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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l 06. 2022

요즘 시대에 대한 걱정들ㅡ'새로운 가난이 온다'

 요즘 철학자 김만권의 <새로운 가난이 온다>를 읽고 있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뉴 노멀, 산업혁명’의 급속하게 변해가는 세상 뒷면에 존재하는 부의 불평등, 늘지 않는 일자리, 플랫폼 노동, 빈곤, 인간 혐오, 잉여 인간…. 등등 사회적인 전반적인 현상과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해 어떤 식으로 끝맺음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읽은 내용만으로는 절망적이다.


 작가는 책의 첫머리에서 ‘위기의 시대’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코로나 팬데믹이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간접적인 원인이라 언급되는 자연 파괴, 이번 팬데믹 위기로 더욱 확산되는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 전통적인 사회보호망을 잃고 점점 황폐해지는 노동자들의 삶 등등…. 저자는 또 다른 개혁이나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 이런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례로, 저자는 ‘풍요로운 사회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지적한다. ‘우리나라 중산층 10명 중 8명은 자신을 빈곤층’이라 여기며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그들의 생각 속에 팽배해 있다고 한다. 제일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개인이 ‘이 두려움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라 여기고 있다’라는 점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경제 공황을 거쳐 형성된 ‘국가가 국민을 끝까지 보호한다’라는 사회 복지 정책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경제 질서 아래 무너져 버렸다. 신자유주의는 ‘경제 영역에서 국가 간 장벽의 높이를 낮추어 자본이 활동할 수 있는 시장을 전 지구적 차원으로 넓혀야 한다는 발상’이다. 이 경제 질서로 인해 기업의 자본은 '지구화'를 표방하며 자기 영토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기업가들은 정부가 부여하는 높은 세금을 피해 세금을 덜 내는 곳으로 회사를 옮겼고, 노동자 역시 국내 고용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들은 임금을 덜 줘도 되는 나라의 노동자를 고용하며 점점 자본을 축적했다. 그동안 기업들을 좌지우지하며 각종 규제를 휘둘렀던 국가는 더 이상 이들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고 거대 자본 수입원 또한  놓친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 역시 높은 세금을 내며 복지 정책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공황과 같은 여러 거국적인 위기를 겪은 세대들은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 복지’라는 보호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했다. 그에 반해, 위기를 겪지 않는 세대들은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하는 복지 정책에 불만을 느꼈다. 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국가의 정책보다는 ‘자기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에 더 매력을 느꼈다. 그만큼 자신의 삶에 대한 문제 해결에 능동적이었고 자신이 넘쳤다. ‘삶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에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그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저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밀레니엄 세대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공황 이후 그 어느 세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음에도 국가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역사적으로는 거의 없었던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교육받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 출생자)가 아이러니하게도 대공황 이후 가장 가난한 세대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여러 자료들의 결과로 지금의 20~30대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변하고 있는 걸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듯하다. 사회 한 편에서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집단 자살을 택하는 가족들이 기사를 장식하고,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부자들이 과시하는 달콤한 부의 향기로 가득하다. 가까스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물가는 끝도 없이 치솟고, 전기세며 각종 세금이 국가의 경제 어려움을 이유로 슬금슬금 오르는 추세다. ‘강한 국가’를 표방하며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고, 미국은 낙태법을 해지하며 다시 과거로 퇴보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도래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팬데믹 이전에는 기껏해야 노후 생활, 아이들의 육아를 걱정하며 지냈다면 요즘은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세대 간의 공감을 잘할 수 있을지, 기후 위기 속에서 우리의 사람은 잘 유지될 수 있을지, 전쟁을 또 어제 끝날 것인지 등등. 걱정 투성이다. 앞으로 닥쳐올 빈곤, 혐오, 모멸, 차별, 기후 위기, 디지털의 시대에서 인간의 존엄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 땅이 꺼질까?’ 걱정했다는 중국 기 나라 사람의 걱정이 남달리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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