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을 하더니 이번에는 학부모 상담을 한데요. 학기 초인데 상담할 것이 있는지 만약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듣게 될지 설렌 만큼 걱정됐어요. 학기말에 하던 유치원 상담은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었는데 한 달도 안 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와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학부모 상담 신청서를 아이 편으로 전달받고 가능한 요일의 마지막 시간에 대면 상담을 신청했어요. 아이의 첫 담임 선생님을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고 혹시라도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기에 뒤에 다른 학부모가 없는 마지막 시간을 선택했어요. 그런데 한 달도 안 된 학교생활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올지 엄청 궁금했어요. 결론은 1학년 1학기 상담은 아이에 대해서 듣기보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한 시간이었어요.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노트에 아이의 기질과 성향, 장점과 단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평소에 자주 하는 말과 행동, 아이가 노력하는 모습과 잘 고쳐지지 않는 모습, 학습태도와 습관, 아이에 대해 꼭 알려야 하는 이야기나 사례, 부탁드리고 싶은 이야기 등을 떠올려 적으면서 아이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는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이런 것도 이야기해야 하나 싶은 것들도 있었고 꼭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도 있어서 우선순위를 표시했어요. 노트를 신랑과 공유하며 추가할 부분을 더 적었고,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 작은 수첩에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뱃속에서부터 거의 7~8년을 기른 아이인데 어찌 말할 게 없겠어요. 오히려 30분의 시간 안에 꼭 말해야 할 것들을 추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정리가 끝나자 그 내용을 기반으로 처음 인사부터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연습해 봤어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참 애쓴다 싶죠? 원래 이렇게 준비성 있는 사람이 아닌데 아이 상담을 이렇게 준비하는 내 모습이 생소하긴 했어요. 그런데 30분의 시간을 잘 쓰고 싶었고, 나와서 더 이야기할 것들이 생각나 후회하고 싶지도, 다시 상담을 잡고 싶지도 않았어요.
떨리는 마음으로 상담 시간보다 2~3분 전에 교실 앞에 도착했고 선생님과 교실에 들어서자 우선 아이의 책상과 사물함, 만든 작품과 교과서를 보여주셔서 학교에서의 아이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이때 아이에게 응원 쪽지를 적어가서 필통 안에 넣고 오셨다는 지인도 있었어요. 한 달도 안 됐지만 아이의 흔적은 정말 소중했고 오길 잘했다 싶었어요.
선생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에 수첩을 꺼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다 하고 오지는 못했지만 상담을 하면서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와 중요한 내용들을 주고받았어요. 선생님은 놀라울 정도로 아이에 대해 파악을 잘하셨고 이야기를 원활히 이끌어 주셔서 괜히 선생님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지극히 내 경험에 의한 개인적인 생각이고 아이의 담임 선생님과의 일이기 때문에 다른 경우도 있을 수는 있어요. 지금도 2학년 아이 상담을 앞두고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 일지 많이 궁금해요. 그런데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상대보다는 내가 아이의 부모로서 어떤 모습이고 해 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가 더 큰 의미로 다가와요.
상담을 통해 아이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모습들도 있었고, 우려했던 부분들을 이야기하니 돌아오는 피드백에 어느 정도 마음도 놓였어요. 추가로 담임 선생님은 가정에서 아이를 이끌어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짚어주셨어요. 이 부분은 지난 1년간 아이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방향성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아마 선생님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실까요? 선생님이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아이의 모습에 부모가 이야기한 것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1년간 아이를 이끌어주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상담을 마치고 일어서서 저도 모르게 나온 인사가 있었어요.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아니었고 가식도 아니었어요. 선생님과 함께 보낸 30분 그 이상의 준비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나온 인사였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귀한 시간인 만큼 아이를 위해 준비한 나와 신랑의 귀한 시간이었어요. 이 인사는 선생님과 우리 부부를 위한 인사였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학부모 상담을 다녀온 부모님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걱정할까요? 기대할까요?
아이들은 부모님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는 거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어요. 아직 이런 일이 처음인 초등학교 1학년이잖아요.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주는 건 부모의 몫이에요. '오늘 담임 선생님 만나고 왔는데 우리 연두빛깔아이 칭찬 많이 하시더라. 수업시간에 궁금한 거 질문하는 모습이 예쁘데. 친구들과 차례차례 순서 지키기가 처음에는 잘 안되더니 점점 잘한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데. 선생님 엄청 좋으시더라.' 등등 아이에게 의미를 부여해 주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감시나 통제를 위함이 아니라 즐겁고 좋은 일이라고 인식시켜 주세요. 좀 더 크면 아니라는 걸 알겠지만 지금은 마냥 행복한 초등학교 1학년이잖아요.
마지막 팁 하나, 학부모 상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할 이야기가 없으면 가서 인사만 하고 와도 돼요. 저처럼 처음부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쉬운 사람도 있지만 듣는 게 편하고 말을 아끼는 사람도 있어요. 그냥 본인 스타일로 편하게 다녀오세요. 부모님이 챙겨야 할 건 오픈마인드입니다.
오늘의 연두빛깔아이와의 인터뷰
엄마 : 곧 엄마랑 담임 선생님이랑 상담하는 날이네. 혹시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아이 : 엄마가 학교에 오는 거지?
엄마 : 응. 그런데 너랑 만날 수는 없어. 선생님 만나는 시간이거든.
아이 : 나도 알지.
엄마 : 혹시 선생님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아이 : 1학년때보다 급식 더 잘 먹고 있다고 이야기해 줘. 책 잘 읽는다고도 이야기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