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살아가면서 인간이 한 번쯤은 아니 수십 번은 고민해 보는 주제가 아닐까? 여기서 나는 섹스의 중요성에 관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섹스에 있어서 남녀가 서로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성생활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남녀 간의 섹스는 정신과 육체의 교감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을 때 황홀한 쾌락과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남녀는 서로 지속적으로 그 쾌락과 행복감을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공동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정신과 육체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그 중요한 두 가지 중 우리는 항상 정신적인 사랑은 이러쿵저러쿵 드러내 놓고 얘기하지만 육체의 사랑에 대해서는 여간해선 남들 앞에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숨은 관심
과거 섹스에 관한 서평[인생학교- 섹스, 알랭드 보통]을 쓴 적이 있다. 이상한 건 이 서평이 좋아요는 별로 없는데 조회수는 꽤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만큼 섹스라는 주제을 다룬 내용은 은밀히 남 모르게 즐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는 듯하다. 섹스에 대해 드러내 놓고 얘기하면 자신이 저급한 인간으로 여겨질 것 같은 두려움이 존재한다. 유일하게 인간만이 숨어서 섹스를 이야기하고 숨어서 섹스를 한다.
인간 또한 섹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성적 동물이다. 섹스 파트너가 없다면 다른 수단으로 그 성적 욕구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건 사고가 생기곤 한다. 자웅동체가 아닌 암수로 나뉜 동물 모두는 교미(섹스)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고 개체의 존속을 이어나간다. 특이한 점은 인간도 물론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지만 인간에게 섹스는 종족번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섹스는 생식(生殖) 활동인 동시에 삶을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가지려는 부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남녀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위해 섹스에 임한다. 그렇기에 인간에게는 동물과는 달리 별도의 번식기가 있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섹스를 할 수 있고 그 욕구가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온다.
소설 속 앙꼬
앙꼬 없는 빵이란 말이 있다. 앙꼬 없는 빵은 맛이 없다. 밋밋하다. 장르를 불문하고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앙꼬가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다. 나 또한 소설을 쓰면서 남녀의 사랑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그 미묘한 남녀의 감정과 행동을 묘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것이 정해진 룰이라는 것이 없기에 많은 연애 경험을 가진 자들이 아무래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야장천 연애를 해서 경험을 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욱 안타까운 건 그런 이성도 없다. 현실의 연애와 사랑은 제약(시간적, 공간적, 물질적)이 많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서 빠질 수 없는 섹스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고 이것을 빼고 남녀의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플라토닉 사랑만으로는 불완전하다. 실전을 경험하기 힘들다면 이론이라도 익혀야 한다.
[거꾸로 섹스]는 산부인과 의사가 남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성생활을 위해 육체적인 관점에서 집필한 책이다. 책은 남녀의 신체, 성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남녀 성기 각 부분의 구조 및 역할까지 어떻게 하면 성적 쾌락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까를 잘 알려주고 있다. 그런 남녀 간의 성적 만족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며 식지 않는 사랑을 유지해 가는 방법을 얘기한다.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몰랐던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한다.
끊임없는 피스톤 운동은 왜?
섹스에 대해 지극히 육체적인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섹스는 피스톤 운동으로 축약할 수 있다. 물론 피스톤 운동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것을 빼놓고 섹스를 완성할 수도 없다는 것은 남녀 모두가 인정하는 기정사실이다.
그럼 왜 우리는 이런 힘든 피스톤 운동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쉼 없이 해대는 것일까? 누군가는 대답할 것이다. 좋으니까, 성적 쾌락을 위해서, 사정을 위해서, 그게 성행위의 본질이니까 등등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고릴라는 10초 걸리지 않고, 토끼는 3초 안에 사정합니다. 연어와 같은 어류는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방정(사정)을 하여 수정을 시키는 데 이 단 한 번의 합방으로 수명을 다합니다. 피스톤 운동 없이 임신만을 위한 섹스를 한 것입니다"
- [거꾸로 섹스] 중에서 -
동물들은 왜 그 황홀한 섹스를 저렇게 짧은 시간 안에 끝내버리는 것일까? 인간이 어떻게든 삽입과 피스톤 운동 시간을 더 오래 지속하려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동물들은 아주 빠른 시간에 교미(섹스)를 끝내버린다.
"인간과 동물은 다르니까 그렇지"라고 얘기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인간도 동물의 한 종류로 봤을 때 진화생물학적으로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맙게도 책은 그 이유를 상세히 알려준다.
동물들이 교미(섹스)를 빨리 종료하는 것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 말은 자연 생태계에서 교미의 순간은 상위 포식자 혹은 경쟁 상대(수컷)로 부터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다. 남자들 사이에서 웃으면서 사정을 빨리하는 남성을 "토끼"라고 놀려대지만 토끼는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들판에서 인간처럼 몇 분 동안 피스톤 운동을 하가다는 목숨이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피스톤 운동은 질과 외음부에 충분한 자극을 주어 여성에게 오르가슴을 느끼게 하기 위한 행위입니다....(중략) 하지만 실질적으로 남성이 피스톤 운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입니다. 피스톤 운동으로 귀두에 반복적 자극을 주어 사정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거꾸로 섹스] 중에서 -
여성의 성기는 남성의 성기를 삽입하고 피스톤 운동을 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피스톤 운동이 여성의 오르가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피스톤 운동이 여성의 클리토리스와 안쪽 지스팟을 간접적이고 지속적인 자극을 전달하긴 하지만 그 자극이라면 다른 수단 즉, 남성의 애무를 통한 손가락이나 입 혹은 혀를 이용해서도 자극이 가능하다. 피스톤 운동은 지극히 남성을 위한 행위인 것이다. 물론 이것도 여성마다 견해가 다를 수는 있다.
