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복덩맘 Aug 16. 2023

의외의 해답

아토피 아가의 인제여행기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순간에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복덩이는 신생아시절부터 현재 8개월의 시점까지 피부질환을 달고 살고 있다. 소아과의사들은 태열이라 고도하고 아토피라고도 하며 습진이라고도 했다. 최종적으로 찾아간 한 대학병원의 소아과 의사는 습진을 동반한 아토피라고 진단을 내렸다. 아가는 밤마다 몸이 가려워 허벅지와 몸을 긁어 다리와 몸에 손톱자국 흉터들이 늘 있다. 매일 복덩이의 손톱을 점검하고 보습에 신경 쓰고 먹는 것에 신경 쓰려 노력하지만 나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는지 좀처럼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여름휴가를 계획했다. 어딜 가볼까 고민하다 아직 돌이 안된 아가를 데리고 멀리 가기는 무리가 될듯하여 아빠가 귀농하신 강원도 인제를 가보기로 했다. 귀농하신 부모님이 계시는 강원도 인제에 가서 육아에 부담도 덜고 할아버지 할머니께 귀여운 손주도 보여드릴 참이었다. 캐리어에 짐을 가득 싸안고 남편과 나 복덩이 우리 세 식구는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답답한 아파트의 도심 속에서 지내다가 높은 산에 둘러싸인 강원도 인제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가슴이 뻥 하고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었다. 도착한 날의 저녁,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산책을 했다. 집에서 쓰던 목욕통도 범퍼침대도 없어 김치를 담그는듯한 대형바구니에서 복덩이를 씻기고 임시방편으로 이불을 둘둘 말아 벽에 일자로 배치하여 어설픈 범퍼침대를 만들었다. 불편하긴 하지만 틀에 박힌 육아에서 벗어난 기분이 나름 신선하다. 우리는 밤낮으로 마당에 나가 돗자리를 깔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바로 마셔도 된다는 지하수로 샤워를 했다. 이유식은 밭에서 막 캐논 감자와 단호박 그리고 잡곡밥으로 대신했다.

도대체 무엇이 통한 걸까. 집에 갈 무렵이 되니 복덩이의 피부가 눈에 띄게 보드라워졌다. 항상 빨갛게 올라오고 거칠했던 아가의 팔과 다리 그리고 얼굴을 만져보니 매끈하다. 그동안 아이의 피부는 태생적으로 고질적인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눈앞에서 그것도 며칠사이에 아이의 피부는 자연 치유되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마지막날의 저녁, 남편과 나는 아이의 피부에 대해 토론했다. 인제의 물일까? 인제의 공기일까? 인제의 먹거리일까?


그날밤, 아토피를 가진 아가를 치료하기 위해 귀농한다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우리가 다시 복덩이와 강원도 인제로 돌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강원도 인제 고마워요. 우리 금방 또 보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