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지 어연 3년 차. 결혼한 1년차 때와는 사뭇 다르게 주위에선 종종 물어본다. “아이 계획은 없어?” 나에겐 ‘아이 계획’이라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아이가 생기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거였어? 되묻고 싶다. 난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피임을 시행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불구하고 1년 이내에 임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해당 정의에 의거하여 우리는 난임 부부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된 1년 차에는 임신을 한다는 건 너무나 두려웠다. 임신의 힘겨운 과정과 고통스러운 출산 그리고 쉴 새 없이 우는 신생아를 상상하며 그것들이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 만 같았다. 이제 막 재미를 붙인 골프도 남편과의 오붓한 여행도 오붓한 식사도 다 끝나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임신을 미뤘다. 임신을 미룰 수 있었던 건 피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 때문 이였겠지.
신혼의 달콤한 시간들이 흘러가며 언제부터인지 지나가던 아이들이 예뻐 보이고 남편 닮은 아이를 낳으면 얼마나 예쁠까? 우리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기는 기쁨은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들이 하나하나 쌓여가기 시작했다. 남편과 대화를 하며 우리는 결국 아이를 준비해 보기로 계획했다.“음. 지금 임신해서 내년 초에 아기가 나오면 좋겠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남편과 나는 희망에 찬 미래를 꿈꾸며 대화했다. 하지만, 한 달 후, 두 달 후, 세 달 후 시간은 지나가는데 임신 소식은 오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 문제가 있나? 남편에게 문제가 있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산전검진’을 받으러 갔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소유한 청춘남녀이며 임신 소식 있기를 바란다는 전문의의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간 우리 부부에게는 임신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간 남편과 나는 함께 아이의 신경관 발달에 필요하다는 엽산을 꾸준히 챙겨 먹었고 착상에 좋다는 비타민D를 꾸준히 챙겨 먹었다. 신체가 건강해야 할 것 같아 운동을 등록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나는 다했다는 생각이 들 무렵의 임신 테스트기의 선명한 한 줄은 정말이지 나를 약 올리는 것만 같았다. 이젠 난 몰라 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위로하며 “하나님이 아이를 정성스럽게 만드느라 조금 늦는 것 같아. 그리고 아이의 성격이 나를 닮아서 엄마 배 속으로 올까 말까 하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하지만 여보도 닮았으니 한번 생각이 들면 직진만 하니까 곧 아이가 찾아올 거야!” 남편의 귀엽고 재치 있는 위로를 들으며 씁쓸하게 웃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나 1년이 지나갔다.
우리부부는 그렇게 임신준비만 1년째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임신준비만 하던 어느날, 나는 두손두발 다들었다. 알아서되겠지, 어쩌면 우리부부에게는 아기가 찾아오지 않을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하기위해 또 집을 나섰다.
운동을 하던중 울렁울렁거리며 쎄~ 한 기분이 또 나를 찾아왔다. 또 임신테스트기의 한줄을 보면 내 마음이 너무나 속상할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도 당연히 아닐거야' 라고 외쳤지만 나의 손은 이미 임신테스트기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