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도 ep18
"어서 오세요! 형제님 이름이?"
"이택건입니다."
"저는 안오영 목사입니다. 반가워요. 자! 그럼 오늘 새로 오신 택건 형제님을 환영하는 뜻에서 함께 기도할까요?"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자리에 또 한 명의 형제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려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그를 하나님의 어린양으로 받아주시고 성령의 은혜가 그에게도 나타날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멘~”
예배가 끝나고 예배당 옆에 별도로 새 신자들을 위해 마련된 작은 방 안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안목사의 기도를 시작으로 새로 온 신도들을 위한 조촐한 다과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안목사의 목소리는 상냥하고 아주 나긋나긋했다. 그는 검고 두툼한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지적이고 온화한 느낌을 풍겼다. 하지만 잠시 뒤 그가 안경을 벗어 손수건으로 안경에 묻은 얼룩을 닦을 때 드러난 그의 얼굴은 결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인상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두꺼운 뿔테 안경 뒤에 가려진 우락부락한 그의 인상과 마치 곰 발바닥을 연상케 하는 손은 그의 상냥한 말투와 나긋한 표정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사람은 불혹이 지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건 지나온 삶이 얼굴에 새겨져 이젠 더 이상 그 모습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불혹(不惑: 40세) 이후에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불혹은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는 시기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그건 다시 말하면 이젠 더 이상 변화하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40세 이전에 만들어진 가치관과 태도는 쉽게 변할 수 없다.
이제 갓 불혹을 지난 안목사의 얼굴은 과거 얼굴에 남겨진 흔적들이 풍기는 느낌과 이미지를 상쇄시킬 더 큰 무언가가 있어야만 했던 모양이다. 과거 무엇이 그의 얼굴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모두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인내와 연단을 필요로 한다. 그 모습이 가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가식이 선한 양심을 따르려는 것이라면 가치가 있을 것이다. 왜냐 그 가식의 시간이 쌓이면 그 모습이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뭐 일단 목소리의 청각적인 그리고 뿔테 안경의 시각적인 코디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녀다!’
택건은 안목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 시선은 간헐적으로 한 여자에게 옮겨가고 있었다. 찬양 때 단상 위에서 노래를 부르던 그 여자였다. 그녀도 새 신자인가? 새 신자가 어떻게 벌써 단상에서 찬양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택건 형제님은 실례지만 나이가?"
"서른아홉입니다."
“와~”
다들 택건의 나이를 듣고 적잖이 놀란 표정들이다. 왜냐하면 거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워킹이나 학생의 신분으로 온 20대 청년들이었기 때문이다.
"저하고 몇 살 차이 나지 않네요. 나이보다 훨씬 동안이시네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동안의 비결은 뭔가요?”
“글쎄요 선크림?!”
“아하! 저도 선크림은 바르는데 왜 이 모양일까요?”
“하하하”
“하하하”
한바탕 웃음으로 어색하던 방 안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안목사는 상냥한 말투에 윗트까지 더해졌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적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이곳까지 오시게 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안목사의 질문에 다른 새 신자들의 눈과 귀가 택건에게로 향했다. 택건은 한참이나 어린 동생들이 뚫어지게 지켜보는 가운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다들 뭔가 의미심장한 스토리가 이어질 거란 기대와 궁금증에 택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요즘 한국에 미세먼지가 심하잖아요. 먼지 피해서 왔어요 여긴 정말 공기가 좋더라고요"
"예?! 하앗 그렇죠 미세먼지 심각하죠, 맑은 공기를 찾아서 오셨군요 하하”
"하하하"
“하하하”
택건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진중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새 신자들이 또다시 웃음보가 터졌다. 뭔가 의미심장한 사연이 나올 줄 알았던 청년들은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것들만 튀어나오는 택건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것에 대한 실망보다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가져다주는 반전이 더 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건 원하는 것을 주진 않지만 의외의 수확을 주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까. 마치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서 원하는 인형을 조준해서 갈고리를 내렸지만 원하던 인형이 아니 다른 것이 걸려 올라오는 상황이랄까…
"택건 형제 참 재밌네요. 제가 호주에서 목회하면서 호주에 오신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났지만 택건형제처럼 먼지 피해서 왔다는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한국에 미세먼지가 많이 심각하긴 한가 봐요 정말 하하"
“하하하”
“하하하”
또 한 번 사람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마치 코미디 토크쇼처럼 되어간다.
"아니 뭐 사실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요. 여기 친구도 있고 해외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란 거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잖아요? 저도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어요. 처자식 생기면 하고 싶어도 못하니까? 사실 뭐 지금 생각해 보니 처자식이 생길 것 같지도 않지만요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왜 그런 소리를 하세요, 하나님께서 분명 택건 형제님의 반쪽도 준비해 놓으셨을 거예요, 아마 이곳 호주에서 만나려고 오신 걸 수도 있겠죠 하하"
"하하하 저도 그랬음 좋겠네요"
"근데 택건 형제는 무슨 일 해요?"
