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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놀다 주머니시 Feb 27. 2020

보름달같이 생긴 보름달 아닌 달

최영민

<보름달같이 생긴 보름달 아닌 달> 


달력을 펴면 어깨가 흘러내리고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위에서부터 저 아래까지 흘러나오는 노랫말이 창문 앞을 서성이고


울었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다가 바이러스에 걸린 실험실의 흰쥐처럼 바닥을 박박 긁어보기도 하다가 소리를 지르려는데 소리는 나오지 않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앞에서부터 뒤로 뒤에서부터 ······ 손을 움켜지면 튀어나오는 뼈마디로 달력을 세다가 까먹은 약속이 생각이 났다가


뭉클했지


보름달같이 생긴 보름달 아닌 달에 대고 소원을 빌기도 했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음력을 보며 누군가에게 섭섭해하기도 했지 네가 알아서는 안 되는 너에 대한 소문같이 한적한 새벽 도로를 달리는 검은색 승용차같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다시 아래로 흘러드는 초저녁의 분수같이


그런 시간들은 언제나 존재했지 흘린 어깨 위로 무언가 다시 자라나는   




#매주의글_1회차

#음력

#바이러스
#최영민
@escri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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