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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Mar 12. 2024

ESFJ  VS  INTP

2호 아들 이야기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사람.

우리 집 2호 아들을 말하는 거다.

일단 MBTI부터 어쩜 저럴까.

전부 다 반대이지 않는가.

나는 E 다. 외향적이고 활달하고 뭐든 적극적인 편이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땐  자신이 내성적인 줄 알았다.

하지만 마구 나대고 까불지 않았을 뿐이지

나는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을 그리 두려워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뭐 담담하고 겸허하게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새로운 것을 도전하거나 배우는 것에도 큰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떨리면서도 셀레었다.

학창 시절보다 지금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말이 많아졌다는 것이 변했달까.


2호 아들은 I 그 자체다.

내성적인 성격에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있는 환경을 매우 힘들어한다.

새 학년, 새 학기만 되면 더 도지는 그 병은 나를 너무 답답하게 만든다.


"아들, 새 학기에는 누구나 다 그래. 시간이 좀 지나야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친해지니 걱정 마.

그리고 입 꾹 다물고 가만히 있는 너에게 누가 쉽게 다가가겠어. 너도 마음을 열고 친구들에게 좀 다가가려고 노력을 해야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말 거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든 2호 아들에게 새 학기의 낯선 공기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나는 감정형 인간인 F 다.

관계에 있어서 논리적이고 냉정한 것도 필요하지만 공감과 위로가 더 중요하다.

2호 아들은 그야말로 T 다. T와 F의 차이를 나타내는 재미있는 상황들이 한참 유행할 때 나도 아들에게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아들, 엄마 오늘 너무 속상하고 기분이 안 좋아서 빵을 샀어."


"네?? 갑자기요? 왜 갑자기 빵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하고 어이없어하는 아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면 나와 같은 F형 인간이 3호 아들은,


"엄마, 대체 무슨 일인데요. 왜 속상한데요. 나한테 말해줘요."


이 정도면 F와 T아들의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으리라.


나는 흔히들 말하는 파워 J형 인간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계획이 있어야 하는 법.

그래야만 마음이 편안하고 불안하지 않다. 여행을 갈 때도 시간 순서대로 스케줄은 기본이고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한 계획을 짜두어야만 한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여행 계획을 짜고 프린터로 뽑아 모두에게 한 장씩 나눠주고 설명한 적도 많다.

지인들은 그냥 깃발 하나 꽂고 가이드해라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아들들의 입시를 준비할 때도, 이사를 계획할 때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계획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설사 내가 세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불안했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땐 또 그 상황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짜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2호 아들은 나와 정반대다.

삶에 유동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P형 인간은 자율적이고 융통성이 있어서 곧바로 결정하지 않고 결정을 보류할 줄 아는 유형이라고 한다.

좋게 말해서 그런 거지 한 마디로 무계획적이고 즉흥적인 란 얘기다.

이렇게 말하면 세상 모든 P형 인간들에게 돌을 맞으려나.

아무튼 공부를 함에 있어서도 계획을 적절히 세우고 하면 정말 좋으련만 나와 반대인 아들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복장이 터져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을 달리는 2호 아들과 엄마이기 때문에 우리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엄마의 마음에 공감해주지 못하고 툭툭 상처가 되는 말을 내던지는 아들,

아들만의 스타일과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획만을 강요하는 엄마.


사춘기가 극에 달하던 해에는 정말 둘 중 하나가 집을 나가는 것이 나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참고 견디기를 수개월, 한 번씩 폭발하는 날에는 서로에게 날 선 말들이 오가기도 했지만

그렇게 조심스럽게 한 발씩 디디며 시간은 지나갔다. 그렇다. 시간은 간다.

조금만 인내하고 견디만 된다.


지금 2호 아들은 본인의 꿈을 위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가시밭 같은 사춘기를 지켜보면서

그래도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면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더 많이 내려놓기,

그냥 믿어주기, 계획은 없어 보여도 본인이 원하는 건 성실히 한다는 것이다.


아들, 우리 서로 극과 극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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