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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로 Jul 18. 2023

또, 또 딴 길로 가네... 에휴

포기(?)하니까... 편하긴 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도 도무지 안 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에, 하소연하는 글을 쓴 적도 몇 번 있었죠.

얼마 전 실마리를 찾은 뒤로는 괜찮아졌지만, 그 암울하던 시간을 어찌 버텼는지 참... 스스로 대견하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몇 달 정도 지난 요즘, 다른 문제에 매여 있습니다.

어쩌면 완전 반대방향의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바로, 글을 쓰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 간다는 겁니다.


요즘 저는 매일 일기도 쓰고(가끔 빼먹긴 합니다만) 2~3일에 한 번 정도 독서노트도 정리합니다.

아주 오~래 전 시작했지만 여태 완결을 내지 못한 소설도 느릿느릿 틈틈이 쓰고 있고요.

아날로그적 펜의 감각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어, 곳곳에서 주워온 이면지를 클립보드에 묶어 만든 연습장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일상에서 툭툭 찾아오는 글감이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아이디어들을 풀어놓는 용도로 씁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실제로 글은 꽤 많이 쓰는 편이네요.

예전에는 대체 이게 왜 안 됐나 스스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넉넉해보입니다.

다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딴 길로 샌다는  문제의 포인트입니다.


뭐... 일기 쓰다 말고 독서노트 펼치고, 책 인용구 적다 말고 갑자기 소설 전개 몇 문장 쓰는 일 정도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에겐 디폴트(default) 같은 일이라 감흥이 없습니다.

원래 진득하게 뭔가를 파고드는 걸 못하는 인간인지라... 그냥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어쩌겠소~ 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죠. (그래서 글 쓰는 책상 위가 아주... 대환장파티입니다. 차마 사진을 찍어 올릴 용기가......)


하지만 글 하나를 쓰기 시작해 놓고 마무리를 잘 못 짓는 ,  고민을 해보려 니다.


처음엔 분명 큰 줄기를 잡아놓고 쓰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계획에 없던 단어나 문장스윽- 끼어듭니다.

그것들이 뿌리를 내려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옵니다.

새로 떠오른 것들도 어떻게든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리저리 궁리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쓰던 글이 원래 방향을 잃고 삼천포를 향해 한창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을 즈음! 정신이 돌아옵니다.

대략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통에, 요즘 작가의 서랍에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고속도로를 빙빙 도는 글들이 자꾸 증식 중입니다. (아마 제 평생 작가의 서랍이 완전히 비게 되는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을 듯합니다.)


아마도, 개요를 써놓고 그에 맞춰 내용을 채워가던 예전 방식이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책에서 읽은 뒤로 시도해보고 있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거의 매일 반복되는 문제입니다.

지금 이 글만 해도... 원래는 "저 요즘 이러고 삽니다~" 정도로 가볍게 끝낼 예정이었는데... 어느새 또 구구절절 길어지고 있거든요.


이쯤 되면 그 어떤 책에서 읽은 방법론이 틀린 게 아닌가 싶지만... 솔직히 재미가 붙어서 그만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네, 중증 인정합니다.)

쓰던 글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할 때도 있지만, 산만한 본성이 어디로 날아가 어떤 흥미로운 걸 물고 올까 하는 기대감이 들 때도 있거든요.

무엇보다도, 글쓰기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공간에서 굳이 '뭘 하지 말자'라는 식의 제약을 걸어둘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뻔뻔한 지점까지 생각이 미치니... 더더욱 그만둘 수가 없더군요.


좀 그럴듯하게 포장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일단 생각나는 대로 풀어놓고 차근차근 정리해 가는 '빼기'의 과정이자, 더 나은 표현을 고민하며 고쳐가는 '다듬기'의 과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의견을 달리 하는 분들이 꽤 많을 듯해서... '제 생각'임을 재차 강조합니다.)


어차피 저는 뉴스나 평론, 논문 같은 걸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쓰는 글 중 그나마 가장 형식을 갖춘 글이라면 아마 소설일 겁니다. (근데 그것도 판타지...)


그렇다, 난장판처럼 펼쳐지는 이런 글을 계속 쓰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원석'을 발견하는 기회가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말이 있죠.

'포기하면 편하다'라고...

네, 포기하니까 좀 편해지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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