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Y 1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5)
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첫째 날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DAY 1부터 DAY 7까지, 그리고 '법인 설립 그 후의 이야기'로 구성하였고, DAY 1에서는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을 점들’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은 점들
1. DAY 1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2) 동명이인은 싫다고요 : 중복 상호 검색하기
(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4) 주식회사라고 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야 : 주식회사 위치 정하기
(5) 어디에서 일하지? : 사무실 주소 vs 집 주소
(6) 얼마면 돼? : 자본금을 정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 때 유의할 점
(7) 혼자 할 수 있겠어? : 법인 설립은 셀프로? 무료로? 유료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법인을 설립한다고 해서 반드시 번듯한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설립 등기를 할 때만큼은 그렇다. 등기 신청 시에 따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신중해야 한다. 법인의 주소는 단지 우편을 수령할 장소가 아니라, 내 사업의 공식 출발점이자 기반이기 때문이다.
법인 설립 시 등록면허세는 주소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후 사업자 등록을 할 때는 등기부상의 주소와 임대차계약서 상의 주소가 일치해야만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출판업은 사무실이 아닌 주거지 주소로도 설립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대표자의 집 주소가 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불안할 뿐 아니라, 거래처나 금융기관 등 외부 기관에서는 신뢰도가 떨어지는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떤 기관은 주거시설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이나 업무시설에 위치한 주소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주거지가 아닌 별도의 사무실 주소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 임시로 집 주소를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추후 사무실을 얻어 주소를 변경할 경우에는 다시 변경등기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행정 절차와 비용이 발생한다.
출판이라는 업종은 비교적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전자책 위주의 1인 출판사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전용 사무실보다는 공유오피스나 주소만 제공하는 비상주 사무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비상주 사무실을 선택할 때는 몇 가지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우선 그 사무실이 과밀억제권역에 해당하는지, 비과밀억제권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인천 일부 지역은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등록면허세가 기본세율의 세 배로 중과된다. 사무실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비과밀억제권에서는 등록면허세와 취득세가 자본금의 0.4% 수준으로 낮고, 청년 창업자나 중소기업에는 세액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설립 초기에는 매출이 거의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금과 임대료를 아낄 수 있는 비과밀 지역이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막상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일이나 우편물을 수령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집 근처에 주소지를 두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일 수 있다. 특히 서울에 본점을 두면 서울시 도서관이나 서울교육청 소속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어, 단순한 비용 외의 이점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비상주 사무실을 계약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이 가능한지
-건물 용도가 2종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되어 있는지
-건물주의 전대차 동의서 발급이 가능한지
-법인 설립 후 계약자 명의를 법인 명의로 바로 변경해 주는지
-우편물 수령 및 실사 대응이 가능한지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으로의 응답이 신속한지
비상주 사무실을 고를 때, 가격표만 보고 결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점이 많다.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이 반갑겠지만, 그 ‘할인’이 언제까지 유효한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일부 업체는 신규 계약 시에만 적용되는 프로모션 가격을 내세우지만, 막상 재계약 시에는 할인율이 사라지거나, 훨씬 불리한 조건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왕이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주소를 찾는 것이 좋은데, 계약서 갱신 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붙는다면 결국 다시 주소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등기 변경과 관할 세무서 변경까지 이어져, 행정적으로도 번거롭고 비용도 다시 발생한다. 그러니 첫 계약 조건부터 꼼꼼히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결국 나는 강남의 한 비상주 사무실과 계약을 맺었다. 사실 처음엔 비과밀 지역으로 정해서 세금도 아끼고 비용도 줄일까 했지만, 설립 후 실무 처리를 위해 관할 관청을 들락날락해야 할 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더 편한 쪽을 선택했다. 어차피 과밀억제권에 주소지를 두기로 했다면, 집 근처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에 따라 임대료 차이가 컸지만, 우편물을 직접 수령해야 할 때를 생각하면 집과의 거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계약을 마치고 나니 주소가 의외로 외우기 쉬워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자택 주소 외에, 새롭게 외워야 할 주소를 하나 더 갖게 되었다. 비록 2제곱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분명히 임대차 계약을 맺은 앤앤북스의 첫 번째 주소다. 우편물만 대리 수령해 주는 공간일 뿐이지만, 이곳을 시작으로 언젠가는 공유오피스, 그리고 정식 사무실로 이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이어졌다.
그 바람이 쉬운 길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계약서를 보며 나는 괜히 가슴이 설렜다. 집이 아닌 세상 속 주소가 앤앤북스의 실재를 증명해 주는 것 같았다. 단지 주소 하나가 생겼을 뿐인데 세상 속에 작은 발판 하나를 얻은 기분이었다.
앤앤북스는 이제 비로소, 이름뿐 아니라 자리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