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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대로 산다는 건

데모도 ep70

by 글짓는 목수

“와놔! 이거 뜨거워서 일을 할 수가 없네 도대체가”

“엇~ 데이빗 형님!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는데욧?”


뜨거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호주 곳곳이 불타고 있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복사열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마른 대지는 곳곳이 불길에 휩싸여 다시 하늘로 열기를 내뿜었다.


한 여름,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택건은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눈은 체온에 녹아내려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눈을 만지자 바스러져 가루가 되었다. '후'하며 입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회색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시드니 주변의 삼림이 타들어가면서 그 잿가루가 도시까지 날아들고 있었다. 하늘은 산불의 연기와 잿가루들로 뿌옇게 변해가고 있었다. 연기 속에 갇힌 태양빛과 그 열기는 대지의 공기를 더욱더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시드니는 화염 속에 갇혀 용광로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이건 비단 시드니뿐만이 아니었다. 호주 곳곳이 불바다로 변해가고 있었다.


“형님! 메케한 냄새가 여기까지 날아오네요 오늘 도저히 일이 안 되겠는데요.”


아드리안은 하늘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흔들며 데이빗 목수에게 말한다.


“그래 안 되겠다. 오늘은 이만 철수하자”

“엇! 그럼 일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야~ 일을 안 했는데 무슨 일당이냐?”

“아~ 안되는데 돈 벌어야는데…”

“아놔 이자쉭! 알았다 알았어! 반나절 일당으로 쳐 줄게! 가자 날도 뜨거운데 어디 가서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자”


결국 데마찌다. 그래도 택건은 오전 반나절 일당이라도 챙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셋은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근처 한인 타운에 있는 펍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들처럼 데마찌가 난 공사장 인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며 낮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펍 안 곳곳에 걸려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호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산불 소식이 ‘Breaking News’(뉴스 속보)라는 빨간 자막과 함께 계속 생중계되고 있었다. 펍 안에 사람들은 술기운에 달아오른 얼굴로 스크린 안 불구경에 빠져있었다.


“택껸~ 넌 뭐 하러 여기 호주까지 와서 노가다하고 있냐? 얼굴도 곱상하게 생겨가지고 이런 일 할 놈 같지는 않은데… 이십 대 워킹이면 이해라도 하지, 근데 넌 불혹의 나이에…”

“제발! 택건이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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