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보고 싶고 만나면 시들한
어떤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
없으면 보고 싶고 만나면 시들한 그 사람
가사가 참 마음을 관통한다.
1분 1초 붙잡아가며 온통 지식을 우겨넣기 바쁜 날들을 보내다 그리웠던, 어쩌면 존재할까 싶었던 그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고 기쁜 마음이 아니라 이것 저것, 아쉽고 불만스러운 마음이 든다.
왜 반가워하지 않지?
무슨 10년 20년 된 부부처럼
일주일만에 만나서 제대로 된 인사도 없이.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
차라리 나를 사랑 않는다 했다면 속이 시원했을까?
우리는 원래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어떻게 그 시간들을 함께 보냈는지. 당신과의 교류보단 당신과의 추억보단 그저 상황들이 재밌었던 것 뿐일지.
참 이상하다
사랑한다고 주고 받는 사람인데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이 없다.
여전히 그 사람이 낯설고 내 마음속 얘기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고,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전혀 나누지 않는다.
만나서 밥먹고, 카페가서 각자 할 일 하고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점점, 결혼하자 같이 살자 하는 뜬구름 잡는 말들은 유영한다. 나는 정말로 그와의 결혼을 꿈꿨는데 이상한 일이다. 사랑이 원래 다 이런 걸까? 적어도 내가 꿈꾼 건 이렇게 초라한 것은 아니었다. 나와 그의 사랑은 겨우 이것일까?
사랑한다는 말, 너를 아끼고, 너를 생각하고, 너와 연결되고, 너를 알아가고,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은 2% 정도는 더 들뜨고 행복하다는 그 말이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걸까? 나는 당최 너의 속내를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너는 나에게 밥을 사주고 데리러 와주고 묵묵히 너의 의무를 다한다. 그런 것들을 위안 삼으며 사랑이라고 포장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내가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는 욕심에 상대를 괴롭히고 재는 이기적인 인간인 걸까.
도무지 모르겠다. 사랑을 기대하고 그것으로부터 오는 유익을 누리길 원하면서도, 내가 생각한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돌아오는 길, 피곤한 너의 손을 잡으며 나는 생각한다. 그저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함께 보낸 시간들은 충분히 소중했고 너를 사랑한다 말하던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으며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다고.
너의 굳어진 마음과 사라진 표현들 앞에서 나는 탐정이라도 된 냥 네 마음의 사랑을 핥으려 하지만, 채워지지 않아 목마른 나의 갈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텅 비어버린 사랑의 껍데기를 붙잡고, 너무나 한시적이었던 사랑의 풍선을 잡고 둥둥 떠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이제 헬륨가스가 다 빠져나갔다. 어느새 다 빠져나갔다. 빵빵해서 나를 둥실둥실 띄우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의 풍선이 조금씩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