"목수일을 하고 있습니다"
"와! 목수일을 해요? 힘든 일 하시네요. 과거 예수님도 목수였다는 거 아세요?”
“네?! 정말요?”
택건은 예수가 목수였다는 사실이 듣고 신기했다. 택건은 예수를 생각하면 언제나 피골이 상접해 십자가에 박힌 모습만 떠랐기 때문이었다. 예수가 톱과 망치를 들고 일하는 모습은 전혀 연상되지 않았다.
“예수님도 노가다를 하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럼 예수님 몸짱이셨겠네요”
“네?! 그게 무슨...”
“아니 옛날엔 전동공구 같은 게 없었을 텐데, 그 힘든 일들은 어떻게 손공구로 다 했을까? 생각만 해도 토 나오네요 우웩~”
“하하하”
“하하하”
그렇다 그땐 전기가 없었으니 전동공구도 없었다. 택건은 그 고된 일들을 모두 손 공구에 의지해서 했을 거라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건 택건이 직접 목수일을 하면서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편리한 목공 장비들이 많지만 과거엔 단순한 손공구들 밖에 없었으므로 그것을 대체할 강한 근력과 체력이 없이는 목수일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택건은 순간 근육질의 람보처럼 생긴 예수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한국에서는 무슨 일을 했어요?"
"그냥 사무직 회사원이었어요"
"회사 다니다가 목수일이라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네요, 대단하십니다"
"음.., 뭐 하면 다 되더라고요. 처음에 적응하는 게 좀 힘들었는데... 이제는 뭐 할 말해요 세상에 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 성격이 시원시원하시네요”
택건의 소개가 끝나고 사람들은 저마다 돌아가며 자신을 소개했다. 대부분이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서 온 20대의 푸르고 싱싱한 청년들이었다. 저마다 자신만의 계획으로 영어공부와 새로운 일을 병행하는 경험을 쌓으려 왔다. 그들은 먼 타향 생활에 향수와 외로움에 이끌려 한인교회로 찾아온 케이스들이다. 마지막으로 아까 단상에서 찬양을 부르던 그 여자의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정안나예요, 사실 전 새신자반 졸업했는데… 목사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새 신자들 인도하는 사역을 맡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려요"
안나는 워킹이나 학생이 아니었다. 그녀는 호주 국적의 시민권자였다.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랐다.
“직업은 경찰이고요”
“와우~”
“헐~”
다들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그건 아마도 그녀의 외모와는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직업이었기 때문일까? 그녀의 여리고 청순한 첫인상에서 경찰을 떠올리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호주 연방경찰대학(Australian Federal Police College)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연방경찰이다. 경찰 중에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은 케이스였다. 겉보기와는 다른 이색적인 직업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민권자에 경찰이라는 말에 다른 워킹들은 탄성을 쏟아내며 부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호주에 온 한국 청년들 중 상당수가 이곳 생활에 매료되어 호주영주권을 취득하려 갖은 고생을 하기에 호주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자들을 내심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모두가 부럽고 동경해하던 시선을 동정과 연민의 시선으로 바꾸어 놓기 충분했다.
“전 고아로 제가 기억이 없던 때 이곳 호주로 입양되었어요”
그녀는 천애고아였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졌다. 그녀는 친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수녀들의 손에서 자랐다. 그리고 5살이 되던 해에 호주로 입양되었다. 다행히 양부모 둘 중에 한 명이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를 잊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인 어머니와 군 장성 출신의 퇴역군인인 오지(Aussie: 호주)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양아버지는 일찌감치 그녀의 재능을 눈치채고 자신을 따라 군인이 되길 내심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성인이 되고 난 후부터는 양부모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고자 군인이 아닌 경찰의 길을 택했다. 그건 군인이 되면 영영 양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이유하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훈련만 하는 군인보다는 실천이 더 많은 경찰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쟁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지만 사건 사고는 항상 일어난다.
그녀의 부모 집은 멜버른이지만 그녀는 연방경찰로 NSW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부모와 떨어져 시드니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앳되고 어리숙한 모습과는 달리 말은 논리 정연하고 행동은 절도 있고 단정했다. 외면과 내면이 모순적이다.
"택건 형님?! 아니… 아저씨라고 해야나요!?”
