이라 일요일 아침까지만 준비를 해두었다. 전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짜장소스와 볶음밥에 들어갈 야채를 잘게 썰어놓았고, 양상추랑 청경채도 미리 씻어 물기를 빼두었다. 김치찌개도 끓였 놓았기에 4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직접 요리한건 준비된 야채에 밥 볶이와 김밥 6줄 싸기 그리고 한 번 먹을 만큼씩 담아서 랩 씌워 놓는 것이 전부여서 수월했다. 수월하긴 했지만 이걸 하느라 2시간이나 필요했고 피곤했는데 그래도 내 새끼들 먹을 것을 마련하는것이라 음악 들으면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맛있게 먹을 아이들 생각하니 살짝 미소도 지어지고 엄마 생각도 난다. 편식 심하고 밥먹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나를 위해 매일 쫑쫑쫑 잘게잘게 재료를 썰어 식사를 준비해주던, 나를 향해 흔들림없이 직전하던 엄마의 사랑이 새삼 떠오른다.


  이렇게 식사를 준비해두고는 한 시간에 한번씩 스토커처럼 전화를 한다. 애들 둘만 집에 있는걸 생각하면 애가 닳는다. 정말 미치겠다. 하지만 내가 일을 해야 아이들을 키울 수있으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중이다. CCTV를 달까... 수시로 고민중인데 큰 아이는 동생이랑 잘 있을 수있으니 굳이 돈 쓰면서 달지 말라고한다. 그래도 고민하는 중이다.


  얼마전 초등학생 형제 둘이서 라면 끓여 먹다가 일어난 참변.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기사 문구를 보고 내가 심장이 뜨끔하고 벌렁거렸다. 주위에서 너는 이번 사건의 엄마랑은 다르다고 나의 뜨끔함을 달래주었고 나 역시 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주 많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내가 잘하고있는지 내 생활을 되돌아보기도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걸.

  6시 47분에 전화했고 지금 7시 25분. 또 전화해야겠다. 큰 아이가 저녁 먹고 약을 먹어야해서 아직 한시간도 안됐지만 마음이 급하다.

  아들 둘 키우는 프리랜서 싱글맘은 늘 뭐가 바쁘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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