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AY 1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4)
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첫째 날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DAY 1부터 DAY 7까지, 그리고 '법인 설립 그 후의 이야기'로 구성하였고, DAY 1에서는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을 점들’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은 점들
1. DAY 1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2) 동명이인은 싫다고요 : 중복 상호 검색하기
(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4) 주식회사라고 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야 : 주식회사 위치 정하기
(5) 어디에서 일하지? : 사무실 주소 vs 집 주소
(6) 얼마면 돼? : 자본금을 정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 때 유의할 점
(7) 혼자 할 수 있겠어? : 법인 설립은 셀프로? 무료로? 유료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름을 다 지은 줄 알았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주식회사’라는 말의 위치를 결정해야 했다. 법적으로는 주식회사라면 반드시 상호명 앞이나 뒤에 ‘주식회사’라는 표현을 붙여야 한다. 얼핏 보면 주식회사가 앞에 오든 뒤에 오든 무슨 차이가 있겠나 싶지만, 상법에서는 ‘주식회사’의 위치가 다르면 전혀 다른 주체로 인식된다.
이 위치를 정하는 일은 단순한 포맷 선택이 아니라, 법인이라는 존재의 얼굴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는 ‘주식회사 ○○’처럼 회사의 형태를 먼저 밝히고, 그 뒤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마치 회사라는 틀 안에 브랜드를 담아두는 듯한 구조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브랜드 이름을 먼저 말하고, 그게 법인임을 나중에 설명하는 방식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이름을 강조하고, 기억하게 하고, 다시 떠올리게 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 역시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처음부터 이 출판사를 ‘하나의 회사’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내가 지은 이름 하나를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그 이름으로 책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법인을 선택했기에, 이름이 먼저 나오고 ‘주식회사’가 뒤따르는 방식이 훨씬 더 나를 닮았다고 느꼈다.
실무적인 이유도 있었다. 은행에서 송금할 때 계좌이체 송금자 칸에는 글자 수 제한이 있다. ‘주식회사 앤앤북스’처럼 법인 형태가 앞에 오면, 정작 브랜드명이 잘려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앤앤북스 주식회사’로 표기하면 브랜드명이 먼저 노출되어 수취인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정보는 이론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다. 누군가 그렇게 해보니 더 좋았다는 이야기, 그 작지만 구체적인 조언이 내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단지 보기 좋은 구성을 고르는 일만은 아니었다. 한 번 정한 ‘주식회사’의 위치는 이후에 바꾸기 어렵다. 정관을 고쳐야 하고,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며, 상호 변경 등기까지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행정적으로도 복잡하고, 비용도 들며, 무엇보다 회사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 처음에 얼마나 가볍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얼마나 무겁게 책임져야 할지가 달라진다. 따라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결국 나는 ‘앤앤북스 주식회사’로 결정했다. ‘주식회사 앤앤북스’는 ‘여러 주식회사 중 하나’처럼 느껴지지만, ‘앤앤북스 주식회사’는 ‘앤앤북스’라는 고유한 이름이 먼저 존재하고, 그것이 법인이라는 사실을 뒤따라 설명하는 방식이다. 어감이 달랐고, 인상도 달랐다. 회사의 격식이 이름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이름의 의미가 그 형식을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
앤앤북스 주식회사.
이제 이름이 완전히 완성되었다.
문서 한 장에 적힐 이름 하나가 현실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선택과 멈춤이 필요했다. 이름을 고르고, 그 이름이 이미 존재하지는 않는지 다시 확인하고, ‘주식회사’라는 단어의 위치까지 신중하게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를 조금씩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들였기에, 나는 이 이름을 그저 하나의 표기가 아닌, 온전히 나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제 이 이름은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법인명일지 몰라도, 내게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온 생각과 정체성,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방향이 담긴 문장이다.
작은 이름 하나에 마음을 담고, 방향을 새겼다. 회사를 만든다는 일은, 어쩌면 그 이름에 책임을 지기로 결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그 이름을 책임질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