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박물관 도시, 로마

내가 만난 세계유산

by 진한홍차

“유럽 여행”을 상징하는 국가와 도시는 어디일까.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오래도록 “이탈리아” 그리고 “로마”였다.


로마는 나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곳’보다는 ‘가장 유명한 곳’에 가까웠던 것 같다. 궁금하긴 한데 언제나 관광객들로 바글거려 엄두는 나지 않는 곳.


그러던 내가 직접 로마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2022년 코로나가 점차 사그라들던 시기에 우리 가족은 영국에 머물고 있었고, 잠깐의 휴가 기회가 있을 때 우리는 로마를 여행지로 선택하였다.




로마를 방문하며 느꼈던 두 가지 생각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첫 번째, 로마는 로마다. 살아있는 박물관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은 로마에서 처음 느꼈다. 역사 속으로 훅 들어가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역시, 왜 사람들이 그렇게나 로마에 열광하는지 온몸으로 이해했다.

두 번째, 이렇게 한가한 로마는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시국에 로마를 방문하였고, 연중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스페인 계단,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를 그때의 인구밀도로 다시 보기는 아마 어려울 것이다.




로마는 로마 역사 지구, 바티칸 시국의 유산들과 산 파올로 푸오리 레 무라 대성전(Historic Centre of Rome, the Properties of the Holy See in that City Enjoying Extraterritorial Rights and San Paolo Fuori le Mura)라는 이름으로 1980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로마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살펴보면, 글 안에서 로마에 대한 자부심이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다.

기준(1)
이 유산은 3천여 년에 걸친 역사 속에서 탄생한 비교할 수 없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일련의 유산을 포함하고 있다. 고대의 기념물들(콜로세움, 판테온, 포룸 등), 수세기에 걸쳐 축조된 요새 (...) 등이 포함되며, 이는 모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것이다.

기준(2)
수세기에 걸쳐 로마에서 창조된 예술 작품들은 도시계획, 건축, 예술 전반에 걸쳐 전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고대 로마의 건축, 회화, 조각 분야에서의 성과는 고대뿐 아니라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시대에도 보편적 모델로 작용했다.

기준(3)
‘로마 문명’이라는 이름의 근원이 된 이 도시의 고고학 유적은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준(6)
로마는 기독교 신앙의 기원부터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영원한 도시’ 로마는 수 세기 동안, 그리고 오늘날까지 순례의 상징적 장소이자 가장 존경받는 목적지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 갓 만 4세가 된 아들에게 단 하나라도 기억에 남기고 싶은 소망을 가지며, 나와 남편은 '콜로세움‘을 집중 공격(?)했다. 로마 방문 전부터 우리는 아들에게 검투사와 맹수의 전투 경기 이미지를 보여주며 콜로세움 방문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였다.


다행히 아들은 호기심을 갖고 콜로세움을 둘러보았고, 당시 이탈리아 패션업체인 토즈가 제공한 기금으로 일부 복원된 지하 공간이 개방된 상태여서 우리는 검투사와 맹수가 경기 전 대기하던 장소도 볼 수 있었다. 그날 검치호가 그려진 옷을 입었던 아들은 콜로세움에서 맹수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은 콜로세움 방문 후 만족한 표정으로 젤라토를 먹는 아들의 모습과 나란히 핸드폰 폴더 안에 놓여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아들이 콜로세움보다 더 자주 얘기하는 곳은 트레비 분수이다. 당시 밤마다 무서워하던 아들은 동전 세 개를 분수에 던지며 ‘이제 밤에 무섭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고,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무섭지 않아 했다.


지금도 원하는 바가 있으면(주로 장난감을 받는 일), “다시 또 이탈리아 분수에 가서 동전 세 개 던져야겠네~”라고 말하는 걸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나 보다.


나는 동전 세 개를 던졌으니, 다시 꼭 로마를 방문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KakaoTalk_20250617_125633177.jpg Rome, 2022.




오늘의 한 조각

- 유산명: 로마 역사 지구, 바티칸 시국의 유산들과 산 파올로 푸오리 레 무라 대성전(Historic Centre of Rome, the Properties of the Holy See in that City Enjoying Extraterritorial Rights and San Paolo Fuori le Mura)

- 분류: 세계유산

- 국가: 이탈리아, 바티칸 시국

- 등재연도: 1980년(1990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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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