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 『체호프 단편선』 / 내기 (박현섭 옮김)
짧지만 굉장히 강렬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오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결말 부분의 한 문장.
이것을 다 읽은 은행가는 책상 위에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 기인의 머리에 입 맞춘 뒤에 눈물을 떨구며 바깥채를 나섰다. 그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자괴감을, 심지어 주식 투기에서 거액의 돈을 날렸을 때도 느껴 보지 못한 극심한 자기혐오를 그는 느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지만 흥분과 눈물 때문에 오래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p.246)
결국 내기에서 승리한 자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변호사는 깨달음과 지혜를 얻었다 할지라도 인생의 황금기 시간을 잃었고, 은행가는 자신의 돈은 지켰을지라도 변호사를 죽이기로 결심한 순간 자신의 양심과 인간성은 영영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마 변호사가 탈출 전 남긴 글을 보고 자괴감과 자기혐오를 느꼈던 것 아닐까? 두 사람이 자존심을 걸고 한 내기였겠지만 결국 두 사람 다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변호사는 은행가가 들어온 순간 잠들어있었는데 정말 깊은 잠에 든 걸까? 깨지는 않았을까? 그냥 갑자기 혼자 궁금해졌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은행가와 변호사의 '내기'가 보여준 인권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