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영상 사이

유튜버가 되다

유튜버가 되었다.

며칠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 글 속에 머물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 없었다. 새로운 도전이자 다시 현실 세계로 나아가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글은 이상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상이 커져갈수록 현실은 초라해지는 법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져가는 것을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상을 현실로 옮겨보기로 했다. 나의 이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건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보여주기로 했다. 세상이 원하는 궁극의 기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리얼하게 말이다. 비주얼리제이션(Visualization, 시각화)이다. 머지않아 AI도 눈에 보이는 로봇으로 그 모습과 형체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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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상 불안하다. 물론 알 수 없기에 기대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어지기 시작하면 기대보다는 불안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의 삶이 고통으로 변해가는 건 시간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은 시간의 개념을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또한 시간 때문에 우리는 항상 구속받고 또 고통받는다.

글을 쓰며 가상 세계(인터넷)의 무명 작가로 살아온 지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6년의 시간 동안 적지 많은 양의 텍스트 속에 수많은 나를 새겨 넣었다. 지나온 텍스트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600여 편의 글이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올라가 있더라. 그리고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비밀 일기와 수많은 비공개 원고(소설)들이 웹하드와 나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다.

'이걸 모두 종이 책으로 만들면 아마 몇 권이나 될까?'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나는 수시로 대형 서점을 찾았다. 그곳에서 내가 전자책으로 즐겨 읽었던 책들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았다. 글은 종이에 있거나 화면에 있거나 그 의미나 뉘앙스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는 여전히 종이가 가진 오프라인의 질감을 선호한다.

훑어보고 가장 뒷면에 있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E-mail 주소들을 메모했다. 수십 개의 출판사의 이메일 주소를 정리했다. 그리고 내가 여태껏 써왔던 원고들 중에 비슷한 유형들의 글들을 엄선해 출판사에 투고했다.

[소중한 작품을 출간하지 못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출간하기에는 다소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본사의 출간 분야와 방향과는 차이가 있어 원고를 반려드리오니 혜량 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수많은 거절의 메일이 날아왔다. 짧은 기간 그 많은 거절을 받으면서 그것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다. 거절은 언제나 두렵고 가슴 아프지만 그것이 나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 뭐 종이책만 책은 아니잖아'

종이책 한 권 없는 작가지만 책은 결국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 아니던가? 요즘은 도서관에 가면 책을 빌려서 읽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다시 제때에 반납도 해야 하고 책에 임의로 메모나 표시도 할 수 없다. 책이 파손되면 벌금도 크다. (호주는 책값의 두 세배를 배상해야 한다) 너무 번거롭다. 물론 종이 책이 질감도 좋고 잘 읽히는 것은 사실이다. 이건 인류의 유전자가 인쇄술을 발명하고 근 2000년간 종이책에 길들여진 결과이다. 나도 종이책을 선호한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종이 책이 좋다. 소설은 흐름을 끊지 않고 읽어야 한다. 메모나 밑줄 같은 것이 굳이 필요 없다.

하지만 비문학은 곳곳에 메모와 밑줄이 필요하다. 나중에 다시 찾아 보고픈 문장에 표시를 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독후감을 쓸 때 그 문장과 구절을 보며 그때의 상념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읽고 싶은 책을 다 살 수도 없다. 난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한다. 책은 너무 무겁다. 집도 없는데 책을 놓은 곳은 없다. 그래서 난 전자책으로 책을 구독하고 구매하며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꺼내 읽고 듣는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나는 전자책처럼 내 글이 다른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글쓰기 플랫폼과 SNS를 활용해 나의 글을 오픈하고 더 많이 나의 글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 세상은 바야흐로 콘텐츠의 홍수시대이다. 너무 많은 콘텐츠가 있다. 손쉬운 방법은 누구나 한다. 그래서 너무 많고 쉽게 잊힌다. 서점에 가서 종이책을 직접 고르고 사면 그건 시간과 경험을 통한 만남이고 인연이다. 이건 특별하다. 그래서 더욱 오래 기억된다. 온라인 세상 속에 나의 글은 마치 사막의 모래알과도 같다. 모래알 하나하나를 현미경으로 드려다 보면 모두 각자의 모양과 질감이 다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보석을 찾으려면 자세히 드려다 봐야 한다.

