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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Feb 21. 2022

'서울대의 영화학과 신설'기사를 읽고

‘서울대, ‘영화학 연계전공’ 신설 추진’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2022년 2월 20일 자 문화일보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는 최근 인문대 미학과를 중심으로 영화학 연계전공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공과정은 서울대 다른 학과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기존 영화 관련 강의에 신규 이론 수업과 영상 제작 실습, 시나리오 작법과 같은 실기 과목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설할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대 측은 ‘영화학 연계전공’ 신설 배경으로 시대 흐름과 재학생의 영화학 관련 수요를 반영하며 다른 학문들과의 다양한 확장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야흐로 콘텐츠 전쟁시대이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으로 알려진 뜨거운 한류 열풍은 대한민국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인 열망하는 대학, 서울대에까지 자리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서울대의 ‘영화학 연계전공 신설’ 추진 소식에 네티즌의 기사 댓글 논방이 거세다. ‘영화, 대중매체’와 실용주의 학문은 다른 대학에 맡겨두고 서울대는 순수 전문 학문 분야에 더 치중했으면 좋겠다는 주장부터 다른 세계 유수 대학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댓글창이 온통 시끄럽다.


 대학들이 시대의 흐름과 재학생의 수요에 따라서 강의 과목들을 신설하고 개편하는 것은 그들만의 고유의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의 결정이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은 서울대만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대한민국 수험생들이 갈망하는 ‘SKY' 대학, 그중에서 최고봉은 ‘서울대’이다. 명문 ‘K'대를 다녔던 올해 인문대 만점자가 반수를 선택하여 ’서울대‘를 지망하고, 수험생들 역시 서울대와 다른 대학을 동시에 합격하면 거의 대부분은 서울대를 선택한다. 우리나라 최고 국립대, 서울대. 학벌은 이제 무용지물이라고 부르짖는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이 빛나는 서울대 간판은 아직까지도 먹히고 있다. 수많은 수험생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학원 ‘미끼’로, 직장과 계층의 사다리를 껑충 올라갈 수 있는 ‘프리패스’로 말이다.


 그런 서울대만의 특수성과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파워’를 생각하면 서울대 측의 실용주의 학문 ‘영화 분야’로의 침범은 여러 가지 미래를 추측하게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우리 문화계는, 우리 교육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새로운 목표 수립과 더불어 기존 영화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들과의 지각변동이다.


 서울대에 영화학과가 개설되면 기존 다른 학교 영화학과를 목표를 하고 있던 수험생들은 모두 서울대에 지망할지 모른다. 서울대에 영화학과가 개설되기 전에는 기존 영화 명문임을 내세우는 유명한 몇몇 대학이 있었다. 아무리 유구한 전통과 쟁쟁한 선배들이 그 대학들을 뒷받침한다고 한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서울대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서울대 간판에 대한 갈망을 없애는 것은 대한민국 교육체계를 다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생들이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며 마냥 위로 바라보고 밤잠을 설쳤던 것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서울대 간판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고 잡고 싶은 별이었다.

 

  이런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꿈같은 열망이 계속되면 당연히 기존 영화 명문대학들은 자연스레 쇠퇴할지도 모른다. 그동안은 거대한 교육계의 수탈자였던 서울대가 나 몰라라 했던 영화 분야에서 꾸준히 세력을 키워왔던 다른 대학들, 그들 대학은 이 혹독한 경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떻게 그들은 생존을 위해 또다른 자구책을 마련할까?


 돈과 관련된 시장은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조그만 슈퍼들은 모두 문을 닫고 유명한 프랜차이즈의 편의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왜 갑자기 주위 동네가 편의점 세상으로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름대로 열심히 동네 슈퍼에서 물건도 구매하고 열심히 발품을 팔았지만, 이 경제위기 앞에서는 나의 소소한 소비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됐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주위 경제 상황들을 보면서 역시 거대 조직 속에서, 유명한 간판이 있어야 이 생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서울대가 영화학과 개설은 추진한 이유는 시대의 흐름도 있겠지만,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돈의 흐름과 경쟁력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국민들의 확고한 지지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서울대가 경제적인 어려움 없을 것이라 추측하지만 그 거대한 대학도 줄어드는 출산율 앞에서 위기를 느낀 걸까? 교육계의 작은 변두리에서 소소하게 밥벌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는 큰 공포다. 그래도 서울대만큼은 제일 마지막까지 굳건하게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본다. 서울대의 영화학과 개설은 교육계에 독일까? 아니면 새로운 바람일까? 몇 년 뒤의 교육시장이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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