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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Oct 19. 2023

저출산으로 대한민국이 망한다고요?

여성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눈이 번쩍 뜨이는 저출산 기사를 읽었다. 그간 저출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오는 기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망했다’가 주는 어조는 확실히 심각하게 다가왔다. 기사 속에 등장한 미국의 어느 교수의 사진은 더 확실했다. 



EBS ‘인구대기획-초저출생’ 방송화면


미국 인종·성별·계급 분야 전문가인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 wow)"라며 놀라워했다.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교수의 놀란 제스처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은 그 심각성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 2023년 7월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인구 대기획 초저출생' )  같은 프로그램 속 또 다른 전문가 알렉스 와인랩 (이스라엘 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한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솔직히 충격적이다. 출산율은 강한 메시지를 준다. (한국 사회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출산율이라는 지표 하나로 한국 사회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번에 알아챈 전문가. 

     

 합계 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2023년 지금까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8년은 0.98명, 1명 이하로 집계되었으며 이후로도 계속 하락 중)               





“너희는 왜 둘째가 아직 없노”

“와이프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이 많아서요.”

“그건 여자가 좀 희생해야지.”     


 오래전 남편에게 둘째 계획을 묻던 지인의 말. 가족을 위해서라면 여자가 희생해야 한다는 워딩이 오래 잊히지 않는다. 나는 저출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여자의 희생’이라는 단어가 나란히 떠오른다. 뚝뚝 떨어지는 출산율은 더 이상 희생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반란 그리고 가부장제에 대한 반항의 지표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EBS 다큐멘터리를 소개한 SNS의 댓글의 90% 이상 가부장적인 문화가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적었다. 가부장제와 여전히 낮은 여성인권. 출산과 동시에 경력 단절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 시스템만으로는 더 이상 출산율 하락을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느낀다. 출산과 육아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하여.          



 여성 지인들의 퇴사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결코 다정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고등학교 친구는 결혼과 동시에 회사에서 퇴사를 강요당했고, 또 한 명은 임신을 하고 나서 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얼마간의 위로금과 실업급여를 받은 채. 요즘 시대에 이런 회사가 드물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회사가 존재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퇴사를 강요하는 회사가 있는 이상 그 어떤 여성도 마음 놓고 출산을 하지도 그렇다고 일을 하지도 못한다. 가임기 여성이 사회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갖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가?      


 아이가 있는 직원이 육아휴직을 당연하게 사용할 수 없는 사업장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이 단축근무와 탄력 근무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유연성 없는 회사처럼 느껴진다.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휴직과 근무 체계가 이토록 쓰여지기 힘들다면 국가가 발벗고 나서서 연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저출산은 방금 막 결혼한 커플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여성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삶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제도적으로 보자면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이 정당하게 보장되는 것. 결혼과 출산 사실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낳고도 절절매지 않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0.78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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