"조루로 고민하는 남성은 전체 남성의 20~30% 정도이고 지루로 힘들어하는 남성은 1~2% 정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거꾸로 섹스] 중에서 -
오래 하는 것을 고민하는 남성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짧은 시간 때문에 힘들어한다. 안타깝지만 남성들은 여성의 성기에 삽입 후 얼마나 오랜 시간 피스톤 운동을 해낼 수 있느냐가 자신의 성적 자신감의 크기와 비례한다. 비아그라와 온갖 정력제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다 그 때문 아니겠는가.
남성은 자신이 사정 때 느끼는 쾌감을 여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넣어다 뺏다를 수없이 반복하지만 여성이 성적 흥분이 도달하기도 전에 작렬하게 전사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들은 그런 남성을 바라보며 그의 가상한 노력과 진정성 있는 태도에 비록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그 남자의 사랑을 확인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한다.
쾌락을 빙자한 노동 착취?!
무슨 뜻이지 궁금할 것이다. 사실 이런 남성의 장시간의 피스톤 운동은 자신과 파트너의 쾌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단순히 섹스가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생물학적으로 섹스의 목적은 종족 번식이라고 앞에서 언급했다.
"야~ 얼래리 꼴래리! 니 버섯 대가리는 어디 갔냐?"
어린 시절 친구들끼리 목욕탕에 가면 서로의 고추를 보며 이렇게 놀려댔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어린 시절 많은 남자아이들이 부모의 꼬임에 넘어가 포경수술을 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먹고사는 바쁘셨는지 나의 고래 사냥을 깜빡하신 모양이다. 나는 뒤늦게 성인이 되고 입대 전 내 발로 찾아간 비뇨기과에서 포경 수술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여자 간호사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수술 접수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굳이 이 포경수술을 해야 하느냐에 갑론을박 얘기가 많다. 과거 유대인들의 할례 의식이 기독교 사상을 타고 한국에 까지 흘러들어온 탓에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럽게 포경수술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표피가 뒤로 벗겨지는 경우도 많고 자신이 표피 안을 청결하게 관리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는 학설이 우세하다. 일부 학자들은 포경수술을 통해 강제로 표피를 잘라내는 것이 성감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버섯이 된 이유
아무튼 이 남성의 귀두 모양이 마치 우산 같은 버섯모양을 한 데는 다 그 만한 이유가 있고 이것이 남성이 쉬지 않고 오랜 시간 피스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원시 수렵 사회에서는 남성이 수많은 여성과 섹스를 했을 것이다. 그 말은 여성 또한 수많은 남성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말이다. 남성은 밤이 찾아들면 어둠 속 동굴 속에서 여성을 몸을 더듬으며 이 여자 저 여자의 성기에 삽입을 하며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렸을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남성은 자신의 유전자가 살아남게 하기 위해 다른 유전자를 제거해야만 했다.
바로 이 버섯 모양의 귀두가 여성의 질 속에 남아있는 다른 남성의 정액을 밖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계속적인 피스톤 운동으로 질 속에 남아있는 다른 남성의 정액을 밖으로 긁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두 번으로 제거될 수 없다. 자신의 유전자가 수정될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피스톤 운동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앞부분에는 전립선 액이 주로 함유되어 있어 정자의 활동성과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자극원이 되고, 뒷부분에는 정낭(Seminal vesicles)의 용액이 있어서 생존율과 활동성을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 [거꾸로 섹스] 중에서 -
남성이 사정을 하기 전에는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먼저 방출된다. 그리고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정 뒤에는 뒤에 들어올 다른 남성의 정자를 공격하는 액체를 방출하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남성의 성기는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고 퍼트리기 위해 최적화되었고 그것을 위해 쉼 없이 땀 흘리며 피스톤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남성의 성기 모양은 여성의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섹스를 통해 여성의 질 속 노폐물을 제거해 주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여성이 하지 않는 여성보다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세미예의 건강한 대안미디어 -
또한 출산과도 연관되어 있다. 출산이 여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아이가 자궁에서 질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엄마의 몸속 노폐물을 모두 가지고 나가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통해 출산한 여성은 출산하지 않은 여성보다 부인병 발병률이 낮고 더 건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알려져 있다. 어떻게 보면 아기는 어머니의 몸속 더러움을 모두 가지고 빠져나왔기에 더욱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정신을 지배해온 유교 가치관 때문인지 남녀의 육체적인 관심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육체와 정신은 분리될 수 없다.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녀가 서로의 육체를 알아가고 공부하는 것은 자신 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서로의 육체를 잘 알고 서로가 원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모든 남녀가 같지 않다. 남녀의 육체적 관계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둘만의 은밀하고도 즐거운 관계와 방법을 찾아가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 남녀가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래 간만에 은밀한 책을 읽으며 섹스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은 내가 몰랐던 남녀 신체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 주었다. 남녀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인 것 같다.
부끄럽게만 여기는 성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진정한 성교육이 아닐까?
거꾸로 섹스 글짓는 목수 (유튜브 계정)
https://youtu.be/kgsfDf94if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