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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n 09. 2022

우리 시어머니

누군가가 시어머니에 대해 물으면 나는 '엄마보다 나를 더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임신을 하면서 입덧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임신 12~15주 까지 지속된 입덧이란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끔찍했다. 음식 냄새는 물론 세상의 모든 냄새가 거슬렸다. 비누, 샴푸 냄새는 물론 꽃냄새까지 역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빈속에는 울렁거려 무엇이라도 먹어야 하는데 과일이라도 한입 먹으면 위장에서는 또 음식이 들어왔네 하면서 밀어낼 궁리만 해댔다. 덕분에 매일 먹고 토하고 역하고 매스꺼움의 연속인 날이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혼자서 엉엉 울면서 토하는 날들이 너무나 힘겨웠다.


그런 힘든 시절, 우리 시어머니는 먹을 수 있는 무엇이라도 며느리에게 먹이려 아이스크림이며 과일이며 입덧에 좋다는 음식들을 양팔 가득 가지고 오셨다. 시어머님이 가져오신 음식들을 보며 시어머니는 나보다 입덧을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찾아보신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서울에 살고 있는 친정엄마도 우리 집에 한 달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데 용인에 계시는 시어머님은 내가 미역국이 갑자기 생각난다고 하면 출근 전에 따뜻하게 먹고 출근하라며 다음날 새벽에 우리 집 문 앞에 미역국을 가져다 두셨다. 시어머니가 자꾸 집에 들어오면 며느리가 불편해한다며 집에 들어오시는 것은 극구 사양하셨다.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그냥 돌아가시는 날들이 많아지자  그런 시어머니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서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시는 시어머니께 '어머니 냉장고에 어머니 드릴 간식 사다 놨어요. 그거 챙겨 드실 겸 집안에 들어와서 쉬었다 가세요~'라고 말씀드리며 어머니를 집안으로 유인(?)해보기도 했다. 다행히 나의 작전은 성공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민폐 끼치거나 싫은 소리 한번 하시기도 어려워하시는 마음씨 착하신 시어머님. 시어머니를 볼수록 그런 시어머니 밑에서 자랐을 우리 남편이 더 멋있어 보인다. 우리 시어머니는 얼굴도 예쁘신데 공부도 잘하셔서 서울에 있는 명문대학을 졸업하셨다. 꿈도 하고 싶은 것들도 많으셨을 텐데 아들 둘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하랴 많은 꿈을 접으셔야 했던 우리 시어머니께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우리 시어머니는 내 브런치를 구독하시지는 않지만 브런치를 통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어머님, 제 시어머니가 어머니 셔서 저는 너무 행복해요. 제2의 우리 엄마. 앞으로는 며느리가 더 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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