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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Mar 03. 2024

이상형의 3가지 조건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색과 체

“내가 꿈에 그리던 사람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됐을 때 곁에 온다”


  -  색과체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중에서 –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상형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고 인생의 동반자로 한평생을 살아가는 드라마 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 그건 바로 당신이 그런 이상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에 그리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꿈에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은 쉬자~]


데마찌(휴무)다. 사장한테서 문자가 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일을 했다. 물론 비를 피할 곳이 있긴 했지만 비가 오면 외장공사는 불편한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일을 쉰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살이 쏟아진다. 아침부터 30도를 치솟는 기온이 오후가 되자 40도를 넘어섰다. 무더위는 피해야 한다. 얼마 전 무더위 속에 일을 강행했다가 팀원들이 더위를 먹었다. 나도 집에 와서 계속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픈 것이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요즘 무더위는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이런 예상치 못한 휴식이 좋다. 기대 없이 얻는 수확이 더 많은 기쁨을 안겨준다. 뜬금없이 받는 선물은 감사와 함께 놀라움도 함께 주기에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각종 기념일이나 명절보다 평소에 뜬금없이 찾아오는 특별함을 사랑한다. 인생은 이런 예상치 못한 기쁨들이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살아볼 만하다.


무더위를 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나는 이런 날이면 도서관을 찾곤 한다. 시원하고 쾌적한 책장 사이를 오고 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어랏?!’ 하는 느낌이 오는 책을 만나면 그 자리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그런 상황이 즐긴다. 오늘 예상치 못한 휴식 속에 예상치 못한 책을 만났다.


‘색과 체’ 저자는 나처럼 필명을 쓴다. 책 제목과 표지의 느낌이 여성작가이다. 잠깐 읽어본 그의 문장 또한 섬세하고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남자였다. 책은 한 남자의 첫사랑 경험에서 얻은 사랑에 대한 그리고 이별에 대한 감상을 실은 에세이였다. 문체가 편안하고 아주 감성적이며 또한 진솔함이 담겨 있어 술술 읽힌다.  저자가 얘기하는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 중에 서두에 문장이 오래도록 눈에 밟힌다.

색과 체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모두가 자신만의 이상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쁘고 잘 생기면 장땡이겠지만 그건 짧은 시간의 눈호강일 뿐이다. 관계의 지속을 위해서는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두리뭉실한 이상형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디테일한 조건의 이상형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이상형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게 이상 세계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 개개인의 이상형을 얘기하다 보면 이 이상형의 조건은 3가지의 포괄적인 영역으로 나눠짐을 알게 된다. 저자의 책을 읽다가 문득 이 세 가지에 관한 상념이 떠올라 그것에 대해 끄적여 본다.


첫번째, 외적 조건 (외모, 보이는)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다. 이건 나의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얘기해서 이젠 지겨울 정도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은 여러 감각 기관 중 시각에 거의 70%가량을 의존해 사물과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이성을 볼 때도 이 외적인 부분을 절대 간과할 수가 없다. 이건 이성으로 느껴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 외적인 것들이 눈을 현혹해 잘못된 판단과 후회를 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눈에 보이는 외적인 조건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내면을 포장하고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성적 유혹은 눈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겉모습에서부터 시작된다.

외모와 신체 조건

오랜 세월 인간의 유전자는 시각을 통해 이성의 능력을 측정하는 빅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축적된 유전적 정보가 많다. 하지만 인류 산업 문명의 급격한 발전은 겨우 200~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 기간 동안 비시각 정보로 판별되는 능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쉽게 말하면 과거 원시 수렵채집 시대엔 몸짱 체력짱인 남녀 즉 건강한 신체능력을 가진 자가 가장 매력적인 대상으로 여겨졌다. 약육강식의 야생 밀림에서 살아남으려면 후세에 더 좋은 신체적 조건(유전자)을 물려줘야 한다.


그 유전 정보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이것이 가장 오랜 세월 축적되었기에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외모와 신체조건을 가장 먼저 보고 이 대상을 수컷 혹은 암컷의 영역으로 받아들일지 아닐지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우린 이제 더 이상 수렵채집생활을 하지 않는다.


두번째, 내적 조건 (교양, 보이지 않는)


인류가 문명사회로 나아가면서 이제 신체적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생겨난다. 언어의 발전과 문자의 발명 그리고 공동체 생활을 위한 규칙과 질서가 필요해진다. 지적 능력이 요구된다. 이 지적 능력에는 인성도 포함된다. 지적 능력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성과 감성의 능력이 부각된다. 우리는 이걸 포괄적으로 ‘교양’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교양 있는 남녀

사람의 모으고 그들의 힘을 이용해야만 더 큰 공동체와 문명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그건 보통 이성과 감성에 지적 소양을 갖춘 소수의 리더들이 만들어 간다. 우리는 역사 속에 그런  인물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자들을 위인 혹은 성인이라 일컫는다. 뭐 동반자를 고르는데 위인까진 아니더라도 내 삶의 동반자가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갖추고 여기에 약간의 지적 소양을 가지고 있길 바라는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외모는 짧은 시간에 빠른 동공 스캔으로 확인이 되지만 이런 보이지 않는 능력과 인성은 함께하는 시간을 견뎌봐야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1차 관문인 외적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2차 관문으로 갈 가능성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1차 관문을 위해 보이는 모습에 많은 돈과 시간을 쓴다. 뷰티와 패션 산업이 성행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 1차 관문에 불합격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 상대와 생활 영역이 겹치면서 2차 관문이 1차 관문으로 바뀌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콩깍지라는 것이 생긴다. 외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상대의 내면에 반해버리기도… 물론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내구성이 강하다. 오래간다. 왜냐 외적 요인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지만 내적 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


“혈액형이 뭐예요? 별자리가 뭐예요? MBTI가 뭐예요?"


