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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 Jul 05. 2020

부유하는 건 부유한 게 아니야

붕 떠있는 생각을 잠자리채로 휙 잡아채고 싶다

 오늘 앉은자리에서 주제를 4개 들었다 놨다 쓰기 시작했다가 막혔다가, 몇 줄 쓰다가 예전 주제를 뒤적였다가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너무 단순하거나 낭만적이거나, 일기장이다.

 뜬구름이었고 논리가 부족하고, 읽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나의 글과 문장은 표현에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논리가 없다. 기획의 시작 그 어느 한 구석만 있지 맥락도 연결도 구성도 없다.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것 같아서 써보자고 다짐하지만 결국 뱉고 나면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인 것 같고 결정적으로 내가 느꼈던 경험을 구체화해내지 못한다. 또는 상황을 분석해내고 환경을 관찰하는 면이 부족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선례나, 연구자료, 역사를 살펴야 하고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지 이 이야기는 어떤 산업에 무슨 분류에 들어가는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발화함으로써 누구에게 가닿을 것인지, 어디까지 전해질 것으로 기대하는지 등의 생각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브런치에 발행하지 못한 글에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브런치의 글이 일기장으로 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내 글의 목적과 메시지를 분명하게 해야 할 시기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어떤 글을 쓰고자 했나.


 가장 먼저 브런치에 게재하고자 했던 것은 청년인생설계학교를 거친 여름학기와 가을학기의 내 모습이다. 2019년의 여름과 가을, 그리고 20년 초의 겨울까지. 청년인생설계학교 덕분에 조금 더 넓게 사회와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었으니 내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기록해두려고 했다. 메시지는 청년인생설계학교 후기이자 마음에 관심이 많고 불안한 한 사람이 관계와 자연 속에서 뭘 생각했는지가 된다.

 1차 독자는 청설학교의 과거-현재-미래의 참여자로 봤다. 이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떤 걸 얻을 수 있는지, 미리 경험한 사람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지 않을까. 종종 청년인생설계학교라는 키워드로 유입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조회수를 확보해두면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도 충분할 것이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글을 보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질 수도 있고, 다른 글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

 아카이빙 해두면 분명 괜찮은 자료로 쓰일 것이다. 더불어 사진을 활용해서 괜찮은 콘텐츠로 편집해 발행한다면 매력적일 수 있지 않을까.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시작해서 결국 그걸 경험한 나라는 개인의 이야기로 귀결될 테니까. 그래서 2차 독자, 간접적으로나마 이 글을 읽을 사람은 직장을 다니면서 퇴사를 상상하는 밀레니얼, 자연과 전환의 삶을 기대해보기도 하는 사람, 커뮤니티와 관계성을 중요시하고 그 안에서 뭔가를 발견해가는 사람 정도로 예측해볼 수 있다. 물론 정보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논리적인 글이 아니라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명확하지 못하다.

 

 청년인생설계학교로 뭐라도 시작하면 다음은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계획한 나의 예상은 틀리기 마련이라서, 청년인생설계학교의 글을 발행해내지 못하고 산고의 고통으로 내 사소한 보풀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학교 이야기를 처음부터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어려웠고 그런 내 마음부터 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사소한 보풀에서는 작고 사소한 것도 보풀이라고 떼어버리거나 작다고 여기지 않고 구체적으로 쓰고 이 생각이 어디서 나왔을지 관찰해보고 싶었다. 일상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은 거의 전부일 테니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쓰면서 발견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나와 붙어있는 이슈들 단상들을 적어두고 또 찍어두고 잊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 다시 또 문제가 생긴다. 이건 온전히 나 중심 메시지인데, 사람들에게 공감의 요소가 있을까? 하나의 주제로 묶일까? 너무 추상적이고 보편화되지 않았다. 브런치북으로 묶을 생각이라면 특정한 타깃과 명확한 주제가 있어야 더 많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의 컨셉으로는 일기장의 구체화, 일기장 공개의 양상이 클 것이다. 그래서 요즘 글쓰기의 괴로움에 대해서, 아무것도 쓰이지 않는 흰 화면에 대해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만 쓸 수 있을까. 나의 삶과 밀접한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면, 그래도 세분화해서 하나를 선택하고 밀어보는 게 좋겠다.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부유한다. 응집력을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쓰려면 역설적으로 더 많이 읽어야 하고, 더 공부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야기를 잘 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전하기에 아직 덜 채워졌다. 더불어 충분히 공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로 내 목소리로 나의 단상으로 뭔가 메시지를 만들기에 탐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다른 이의 이야기를 잘 전해보겠다고 한 것일 수도. 그를 잘 알고 갖추어진 목소리가 날것이라면, 공감하는 주제에 더 몰입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잘 확산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나의 메시지가 가난함을 알아차린다. 채우고 싶은 마음을 본다. 청년인생설계학교를 지나오면서 끄적였던 메모들을 다시 본다. 읽고 싶은 책을 사고, 책상에도 이불 위에도 둔다. 기획자를 만나고 배우고 세미나를 준비한다. 다시 글을 쓰자고 책상 앞에 앉는다. 지금까지 부유하는 것은 결코 부유하지 않음을 알았다. 이젠 책 속에서 의제 옆에서 조금 더 시간을 쓰기로 한다. 그렇게 하나씩 채로 걸러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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