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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Dec 11. 2024

생성과 소멸 사이

[떨림과 울림] 김상욱 - 두 번째 -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우리가 시작한 장소가 어디인지 알아내는 순간이다”

- 작가 T.S. 엘리엇 (1888~1965) –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는 이론은 지금까지도 빅뱅이론 밖에 없다. 이것이 신과 인간의 유일한 타협점이기도 하다. 과학이 말하는 우주의 시작과 종교가 말하는 세상의 시작이 같다. 하지만 그 이후에 모든 일들은 자석의 양극으로 나뉘어 서로 멀어져 간다. 대부분의 종교가 천지창조의 신화를 가지고 세상의 시작을 말하고 과학이 빅뱅이론으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한다. 둘 다 눈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전자는 상상 속 이야기이고 후자는 이론적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그렇게 세상의 시작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파헤쳐가는지는 저 한 명의 시인이 말한 것처럼 시작을 알면 끝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빅뱅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

-  [요한계시록] 22:12 –   

 

세상에 물질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을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어떤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란 짐작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에너지라고 표현하기도 힘든 것은 그 에너지를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과학은 빅뱅 이전을 설명할 수 없고 종교는 그것은 신만 존재하던 것으로 설명한다.

신의 천지 창조이든 빅뱅이든 뭐든 간에 세상의 탄생은 빛(C: celerity = Speed of light)과 에너지(E: energy)와 물질(M: Mass)의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E=mc^2


아인슈타인이 이 공식 하나로 세상을 설명해 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공식이 된 이유이다. 그런데 현대 과학이 아직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느냐이다. 에너지 폭발로 시공간이 만들어졌고 그 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나타났는데 물질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를 설명할 수 없다.

천지 창조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 [창세기] 1:3 -


성경에는 신이 심심해서 세상을 만든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아무것도 없으니 지루했던 모양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도 심심해서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는가.


쌍생성 (雙生成, 영어: pair production)


그런데 세상의 탄생부터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과학에서는 물질의 생성은 반물질 생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을 쌍생성으로 설명한다.


“물질은 언제나 반물질과 함께 동시에 태어난다. 반물질은 반입자로 된 물질이다. 쌍생성을 통해 만들어진 반입자는 입자와 질량, 스핀이 같고 전하만 반대다. 모든 입자는 대응되는 반입자를 갖는다”


- 김상욱 [떨림과 울림] 중에서 -


물질과 반물질은 상호 대칭적이다. 이건 여자와 남자, 암컷과 수컷, 땅과 하늘, 어둠과 빛처럼 상호 대칭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대칭되는 물질과 반물질은 다른 모든 조건은 같고 전하(+,-)만 다르다. 이건 막대자석의 음극과 양극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로는 당기는 힘을 가졌지만 한 몸이라 당길 수가 없다. 이 두 물질은 전자(-)와 양전자(+)로 설명할 수 있다. 빅뱅(신)은 폭발과 함께 이 둘을 순간적으로 분리시켰다. 그런데 둘은 질량을 포함해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했다. 그럼 이것은 서로 다른 전하를 띠기 때문에 다시 서로를 끌어당겨서 소멸되어야 맞다. 그러니까 빅뱅으로 쌍생성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다시 쌍소멸이 이뤄진다.


이걸 쉽게 설명하자면 아주 탄성이 좋은 고무로 만들어진 짐볼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이것의 가운데를 순간적으로 힘을 가해서 눌렀다. 그럼 둥근 짐볼의 가운데가 들어가면서 양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형태로 변형될 것이다.  하지만 힘을 빼는 순간 다시 원래의 둥근 짐볼로 돌아가버리고 아무런 변화도 없던 상태가 된다. 이것이 바로 물질과 반물질의 상호작용이다.


쌍생성은 쌍소멸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잉여 전자(-, 물질)가 남았다. 이건 없던 작은 짐볼이 튀어나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우리라. 이것은 과학적으로 설명과 증명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과학계에서 여러 가설만 떠돌고 있는 상태이다.


인간 세계의 물질 (잉여와 이자)


이것을 다시 경제학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100만 원이 있는 통장과 -100만 원이 있는 통장이 만나서 0(무, 無)이 되어야 맞다. 그런데 이 둘이 생겨난 잠시 사이 이자(저축이자, 대출이자 = 잉여)라는 것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100만 원 통장의 이자(대출이자)가 +100만 원의 이자(저축이자) 보다 더 많아서 마이너스(-, 전자)만 남은 상태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 시스템과 우주의 생성 시스템이 아주 흡사하지 않은가? 나도 이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다.


