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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l 05. 2022

아이들의 입시제도를 바라보면서

 옛날 옛적에 매일 하늘만 쳐다보며 우울해하던 두 아들의 어머니가 있었다. 해가 쨍쨍한 맑은 날에는 큰아들의 우산이 안 팔릴까 봐, 비가 오는 날에는 작은아들의 짚신이 잘 안 팔릴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그 어머니는 매일 한숨을 내 쉬며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그런 어머니를 본 한 행인이 “날이 좋은 맑은 날에는 작은아들의 짚신이 잘 팔리고, 비 오는 날에는 큰아들의 우산이 잘 팔려서 좋겠다”라고 말하자, 어머니가 비로소 빙긋이 웃으며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이 동화를 읽고 이 어머니는 참 걱정도 많다고 여기면서도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 또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들이라도 성향이 너무 다르다. 애초에 이 동화 속에서의 아들들도 똑같이 우산을 팔거나, 아니면 짚신을 팔았다면 어머니가 이렇게 날씨만 바라보면 걱정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같은 밥을 먹이고, 같은 말을 해도 아이들은 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참 신기하게도 말이다.


 중3 둘째의 고등학교 원서 접수가 눈앞에 다가오자 다시 한번 우리나라 대입제도에 대해 고민이 생겼다. 사실 큰 애 때는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들은 일찌감치 중학교 내신을 잘 다져 놓았기에 무난히 수능 정시에 강하고 학습 분위기가 좋다는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자유분방한 둘째는 중학교 성적이 들쭉날쭉하여 도저히 형과 같은 학교에는 지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집 주위의 고등학교로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문제는 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이다. 어느 해는 수시를 더 많이 뽑아 일반고가 좋다고 했다가, 또 어느 해는 정시가 더 강화되어서 특목고가 더 유리하단다. 두 아들이 공부를 잘해서 모두 특목고에 보낼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한 녀석은 저 멀리 다른 특목고에, 또 다른 녀석은 집 주위의 일반고로 보내는 엄마의 처지로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수능 입시에서 특목고가 유리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가 둘째를 생각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또 수시와 블라인드 면접 테스트의 영향으로 일반고가 더 좋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역시, 맞아. 이게 좋은 선택이야’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큰 애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오락가락하는 이 마음,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의 엄마도 꼭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중요한 시험, 아이들의 대입을 눈앞에 두고 ‘맑은 날에는 짚신이,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이 잘 팔린다’라는 조언이 마음에 썩 차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 모든 입시를 끝내고 나면 그런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고 나 또한 그런 말들을 사람에게 할 수 있으려나? 교육 전문가들에 의해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에 따라 내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꿈, 놀이, 진로,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꿈의 학교, 인생….

다 좋은 단어들이다. 그런 입시 전문가들의 조언들, 말들, 막상 실질적인 현장에서 공부에 허덕이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 바라보는 부모의 처지에서는 다 신기루와 같은 단어들이다. 그런 조언에 따라 공부 대신에 고등학교 시절을 꿈과 놀이를 찾아 보냈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그들이 책임져 줄 것인가? 나도 내 아이들이 입시 현장에 있지 않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입시 전문가들,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은 정말 그렇게 아무 준비 없이 아이들을 내버려 뒀을까? 아무 스펙도 없고, 돈도 없는 백지와 같은 상태에서 공부 없이 아이들의 미래를 아름답게 꾸려나갈 방법이 존재할까? 높은 곳에 계신 자녀들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해서 멋진 미래를 꾸려 나간다면 한번 믿어 보겠다. 아쉽게도 현재 수많은 고등학생은 자기만의 배수진을 진 상태에서 공부하거나 절망하고 있다.


 아이들의 노력은 과연 공명정대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학교에도 꿈과 희망과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난무하는 꽃 피는 봄이 올까? 내 고등학교 시절과 별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 한숨만 나온다.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엄마의 상황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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