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지만 그 하루가 쌓여 지나가니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던 출산 후 1년이었다. 어느덧 다시 직장으로 복직할 시간이 되었다. 사실 복직하면 육아할 때보다 몸이 편해지고 아이 우는소리를 듣지 않고 화장실도 편하게 갈 수 있고 점심을 천천히 먹고 커피도 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만 내 품을 떠나면 울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은 편치가 않다.
'육아휴직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육아근무시간단축제도가 우리 직장에도 활성화되면 좋은 텐데..'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지만 현실은 지금 출근하지 않으면 퇴사밖에 답이 없고 출퇴근시간은 풀타임이다. 한국에서는 아직은 조부모님 도움 없이는 복직이라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먼 곳에 살고 계시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께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남편과 나를 대신하여 우리 집으로 출퇴근하시며 육아를 맡아주시기로 했다. 이렇게 보면 사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출근첫날,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에게 엄마가 출근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고(물론 알아듣지는 못한다.) 손을 흔들었다. 상황을 잘 모르는 아이는 엄마를 따라서 손을 흔들어준다. 하지만 현관문이 닫히고 엄마가 보이지 않자 대성통곡을 하는 소리가 문밖너머로 들린다. 출근 둘째 날부터는 출근시간 전부터 나무에 매달리는 원숭이처럼 내게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둘째 날은 문밖에 나서기 전부터 대성통곡이 시작된다. 이럴 때면 그냥 출근 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로또는 사본적도 없으면서 남편에게 '로또 되면 나 일 그만둘 거야'라는 실없는 소리를 하며 발걸음이 무거운 출근길에 오른다.
적응하는 엄마와 아이의 마음은 힘들지만 그 힘든 마음들을 나누고 육아를 대신해 주시는 조부모님, 그리고 엄마를 대신한 냉장고의 한편을 차지한 푸드케어 이유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든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