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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habgirl Jan 24. 2024

알파벳도 모르면서...

제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키보드입니다.

예쁘죠?

지나가는 직원들이 한 마디씩은 꼭 하고 지나가요.

예쁘다거나, 튄다거나, 핑크색을 정말 좋아하시나보다며 한 마디씩 하게 할 만큼

막강한 미모를 뽐내는 키보드입니다.

이 키보드를 산 건 화사한 컬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전에 쓰던 키보드가 너무 낮아 손목이 많이 아팠거든요.

자판이 높은 키보드를 쓰면 손목이 안 아플 것 같아 장만했고, 실제로 손목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사용한 탓일까요?

구입한 지 4개월 밖에는 안됐는데 키보드의 문구가 참 많이 벗겨졌습니다.

한타는 외우니 보지 않고 칠 수 있는데, 문제는 영타를 칠 때입니다.

저는 영문 키보드를 외우지 못해 영타에서 만큼은 ‘독수리 타법’을 자랑하거든요.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키보드의 문구가 벗겨지고나니 영타를 칠 때 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반복되는 오타는 필수이고, 마음이 급할 때면 오타가 더 엄청나게 나요.

심지어 옆에 다른 팀원이 다가와 같이 영문 워드를 쳐야할 때면 영타를 버벅거려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이 정도면 그냥 영타 배열을 외울만도 한데 저는 왜 외우지도 않고 계속 오타를 내며

벗겨진 자판만 탓하는 지..

나는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면서 동행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왜 그리도 배워라,

노력해라, 참아라 쓴 소리를 해댔는지.

나는 고작 알파벳 배열도 외우기 귀찮아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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