이젠 모두가 이 내적 조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내가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지 알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그래서 갖가지 동양철학(점성술, 명리학등)과 심리학 혹은 정신분석학에서 조언을 구한다.


모든 궁금증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지식을 이용해 상대의 내적인 것들을 파악하려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서 모든 경우의 상황을 다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랜 시간 축적된 인간의 유형 데이터를 활용해 상대의 내적인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려 한다. 인간 관계도 속도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맞지 않는 관계를 맞추려 돈과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손절할 건 빠르게 손절하고 이익이 되는 관계를 찾아야 한다. 특히나 이성관계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성관계는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다. 문제는 이런 신중함이 만남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 유형 데이터가 상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이것이 또한 상대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다. 양날의 검과 같다. 가장 정확한 것은 상대와 시간을 함께 지내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알다시피 우리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한다. 제한된 시간 한 사람에게 올인할 만큼의 끈기는 이제 어리석음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옵션이 많은 세상이다. 연애와 결혼도 돈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편입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서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옵션이 많아지니 더 선택하기 힘들어졌다. 이걸 고르자니 저게 아쉽고 저걸 하자니 이게 눈에 밟힌다. 인간도 상품 된다.


뭐 어쨌든 어떤 누군가가 시간을 견디고 1차와 2차 관문을 모두 합격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세번째,  현실적 조건 (돈과 능력)


문명이 발전하고 이제 산업자본 사회로 나아가면서 인간에게는 또 다른 것이 요구된다. 외모가 뛰어나고 교양을 갖추었다고 반드시 돈과 능력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부과 권력을 늘리는 능력, 즉 직업을 의미한다. 삶을 견디려면 이 두 가지를 무시할 수 없다. 두 남녀가 삶을 함께 견뎌내려면 돈은 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돈이 없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도 가져야 한다.


두 남녀가 현실에서 떠나 에덴동산에서 살아간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남녀가 현실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이 현실적인 조건들에 반드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고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 남녀는 이 현실적인 것들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노화가 진행되고 기력이 쇠해지면 무거운 현실을 지탱할 다른 힘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그게 바로 돈이다.

현실적 조건

“늙으면 돈이라도 있어야지 없어봐라. 누가 쳐다나 봐주는지 자식이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어”


이곳에 와서 어르신들이랑 많은 교류를 하면서 심심찮게 들었던 말이다. 늙으면 늙을수록 돈에 의지한다. 안타깝지만 자본주의 세상은 돈을 사람 위에 올려놓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인본은 자본 위에 세워진다.


“철 모를 때 결혼해야 돼”


그래서 그 어르신 분들은 이런 말도 하시더라. 현실적인 조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젊음이 있을 때 동반자를 찾아서 결혼하라고 그때는 1차 혹은 2차 관문만 통과하면 되기에 그나마 쉽지만 나이가 들면 관문이 늘어나서 통과하기가 어렵나니.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아마 이 현실적인 조건까지 채워져도 또 다른 조건을 찾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옆에 있는 상대에게서 만족과 감사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이지 아닐까?


“외적으로 맞는 사람은 함께 있을 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주었지만 성격이 맞지 않으니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했다….(중략) 외면적으로 내면적으로도 이상형인 사람을 만나니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매번 다투었다고 했다”

 

 - 색과 체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중에서 -


저자는 과거 연애 경험 속에 이 세 가지 조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나 또한 과거 상대를 찾을 때 그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외면적, 내면적 그리고 현실적으로 준비가 안된 불완전한 사람임은 모르고 상대가 완벽하길 바랐다. 인간은 모두가 결핍을 가지고 있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짝을 찾는 것임에도 남녀는 풀 컨디션의 상대를 만나고자 한다. 그런데 사실 풀 컨디션을 가진 남녀는 더 이상 짝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과거 ‘배우자의 조건’ [의미 있거나 재미있거나 아니면 편안하거나]이라는 에세이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이건 2차 관문(보이지 않는 조건)을 또 3가지로 세분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각각의 관문 또한 세분화시켜 그 안에 또 다른 작은 관문들을 만들어 조건을 따지는 것이 인간이다. 결국 상대가 현재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없는 것만 찾아낸다. 만족과 감사를 모르는 자가 모든 조건을 따지는 것이다.


만약 조건에 부합하는 자를 만나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그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자신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럼 당신도 그런 상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서로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야 말로 진정한 사랑으로 나가가는 방법이 아닐까!?


당신이 상대에게 채워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색과 체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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