어쨌든 빅뱅 과정(쌍생성과 쌍소멸)에서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잉여의 물질(전자)이 남아서 우주에 물질세계(별과 행성과 생명체)를 만들게 되었다. (알다시피 물질의 기본 구조인 원자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천제의 수많은 은하 속에 별들은 모두 쌍소멸에서 과정에서 살아남은 잉여의 물질들인 것이다. 지금의 우주의 형태가 만들어지려면 물질이 반물질 보다 10억 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되었어야만 가능하다. 이론(과학)과 실제(현상)의 모순으로 생성된 우주이다. 물질은 세상이 삐딱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탄생한 증거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 물질의 총량은 변함없다.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던 질량 보존의 법칙이 의거하여. 그럼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미함 속의 엄청남 (욥기 8:7)


요즘 우리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그리고 AI 기술의 발전등의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류 종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이런 지구의 환경이 악화되고 인간성이 상실되면 그 속도는 갈수록 빨라 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항상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을 그립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립다는 건 그때가 지금 보다 좋았기 때문 아닌가. 그 좋음의 기준은 물질(세속적 개념)이 많고 적음이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주의 물질의 탄생은 불행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물질을 이용해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내고 그 물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 모두가 바로 이 모든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문명 파괴의 과정이기도 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E=mc^2’이다. 질량에는 엽기적일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들어 있다”


-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 중에서 -


아인슈타인의 이 공식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세상의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오염과 파괴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E=mc^2 공식의 발견 이후 우리는 이 파괴(소멸)의 시간을 아주 빠르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핵을 건드리는 신의 영역을 알게 됨으로써 자멸의 아주 빠르고 효율적인 기술을 얻었다. 이것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문제는 질서는 인간의 욕망 앞에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Oppenheimer (1904~1967)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 미국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1904~1967) -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아는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욱더 위험한 존재가 되어간다.


우주의 팽창 –> 희석과 소멸 (허블의 발견)


위에서 말한 소멸은 그저 우리 인류의 소멸일 뿐이다. 뭐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이주를 성공하면 지구의 소멸로 그칠 것이다. 하지만 전 우주적으로도 소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건 물리학계의 진실이고 또한 진리이다. 우주와 인류 모두 시작과 소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에서 설명했듯 물질이 탄생한 이후 이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체물리학에서는 우주가 팽창되고 있으며 그 팽창 속도는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더 빨라지고 있음을 밝혀냈다. 과거 아인슈타인은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우주상수를 만들어내는 실수를 범하기 했다.


 허블(1889~1953)은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며 그 속도는 멀어질수록 가속화된다는 것(적색 편이)을 증명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크다.


이걸 쉽게 설명하면 나의 반경 1km 안에 다른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10km 100km 1000km 1000000000……. km로 공간이 확장된다. 그럼 나와 그 사람(물질)은 가만히 있어도 둘 사이의 거리는 급격히 멀어진다. 이 거리의 멀어짐은 360도의 모든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건 또한 1리터의 병 안에 한 방울의 잉크가 바닷속에 잉크 한 방울로 변해감을 의미한다. 희석의 과정이자 소멸의 또 다른 과정이다.  물질의 질량에 변화가 없음에도 공간의 확장으로 상대적인 비중이 희박해지면서 소멸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암흑 속에 떠 있는 나

당신이 만약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우주에 둥둥 떠있다고 생각해 보라. 별도 달도 빛도 없는 공간에 있다면 그건 당신이 무의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자신은 자신을 볼 수 없다. 그러니 그 자체로 무(無)이다. 바로 우주는 그 상태로 빠르게 나아가고(확장) 있는 것이다. 종국에는 우주는 암흑의 상태로 변한다는 것이다. 물질도 에너지도 희석되어 사라지는 상태, 이것이 우주의 종말이다. 물론 이걸 우리는 경험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인류는 그전에 멸종할 것이기에...


이론적(과학적)적으로 그리고 우리의 삶(인문학적)에서나 이것은 진실이고 또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우주와 우리는 모두 소멸로 향해 간다.  그다음은 무엇일까? 다시 천지 창조? 아님 빅뱅?


그 시작을 설명할 길이 없기에 우린 그 끝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신이라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알파요 오메가요, 처음과 나중이요, 시작과 끝이라”


- [요한계시록] 22:12 –


[떨림과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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