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만약 누군가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출퇴근 길에 매일 이 질문을 되뇌고 있을 수 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21살이 되기 전까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잠시 수학 성적이 좋았다는 점과, 문과 직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안 배경이 좋아야 하지만 우리 집안은 그렇지 못하다는 부모님의 이야기 때문에 이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당연히 이과라면 소위 ‘의치한약수’ 라는 전문직 학과 중 하나를 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재수 끝에 지방에 소재한 수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이게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1년이 안되어 자퇴를 하고 다시 수능에 응시하여 지금의 모교에 입학했다. 재수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외롭게 고시원에서 견딘 시간은 오히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게 만들었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 후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공과목을 들어보고 매 학기 동아리 활동에 참여했다. 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는 일을 찾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관련 직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게 직장생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믿음조차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이직부터 창업까지, 그렇게 내 커리어 방황기가 시작되었다. 현재도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경험만이 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황의 시간 속에서 읽은 책 한 권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은 1. 소중한 일 2. 잘하는 일 3. 좋아하는 일에 모두 해당되는 일이며, 위의 순서로 그 답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한 경험 자체뿐만 아니라 그 경험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강조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무엇이 내게 소중한 일인지, 어떤 가치관을 지키고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다. 언제나 지금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했고, 그 일들을 직접 해봄으로써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에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일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라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특히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에 쉽게 싫증을 느끼는 성향을 가진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변화가 더 잦을 수 있다.
내게 소중한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가치를 지키고 나누며 살고 싶은 것일까? 언젠가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를 갖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부터 다시 고민해보려 한다. 더 열심히 기록하며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