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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l 17. 2023

엄마의 마음 비우기 연습

아이의 태열, 알레르기

우리 복덩이는 태어난 이후로 계속 열이 많은 아이였다. 조금만 더워지면 얼굴이 시뻘게지고 얼굴과 몸에 태열이 올라와서 항상 울긋불긋했다. 100일이 지나면 나아진다는 이야기도, 돌이 지나야 나아진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 태열이 이어져 아토피로 이어진다는 무서운 말들도 있었다. 의사는 습도는 40~50프로, 온도는 20도~22도로 서늘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반해 어른들은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속싸개로 싸매고 바닥은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보다는 그들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속싸개로 꽁꽁 싸매고 재우고 난 다음날 아침의 복덩이는 얼굴이 더욱 벌겋게 올라오고 온몸에는 두드러기같은 것이 오돌토돌 올라왔다. 이후부터는 모든 선한 참견들을 뒤로한 채 온도는 22도, 습도는 40~50프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두꺼운 속싸개대신에 모로반사를 방지하는 비교적 얇은 스와들업을 입혔다. 또 아이의 피부를 위해 모유수유를 지속하고 모유비누를 만들어 촉촉하게 샤워를 시키고 틈날 때마다 보습을 지속했다. 아이가 잠에 들면 아이의 침이 은 입가를 닦고 다시 얼굴과 몸전체를 보습해야 맘 편히 쉴 수 있었다.


아이가 200일이 넘는 동안 아이의 피부는 좋았다 나빴다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아이의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의 피부 컨디션에 따라 내 감정이 괜찮았다 힘들었다 반복하기 시작했다. 오랜 노력 끝에 점차 피부가 안정을 찾는가 싶더니 이유식을 시작하는 6개월, 음식 알레르기가 겹쳐 복덩이의 피부가 다시 신생아 마냥 울긋불긋 빨갛게 올라왔다. 애써 괜찮은 척 해봤지만 복덩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서 복덩이가 엄마를 보고 배시시 웃어도 나는 어느 순간 나의 걱정에 사로잡혀 걱정 어린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느 날은 이유식을 먹고 얼굴과 목부분과 전신에 올록볼록 피부가 올라왔다. 놀란마음을 붙잡고 아기띠로 복덩이를 안아 오르막길을 단숨에 내달려 소아과에 진료를 보러 갔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여 나는 그간의 걱정을 토로했다. 

"아기피부가 평생 이런 건 아니겠죠? 제발 아토피로만 이어지지 않으면 좋겠어요."

의사 선생님은 답했다. "열에 일곱은 돌 전에 이런 태열이나 알레르기들이 좋아지지만 소수의 아이들은 이런 피부가 아토피로 갈 수도 있어요. 일단 당장은 증상조절하는 수밖에는 없죠."

다 괜찮을 거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었는지 그 대답을 듣고  소아과에서 나와 약국에 들러 약을 받아 나오는 내내 어깨에 맨 아기띠처럼 내 마음도 묵직하게 무거웠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온 복덩이가 잠에 든 시간, 남편에게 복덩이의 피부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그간 뭉쳐있던 걱정이 울음이 되어 터져 버렸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나 봐.. 나는 할 수 있는 거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또 피부에 상처가 나고 빨갛게 올라온 걸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서 복덩이 얼굴을 못 쳐다보겠어. 내가 대신 다 아프고 싶어. 마음이 힘드니까 육아도 점점 지치는 것 같아." 하고 이야기하니 남편이 대답했다.

"나도 매일 기도하고 있어. 우리 복덩이 얼굴 흉 안 지고 깨끗하게 해달라고 말이야. 복덩이 피부에 여보의 감정을 이입하면 육아가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 사실 여보가 나보다 육아의 시간이 많으니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건 무책임한 말일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고 그 결과는 옆에서 부모답게 든든히 지켜봐 주자."


남편과 대화하며 실컷 울고 난 뒤 마음의 진정이 찾아오며 지나온 육아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복덩이의 피부로 고군분투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올 때마다 마음이 어려웠고 매번 온습도 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아이에게 새로운 음식을 먹일 때마다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있었다. 그러니 육아하느라 체력도 힘이 드는데 감정적으로도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임신기간 기도했던 것들이 생각났다. 하나님이 주신 아이를 내 소유라 생각하지 않고 부모로서 주어진 청지기의 역할을 잘 감당해 내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를 나와 동일시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혹시 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새로운 걱정들이 생길 것이다. 어쩌면 태열보다 알레르기보다 더 큰 고민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때 아이를 위해 부모로서 길잡이의 역할을 해주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옆에서 아이를 묵묵히 지켜봐 줄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에게 있어 엄마가 되어가는 일이란 '매일 나의 마음을 비워내는 연습'인 것 같다.

우리 집 복덩이

"사랑해, 우리집 복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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