도서관과 서점에 놓인 그 수많은 책들 그리고 인터넷 바닷속 수많은 콘텐츠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둘씩 쌓이고 늘어나면 조금씩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간을 견디고 자신의 모래알을 계속 만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계속 쌓이고 늘어나면 사막 위에서 그 형상을 드러내고 때가 이르러 그 양과 질의 변화를 스스로 느끼고 또 누군가는 그걸 발견할 것이다. 그 누군가는 그것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알리고 퍼져갈 것이다. 우리는 이 기다림을 견디지 못할 뿐이다. 사실 이 기다림은 인내와 성장의 시간임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성장을 멈춘다.

성장은 변화한다

이젠 콘텐츠의 질과 양도 중요하지만 그걸 어떻게 오픈하고 노출시키느냐도 중요한 시대이다. 며칠 전 브런치에서 내가 즐겨 찾는 작가가 올린 글[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_Francis Lee]을 읽었다. 그는 실로 엄청난 양의 글을 게재한 작가였다. 글도 개성 있으며 자신의 색깔도 뚜렷하다. 사회비판적인 글을 주로 쓰는 작가인데... 가끔 그의 글을 읽다가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한동안 글을 멈추었다. 사실 난 그가 글을 멈춘 줄 몰랐다. 그렇다 정보의 홍수 속에 그가 올릴 때마다 오는 알림에 한 번씩 그의 글을 드려다 본 것이었다. 글이 업데이트 안되니 알림도 없다. 그렇게 잊혀 가는 것이다. 요즘 시대는 그렇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려면 그의 시간을 잡아둘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든 정신적인 생각 속에 함께 하는 생각이든 말이다. 이 두 가지가 병행되면 그 사람은 나의 인생 스토리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글과 돈의 상관관계

그가 다시 글을 올렸다.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었다. 그건 바로 글이란 콘텐츠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글은 쓰는데 적잖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함에도 이 글이란 콘텐츠가 돈으로 전환되는 것이 쉽지 않다. 시간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는 노동 시장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글쟁이들의 현실이 그리 순탄치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글로 토해내는 스트레스 해소의 또 다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기간 글을 써나가다 보면 정제되고 성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격과 문체

그 정체성은 바로 자신만의 문체이다. 성격은 삶 속에서 드러나고 문체는 글 속에서 드러난다. 성격과 문체는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다. 둘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만 또한 서로와 멀어지는 모순의 관계이다.

왜냐 문체는 변한다. 물론 성격도 변한다. 그런데 문체는 계속 남아 있다. 과거에 내가 썼던 글이 현재의 나를 모두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왜냐 글이 사람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나와 작품(글)이 같지만 다른 이유이다. 왜냐 계속 쓰려면 사유(思惟: 대상을 두루 생각함)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성격의 변화도 수반한다. 이건 사실 변화라기 보단 통제에 가깝다. 불은 위험하지만 통제되면 유용해지는 이치이다. 그 통제에 능숙해지면 성격과 성질이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문체도 변하지만 변하지 않기도 한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할 것이다. 문체는 과거 책 속에 혹은 온라인 플랫폼에 모두 남아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글은 달라진다. 변화한다. 글을 쓰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글을 많이 쓰면서 퇴화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과거의 문체와 현재의 문체 그리고 미래의 문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건 한 순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변해간다. 그 변화는 작가의 삶이 주도한다.

왜 쓰지 않는가?

그런데 사람들은 왜 쓰지 않는가? 이건 앞에서 설명한 데로 글이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본(人本) 주의에서 자본(資本) 주의로 바뀐 세상에서 이 돈을 무시하면 당신도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돈은 곧 힘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돈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물론 돈이 너무 많을 필요는 없다. 많으면 근심만 더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우리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 사람들 모두가 글을 쓰면서 돈도 번다면 세상은 아마 아주 아름다운 세상이 될 거라 확신한다.

