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Y 1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6)
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첫째 날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DAY 1부터 DAY 7까지, 그리고 '법인 설립 그 후의 이야기'로 구성하였고, DAY 1에서는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을 점들’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은 점들
1. DAY 1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2) 동명이인은 싫다고요 : 중복 상호 검색하기
(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4) 주식회사라고 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야 : 주식회사 위치 정하기
(5) 어디에서 일하지? : 사무실 주소 vs 집 주소
(6) 얼마면 돼? : 자본금을 정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 때 유의할 점
(7) 혼자 할 수 있겠어? : 법인 설립은 셀프로? 무료로? 유료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법인을 세우기 전, 반드시 고민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어떤 이름을 쓸 것인가,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가, 그리고 얼마만큼의 자본으로 시작할 것인가. 상호명은 끝까지 유지해야 할 법인의 정체성이고 본점 주소와 자본금은 출발선 위에서 첫 발을 디딜 자리를 고르는 일과 같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정할 수 없다.
자본금은 법적으로 100원이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법인을 설립하는 순간부터 세금이 발생하고, 공간을 임대해야 하며, 세무기장을 맡기고 4대 보험까지 가입해야 한다. 아무리 검소하게 시작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준비는 필요하다.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등기를 진행한다 해도 등록면허세, 전자등기 비용, 비상주 사무실 비용, 기장료 등은 피할 수 없다. 대표가 무보수로 일하더라도, 월급과 4대 보험 등 고정비는 법인이 움직이는 순간부터 매달 빠져나간다. 그러니 100원으로 자본금을 정했다가는 시작하기도 전에 망한 법인이 된다.
보통 법무법인에서는 자본금을 최소 100만 원 이상으로 설정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100만 원도 너무 적은 금액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처럼 과밀억제권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등록면허세가 기본보다 3배가량 더 부과된다. 초기 비용과 급여, 4대 보험과 각종 운영비까지 더하면 법인 계좌는 금방 바닥이 보일 것이다.
자본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하나 있다. 바로 2,800만 원. 자본금이 이 기준을 넘지 않으면, 등록면허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단 1만 원이라도 넘는 순간, 초과 금액에 대한 세금과 대행 수수료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기준을 넘길지 말지는 반드시 계산기를 두드려 결정해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본금은 단순히 ‘시작 자본’이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법인 설립 초기에는 매출이 당장 생기기 어렵고, 설령 매출이 생긴다 해도 고정비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자본이 소진되면 법인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 버틸 힘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표가 개인 자금을 법인에 가수금으로 넣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가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어 법인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유상증자는 등기 변경을 포함한 추가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자본금은 ‘내가 매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으로 생각하라고. 3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 기간 동안 매달 빠져나갈 고정비를 계산해 보고, 그 금액에 맞춰 자본금을 결정해야 한다. 손에 들고 있는 현금만 바라보지 말고, 차근차근 지출 항목부터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본금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그 금액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잔고증명서’다. 주식을 인수한 발기인의 계좌에 자본금이 입금되어 있어야 하며, 대표가 주식을 갖지 않았다면 주식을 보유한 발기인의 계좌에서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자본금이 여러 계좌에 흩어져 있다면 하나로 모아야 한다. 인터넷 뱅킹으로 잔고증명서를 발급받을 예정이라면 최소 하루 전에는 입금을 마쳐야 한다. 보통 인터넷상에서는 전일 기준 잔고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만약 당일 기준 잔고가 필요한 경우에는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잔고증명서를 발급받는 동안에는 계좌가 일시적으로 동결되는 경우도 있다. 그 시간 동안 자동이체로 빠져나가야 할 통신요금이나 카드 대금이 있다면,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연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잔고증명서는 등기일 기준으로 2주 이내에 발급된 것만 유효하니, 너무 일찍 발급받아 다시 재발급하는 번거로움도 피해야 한다.
은행마다 발급 방식은 달라서 모바일로 가능한 곳도 있고, 반드시 인터넷 뱅킹(PC)이나 창구를 통해야만 발급이 가능한 은행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자본금을 예치할 은행을 미리 확인하고, 잔고증명서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본금은 그냥 숫자가 아니다. 법인이 처음으로 숨을 들이쉬는 산소이자, 이 작은 조직이 버텨낼 수 있는 체력이다. 이 숫자 하나에 따라 시작의 온도와 속도가 달라지고, 그 온도와 속도는 곧 법인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뒤에서 다시 자본금의 액수와 결정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지만, 이 장에서는 먼저 그 숫자를 둘러싼 실질적인 장치들과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디테일들을 함께 기록해두고 싶었다.
기억해 두자. 법인 등기를 할 때 적는 상호, 영문 상호, 주소지, 자본금, 주주 구성 등의 모든 항목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그 하나하나가 ‘시간과 돈’이다. 등기가 완료된 뒤 이를 바꾸려면 또 다른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곧 절약이다. 특히 자본금은 법인의 생존 가능성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다.
자본금 액수는 법인 초기의 안전망 같은 것이다. 그 숫자를 쉽게 정하지 말자. 내가 가진 현금 안에서 충분히 계산하고 고르고 결정하자. 나는 쉽게 정했고 지금 후회 중이다. 다른 분들은 나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