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덮으려면 다른 걱정을 가져와보자
K사회인은 걱정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필자만 해도 2023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다짐보다 새로운 걱정들을 적어나가며 새해를 맞이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걱정은 다른 걱정으로 대체되었고, 그 걱정거리를 해결하다 보니 원래의 걱정도 같이 해결되는 신기한 일이 생겨났다. 그 이야기가 무엇이냐고?
그것은 3월에 예정되어 있는 전세대출 연장이었다. 전세대출 연장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1개의 단계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내겐 4대 보험이 필요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먹고살겠다고 퇴직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던 상태..) 그래서 알바라도 구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더니 또 다른 산이 날 가로막는다.
대출상품이 중소기업 청년 전세대출(이하 중기청)이다 보니, 이자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혹은 중견기업에 속한 기업이어야만 했다. 젠장. 알바를 하려고 뒤져보니 90% 이상은 일반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른바 '직영점 알바'만이 살길. 직영점과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업체를 조사하여 알바를 골라골라 지원하였으나, 나이가 문제인 건지 30군데 가까이 낙방했다. 차디찬 사회와 마주하던 순간이다.
자 보자. '전세대출 연장'이라는 걱정거리가 어쩌다 보니 '취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걱정이 다른 걱정거리로 대체되면서 나는 다시금 사회생활 최전선에 몰리게 되었다. 30군데 가까이 지원서를 내고서 운이 좋게도 1곳에서 합격의 연락을 받았다. 정말 죽으란 법은 없구나. 그리고 연이란 건 또 있는 거구나 싶다. 온전히 나의 모양을 필요로 하는 회사와 사회가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예술가로 살겠노라고, 거지가 되기 전에 꼭 성공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나라고 어쩔 수는 없었다. 난 10번 넘어져서 10번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앞으로도 수천 가지 걱정거리들을 달고 살겠다만. 걱정거리가 있음으로써 우리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좀처럼 쉽게 서질 않지만, 앞으로도 커다란 걱정을 작은 걱정거리로 쪼개가며 살아가는 지혜를 얻었으니 조금 만족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