"1층에는 아주 고가의 인기상품, 또는 한정판, 예약상품들만 소량 취급하는 데 반해, 2층은 좀 더 보편적인 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2층은 일명 '평범한 일상' 코너로, 소소한 여행이나 친구를 만나는 꿈, 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중에서 -

과거 이 소설을 읽고 상상을 해봤다. 만약 사람들이 쓰는 글이 모두 화폐로 전환된다면 어떨까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모두가 써야 하는 세상, 그런데 그 글은 AI(신)가 판단해서 가치를 매긴다. 그럼 사람들은 좋은 글, 감동적인 글, 유용한 글들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사유해야만 한다. 그럼 우리는 사물에 투영하던 세상의 모든 가치를 글(생각)로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모두 성장(정신적)하고 좀 더 인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왜냐 글을 계속 쓴다는 것은 사유하고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반드시 선하고 진실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비논리적이거나 비이성적이고 막무가내는 없다. 왜냐 글은 문학과 비문학 모두 맥락과 논리와 그리고 이성(理性)을 배제하고는 계속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글도 예술의 한 종류이지만 이성을 붙들고 있는 예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쓰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보다 돈을 쓰는 것을 더 선호한다. 돈을 쓸려면 먼저 벌어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번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팔아서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

“부(돈)는 생산적 노동의 목적이면서 결과로써, 다시 말해, 인간의 노동이 물질적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 것을 의미한다”

- 헨리조지 [진보와 빈곤] 중에서 –

인간의 모든 활동이 노동으로 규정된다. 부가가치가 있는 생산(재화와 서비스)만이 노동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물, 즉 상품이 되어가는 이유이다. 이건 인간도 포함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사회가 지향하는 존재의 이유를 찾고 설명해야만 하는 시대이다. 실존만으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당신도 스스로를 사물(상품)로 만들어 누군가가 돈과 시간을 쓰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그렇게 돈도 안 벌고 그렇게 백수(白手)처럼 살아서 되겠어요?"

누군가 내게 말했다. 돈을 벌지 않으니 백수라고 하더라. 그래서 백수를 찾아봤다.

백수(白手) : 손에 아무것도 갖지 않거나 맨손으로 하는 일을 두루 뜻하였다. 무력 항쟁에 맞서는 무저항 운동에 주로 쓰였다. [네이버 국어사전]

백수처럼 살아도 될 것 같았다. 백수도 일을 하고 있는 것이더라. 글을 쓰는 건 맨손이면 충분하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 아, 시대가 변해서 노트북 한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일이지만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가장 힘든 노동이다. 왜냐 이건 1차적으로 타인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최초 글쓰기의 목적과 결과가 돈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쓰는 행위는 지극히 자신을 위한 행위이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사유의 과정이므로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것이지, 타인의 이익과 만족을 이끌진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동력의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은 나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재화와 서비스가 타인에게 만족감(육체적, 정신적)을 주었기 때문 아니던가. 그럼 글이 돈이 되려면 타인에게 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단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읽혀야 한다.

독서 지옥, 한국

문제는 한국인은 독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수요가 적다는 말이다. '한글'이라는 언어의 읽기 수요가 기본적으로 적다. 요즘은 모두가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듣기와 보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더 빨리 만족과 쾌락을 느낀다.

물론 영상의 시청은 생각(사유) 없이 지식을 잠시 빌려 쓰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영상을 보는 동안 당신의 뇌는 사유하지 않는다. 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빨리 알고 싶고 빨리 적용하려면 영상이 가장 빠르다. 당장 눈앞에 궁금증과 해결책만 찾기 바쁘다. 고민과 생각은 모두 구글신과 AI에게 맡긴다. 내가 계속 멍청해지는 동안 AI는 더욱 영리해진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자, 특히 한글로 쓰는 자는 글을 돈으로 만들기가 아주 어려운 것이다. 만약 나의 모국어가 영어였다면 상황은 좀 나았을 것이다.

