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1. DAY 1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3)

by 길벗의 앤 Anne


이 글은 <1주일 만에 집에서 출판 법인 세운 여자 - 55세, 온라인으로 시작한 인생 2막(가제)> 중 첫째 날의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DAY 1부터 DAY 7까지, 그리고 '법인 설립 그 후의 이야기'로 구성하였고, DAY 1에서는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을 점들’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적었습니다.


1. DAY 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두면 좋은 점들

1. DAY 11 : 법인 설립 전에 생각해 둘 것들(1

(1) 불러야 꽃이 된다 : 브랜드의 첫 이름 짓기
(2) 동명이인은 싫다고요 : 중복 상호 검색하기
(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4) 주식회사라고 다 같은 주식회사가 아니야 : 주식회사 위치 정하기
(5) 어디에서 일하지? : 사무실 주소 vs 집 주소
(6) 얼마면 돼? : 자본금을 정하고 잔고증명서를 만들 때 유의할 점
(7) 혼자 할 수 있겠어? : 법인 설립은 셀프로? 무료로? 유료로?


전자책으로 출판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려 독자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올립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3 글로벌 시대, 영어 이름은 있어야지 : 영문 상호 정하기


영문 상호는 법인 설립 과정에서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항목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책을 글로벌 플랫폼에 유통할 계획이 있다면, 처음부터 함께 등록해 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나중에 따로 등록하려면 변경등기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나는 이왕 법인을 설립하는 김에, 가능하면 처음부터 완성도 있게 준비하고 싶었다. 영문 상호 역시 그중 하나였다.


법인의 영문 상호는 한글 상호를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기는 방식으로 정해야 한다. ‘앤앤북스’는 본래가 영어를 한글로 음역한 이름이라 자연스럽게 ‘Anne & Books’로 이어졌다. 다만 여기서 하나 더 고려할 점이 있었다. 바로 특수기호의 사용이다. 법적으로는 한글 상호에 ‘앤’이나 ‘앤드’라는 발음이 들어 있을 경우, 영문 표기에서 ‘&’ 기호를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영문 상호를 ‘Anne & Books’라고 쉽게 결정하였다.


그런데 막상 실무에 들어가 보니 문제가 생겼다. 외환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은행 측으로부터 ‘&’ 기호는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다. 결국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Anne Books’라는 이름으로 계좌명을 축약해야 했다.


그 일은 작지만 묘하게 찝찝한 기억으로 남았다. 기호 하나 빠졌을 뿐인데, 브랜드의 인상이 조금 흐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나는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과 ‘실무에서 문제없다’는 말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특수기호는 정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영문 상호에는 보통 법인의 형태를 덧붙인다. Co., Ltd, Corp., Inc. 같은 접미어들이 그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Co., Ltd를 많이 쓰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싶었다. ‘앤앤북스’는 전자책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신생 출판사이기 때문에 이미지 면에서 조금 더 유연하고 가볍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Anne & Books Inc.’라는 이름을 택했다. 길이도 적당했고, 말의 리듬도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영문 상호를 정해 등기 신청을 하고 나서야, ‘Inc.’는 미국 내 법인에게만 허용되는 표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엔 ‘아차, 괜히 썼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등기가 되면 영문 상호를 바꿔 다시 변경등기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다행히 내가 주로 전자책을 유통하려는 플랫폼이었던 구글 플레이북스에서는 이런 접미어 표기에 대해 별다른 제한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름이 생기니 생각이 달라졌다. 애초에 해외 플랫폼 유통까지 고려하지 않았는데, ‘Anne & Books Inc.’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니 자연스레 구글 플레이북스 같은 플랫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름은 결국 방향이다. 내가 붙인 이름이 내 걸음을 결정짓고, 머릿속 계획의 스케일을 조금씩 키워주었다.


영문 상호명은 한글 상호명만큼이나 중요하다. 한글 상호가 나의 내면을 드러내는 말이라면, 영문 상호는 그 이름이 국경을 넘어 어떻게 뻗어 나갈지를 상상하게 해 준다.


좋은 신발을 신으면 좋은 곳에 데려다준다는 말이 있다. 잘 지은 이름 하나로 시작된 길은 생각보다 멀리 이어질 수 있다. 영문 상호는 바로 그 길의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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