새 신자 모임이 끝나고 방을 나가려는 찰나였다. 안나가 다가와 택건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기혼자를 부르는 명칭이고, 형님은 남자가 여자한테서 듣기엔 어법상 맞지 않는 것 같은데… 하하”
“그… 그런가요?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오빠라고... 하면 좀 그렇나? 아니 그럼 뭐 브라더(Brother)라고 하던지"
“똑같은 말 아녜요? 하하하"
“영어에는 형이나 오빠나 구분이 없으니까 넌 형이라 생각하고 부르고 난 오빠라고 받아들이면 되니까 서로 각자 좋을 데로 해석하는 거지 뭐 하하하”
"와~ 이 발상은 뭔가요? 너무 재밌으세요, 브.. 브라더"
“고마워, 그런 말 듣는 거 좋아해”
“근데 저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글쎄... 너도 그러니 나도 그런데... 나도 왠지 낯이 익은데… 전생에서 봤나? 아님 꿈속에서? 하하하"
“와우! 브라보 브라덜! 멋진 기막힌 답변이십니다.”
“짝!”
안나는 순간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택건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택건도 엉겁결에 손을 들어주었다. 처음 만난 인연치고는 가히 익사이팅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형님 새 신자 모임은 끝나셨어요?"
“어! 그런 거 같은데, 아마도”
"엇!? 가인 오빠! 오빠가 택건 브라더 데리고 왔어요?"
가인이 다가왔다. 안나와 가인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서로 인사를 했다. 가인은 안나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둘이 아는 사이야?"
"예, 같이 살아요"
"뭐!? 같이? 동거? 여자 친구야?
"헤이! 브라덜! 투 머치(too much)! 하하하 그건 아니고 제 옆 방에 사는 이웃사촌이에요. 가인 오빠 교회에선 표정 좀 펴는 게 어때? 자꾸 이럴 거야? ”
“미안하지만 난 너랑 말하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오빠! 이제 좀 잊어버리면 안 될까?”
“…”
“택건 브라더! 저 먼저 갈게요, 담에 또 봐요! 씨야~"
가인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다. 안나는 택건에게 손을 흔들며 멀리 사라졌다.
가인과 안나는 같은 같은 같은 하우스의 셰어생으로 만나 알게 되었다. 가인이 있던 셰어 하우스로 안나가 이사를 오면서부터 둘은 서로 알게 되었다.
호주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은 벌이가 나쁘지 않다. 굳이 셰어하우스가 아닌 집을 렌트해서 살아도 되었지만 어려서부터 군인 아버지와 근검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탓인지 씀씀이가 헤프지 않았다. 그리고 밝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혼자 집을 얻어 살기보다 부모가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보길 원했다.
둘은 같은 집에 살면서 안나의 적극적이고 성격으로 금방 친해졌다. 가인은 자신과는 다른 밝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성격에 반해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안나가 교회에 나오게 된 것도 모두 가인이 그녀를 전도한 것이었다. 가톨릭 신자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그녀는 성당에 다니긴 했지만 교회 공동체와는 다른 독립적인 분위기가 그녀와 잘 맞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교회에 온 이후 이곳 가정교회의 가족 같은 공동체 생활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이런 공동체가 과거 예수 그리스도가 진정으로 바라던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 또한 원하고 바라던 삶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 특유의 친화력으로 교회 공동체 속으로 빠르게 융화되어 갔다. 안나가 처음 교회에 올 당시 가인은 찬양팀의 리더를 맡고 있었다.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와 그도 기타를 좀 칠 줄 안다는 이유였다. 그는 중저음의 낮게 깔리는 베이스 같은 목소리로 보컬을 병행하기도 했다. 가인의 권유로 안나도 찬양팀으로 합류했다. 둘은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교제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안나는 특유의 발랄함과 청초한 목소리로 청중을 압도하는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만장일치에 가까운 교회 신도들의 지지를 업고 찬양팀의 메인 보컬 자리를 떠안았다. 이후 안나는 교회 안에서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가인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불안한 마음은 그녀에게 집착과 질투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인은 수호와 함께 지방 공사일 때문에 주중에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 불안함이 더 증폭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이 커져갔다. 금요일 오후만 되면 부리나케 시드니로 달려간 것은 모두 안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가인은 값비싼 선물과 음식들로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지만 그런 행동들이 오히려 점점 그녀의 마음을 떠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별의 조짐이 생사를 넘나드는 사로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가인과 수호가 함께 금요일 저녁에 일을 마치고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내려오다 교통사고가 나던 그 전날 밤 가인은 안나로부터 전화로 이별 통보를 받았다. 가인은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안나를 향한 사랑은 집착에서 분노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수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빨리 그녀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수호가 옆좌석에서 잠든 사이 어두운 시골 밤길을 160km가 넘는 속도로 내달렸다. 밤잠을 설친 그의 눈꺼풀은 무거웠다. 결국 잠시 눈꺼풀이 잠기는 사이 도로 위에서 사랑을 나누던 캥거루를 보지 못했다. 그렇게 요단강을 넘어갈 뻔한 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가인에게 사랑은 집착이 되었고 이제 분노로 바뀌어 버렸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식으면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