“작가는 뇌를 들고 다니기 어렵지 않지만, 그 뇌를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는 모국어로 짜여 있다. 작가는 모국어에 묶인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 -

나는 개인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똑같은 말을 다른 소리와 문자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인간이 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건 이제 AI가 더 잘하게 될 것이다.

여기 호주와 미국등 영어권 국가에서 이민자들에게 영어 성적을 요구하는 것은 그 국가의 이익과 기득권층과 편의를 위한 것이지 이건 온전히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곳 호주에 와서 많은 이민자들이 영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지 옆에서 여실히 경험했다. (영어 시험 한 번에 40~50만 원씩 써야 한다) 오랜 시간과 고된 노동을 투입해 번 돈으로 또 영어 습득을 위해 다 쏟아붓고 또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노동을 빼앗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영어 공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어 산업에서 생겨난 부는 국가와 기업에 다시 귀속되는 형국이다. 국가와 기업이 개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 땅(현실)의 소유권과 이용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 땅을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언어가 스마트 기기 하나로 완전하게 동시통역 가능한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래서 국가와 기업은 막판 돈 쓸어 담기를 하려는 것인가? 나는 그게 싫었다. 나는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생각과 성장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었을 뿐이다.

크리에이터라는 가면

크리에이터(Creator), 이제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을 보편적으로 일컫는 말이 되어버렸다. 글을 쓰는 사람도 크리에이터이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모든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의 시작은 텍스트(Text)라고 본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 번영의 시작이었다. 모든 창의적 생각은 생각에서 글로 옮겨지며 진화한다.

박찬욱 & 봉준호

우리가 왜 봉준호, 박찬욱 같은 영화감독을 우러러보는가? 그들은 글(극본)을 가장 잘 이미지화 영상화 하는 사람이고 그 글까지 스스로 창작해 내기 때문 아니던가? 극본을 쓴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어떤 느낌의 장면과 영상을 원하는지.

원작(글)과 영상 콘텐츠의 괴리가 여기서 생겨난다. 원작이 좋아서 2차 콘텐츠(만화, 영상 등)를 만들었는데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는가? 이건 원작자의 생각과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이다. 물론 영상 제작자가 각색을 통해 원작 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예외도 있다. 하지만 보통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글과 영상이 하나 되려면 쓰는 사람과 연출하는 사람이 같아야 한다. 그건 아주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아무나 할 수 없다. 감각(S)과 직관통찰(N)을 모두 가진 자라야만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봉준호나 박찬욱 감독 같은 자들을 종합예술인(Creative aritist)라고 칭한다. 그들은 글을 쓰면서 표현하는 기술까지 익혀야 했기에 적지 않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그걸 견뎌야만 가능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표현력을 익히는 행위는 당장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한 크리에이터는 글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도 크리에이터

그래서 나도 사람들이 말하는 크리에이터의 가면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요즘은 매일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서 영상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원작(극본과 대본)은 이미 수없이 써놓았다. 원작은 많은데 시각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그것을 해보려 한다. 다행히 이제는 발달된 AI 기술이 예전처럼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남다른 아이디어와 확고한 콘셉트를 가졌다면 이제 그것을 AI 툴을 이용해 표현하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영상 콘텐츠가 나올 리 만무하다.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기교를 익혀야 한다. 또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보려 한다. 더 많은 이들을 나의 글로 유도해 보려 한다. 제한적인 국내 플랫폼을 떠나서 글로벌 AI에게 내 콘텐츠의 평가를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그 와중에도 글쓰기는 계속된다. 이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글쓰기는 성장이고 영상은 노동이다.

글쓰기는 창의적이기 위함이고 영상은 창조적이기 위함이다.

오늘도 글과 영상 사이에서 하루가 지나간다.

https://www.youtube.com/@carpenwriter

글짓는 목수 (Carpen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