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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Sep 23. 2023

내 탓이로소이다.

내가 바뀌니  신랑도 바뀌더라!

“빼도 박도 못한다.”를 줄여서 사람들은 “빼박”이라 말한다. 이게 뭔 의미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말 사용하지 못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다. 뜻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또는 “진퇴양난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이런 말이다.     


그러면 뭐가 진퇴양난이고, 뭐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까? 그런데 왜 상황이 “빼박”이고 “빼도 박도 못한다.”일까? 원뜻은 남녀의 섹스를 의미하는데, 정상적인 섹스가 아니니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도 여과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오래전 직장에 근무할 때도 그런 말을 잘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여성이라 뭐라 말 못했다. 잘못 전달되면 성희롱일 수도 있어 그랬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정상적인 섹스가 아니다.’ 그 말은 ‘다른 여자와 관계 시 그 여자의 남편이 돌아왔다.’ 그러니 참 난감하고, 진퇴양난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게 빼박이다.

이 대목에서 아빠와 “빼박”도 있다라고 우기는 분은 계시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관용구라해도 이제 알았으니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로남불” 이야기하려다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돌아가면 내로남불은 “내가하면 로멘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다.” 년말이면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2020년에는 “아시타비我是他非”가 1위 사자성어로 선정되었다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나 아, 옳을 시, 남 타, 아닐 비, 이 말을 하려다 보니 인과관계도 부족한 “빼박” 이야기가 먼저 나와 오늘 이야기는 흐름이 좋지는 않다.     


하여간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런 사람은 쉽게 말하면 ‘따’가 된다. 가정에서는 조금 가부장적인 남편이 그럴 가능성 많이 있고, 사회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그렇다. 이런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아부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강압적인 사람이 많다. 또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 자기반성없이 상대를 낮잡아 보고 지 잘난 맛에 하는 말이다.    

 

친구들과 술 마실 때도 이런 사람이 꼭 한사람쯤 있다. 잘못된 것 알려 줘도 본인이 맞다 우겨댄다. 초지일관일까? 내로남불일까? 빼박일까? 그게 아니라고 말해줘도 본인 입에서 한번 한 이야기 절대 물러서지 않아, 분위기 개차반되는 경우는 그나마 작은 것이고, 심하면 쌈박질하고 경찰서까지 간다.     


조금 귀여운 초지일관도 있다. 처남들과 술 마실 때 나는 “처음처럼”이든 “참이슬”이든 별로 가리지 않는다. 지방에 가면 그 지방에서 나오는 술을 즐겨 마신다. 제주에 가면 “한라산” 한 잔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그런데 작은처남은 꼭 “처음처럼”만 마시고 막내처남은 “참이슬”만 마신다. 그러니 술은 권커니 잣거니 해야 제맛인데 빈 잔 못보면 자작이니 말이다. 또 이런 말도 있다. “자작”은 친일파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로부터 받은 작위가 “자작”이라 “자작”하면, 친일파라 안된다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 중세유럽 귀족의 작위 순위는,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인데 겨우 “자작” 작위 받으려고 나라 팔아먹은 놈들이다.     그러니 "자작"하지 말라고 한다.


살아계실 때 나에게 두 번씩이나 악수하였던 영광을 주시고 선종하신 존경하는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이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가슴 절절하게 남는 큰 울림이고 멋진 말씀이다. 그때부터 내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저 사람은 평생 저렇게 살아왔는데, 내가 상대방 바꿀 생각 추호도 없다. 내가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그래서 ‘말하는 입은 하나요, 듣는 귀는 두 개다.’ 참으로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생각했다. 내가 하는 말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더 많이 들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언젠가 같이 유튜브 방송 공부하던 친구들과 저녁 겸해서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 중 어떤 친구 남편 이야기가 나왔다. 그 남편분은 몸이 많이 마르고 강직한 성격인 것을, 사람들은 들어 알고 있다. 그리고 약간은 가부장적인 분으로 오랜 결혼생활 중 크고 작은 다툼이 있었던 이유가, 남편은 남편만 항상 옳았기 때문인데. 지금은 아주 편하고 좋단다.     


친구가 말하기를, 

“나는 이 자리가 좋아, 현재 내가 나는 좋아! 내가 바뀌니 신랑도 바뀌더라!”     


내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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