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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Jun 10. 2021

을의 연애, 이런 건 연애가 아니라 고문이야

짝눈의 나

모든  제자리를 찾길 기다리거 있어

오랫동안 그 애의 자리와 눈망울을 부러워했는데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균형잡힌 두 눈을 부러워할 거란 걸 알았지

언제나 난 그 애가 부러웠어

그 애가 가진 너도 .

나의 부러움의 실체를 알게 된 날 밤 나는 추위에 떨었지 자면서 입김을 내뱉었어

뜨거운 입김을 내뱉으며 네 이름을 불렀지 사랑한다고 말이야

영원히 가질 수 없기에 뜨거웠던 그날 밤 나는 너를 놓아줬어

그리고 오늘 너는 나에게로 왔어

꺼지지 않는 전화. 나만 원한다면 이 전화는 영원히 꺼지지 않겠지 참 이상해

그토록 바랐던 네가, 빛나는 그 애옆에 있던 네가

초라한 내 옆에서 내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게.

너는 왜 여깄니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니

우습게도 나는

다시 그날밤을 추억해

춥디 추운, 내 자리에 꼭 맞는 그날밤

내 것이 아닌 널 붙잡고 어색한 콧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나릴 없이 편안한 외로움을 만끽하는 게 낫다고 여기다가도

너를 내 손으로는 절대 놓을 수 없음을 통감해

지극히도 다른 이를 사랑했던 너를 사랑했던 나

이제는 그 사랑의 고백이 나를 향해있는데 왜 이렇게 초라할까 나는, 항상 언제나 왜 이렇게 초라할까


그 시집 말이야 너의 기쁨이고 행복이던 그 시집 말이야

나는 그게 내내 언저리에 머물러

그녀를 사랑한 너를 나에게 떠올리게 해

너는 정말 그걸 모를까? 어째서 모를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너를 알면서도

만지고 키스하고 안고 전율에 떨어

이러면 네가 가지 않을까 하고

너를 더 깊이 애무하면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고

한편으로는 네가 나를 영영 떠나

이 알 수 없는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을 바라기도 해

익숙한 외로움의 집으로 돌아가면 모든 것들은 나를 환영하겠지

그제서야 나는 네 시를 마음편히 읽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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