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 저라면 가요

안 가도 아무 일도 안 생겨요

by 사리

"언니 학부모 총회날 뭐 입을 거야?"

"미연아, 학부모 총회 어땠어?"

"학부모 총회는 그냥 가서 보면 되는 거야?"

"학부모 총회에서 선생님한테 무슨 이야기해야 해?"

"학부모 총회 가야 해?"

3월 입학이 끝나고 얼마 후, 카톡방과 맘카페에서 핫한 이슈는 학부모 총회와 공개 수업이었어요. 저 역시 처음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 총회가 많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지인들에게 물어보고 여기저기 검색하고 찾아본 기억이 나요. 이렇게 알아보던 학부모 총회는 꼭 가야 할까요?




학부모 총회 가도 되고 안 가도 돼요. 근데 저라면 가겠어요. 올해도 미리 시간을 빼놓았고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가려고 해요. 학부모 총회에서 뭘 하길래 꼭 가고 싶은지 궁금하시죠. 바로 그거예요. 궁금해서 가는 거예요. 하이클래스와 아이를 통해서 들은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많이 궁금해요. 우리 아이를 1년 동안 지도해 주실 분인데 궁금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서 가려고요.


학부모 총회는 교장선생님 말씀을 시작으로 연간 주요 일정과 운영 계획 등 학교 소개를 대략적으로 했어요. 그 후에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 임원을 선출했는데 초1 맘과는 다소 거리가 먼 초5, 6학년 학부모들로 구성되어서 별로 이견은 없었어요. 사실 아는 게 없어서 의견이 없었다는 게 정확하겠네요. 그 후의 시간은 담임 선생님과의 시간이에요. 처음부터 학급에서 진행돼서 따로 장소를 옮기지 않고 담임 선생님과 인사를 했어요. 그때 선생님은 본인 소개와 교육방침, 학급 운영계획,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눠주셨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장 예쁠 때입니다. 눈 많이 맞추고 주말마다 놀러 다니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주세요. 이 동네의 중학생 자살률이 많이 높습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사랑과 관심이에요. 많이 안아주고 웃어주고 사랑해 주세요." 이미 하이클래스 알림장과 하이톡을 통해서 느낀 대로 확실하고 믿음이 가는 분이셨어요. 학부모 총회에서는 아이에 대해 개인적인 이야기 할 시간이 따로 없어요. 끝나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이날보다는 학기 초에 진행하는 상담시간을 통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대신 아이의 자리, 사물함, 작품을 한 번 더 보면 어떨까 싶어요.


자 여기서 학부모총회를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해도 이견이 없을 반 대표 엄마, 녹색어머니 대표 엄마, 급식 모니터링 엄마 등 엄마들이 맡아줘야 할 장들을 뽑는 시간이 있죠. 아이의 학교는 녹색어머니가 없기에 이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반대표 엄마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가 숙여지더라고요. 다행히 자원해 주시는 분이 계셨고 그 덕분에 급식 모니터링 엄마도 바로 손들어 주셨어요. 올해 학부모 총회에서도 이런 아름다운 일이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만약에 제가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을 거 같아요. 아직 저학년이고 아이에게 엄마가 반 대표라는 게 어느 정도 자부심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작년 학부모 총회를 앞두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엄마들의 옷차림과 백이 이슈였죠. 처음 이런 기사들을 접하고 뭐 저런 걸 쓰나 싶었지만 보고 나니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주위의 패셔니스타 초1 맘에게 팁을 구해보니, 이부진 패션을 많이 따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검색했는데 잘 입어도 따라한 거고 못 입어도 따라한 거라 결국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고 갔어요. 원래 화려한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마음껏 화려하게 입고 갔고 의외로 트위드 쟈켓에 진청보다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입고 왔더라고요. 물론 세상 모든 브랜드의 백을 보았고 나 역시 꽤 좋은 백을 메고 갔지만 올해는 핸드폰 달랑 들고 갈 거예요. 옷 역시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로 깔끔하게 하고 가려고요. 참! 작년에 하이힐을 신고 갔더니 교실에서 걸어 다닐 때 또각또각 소리가 신경 쓰여서 올해는 하이힐은 지양하렵니다.

그리고 사실 아무도 그날 내가 뭘 입었는지, 무슨 백을 들었는지 관심 갖지 않아요. 그러니 올해도 쏟아져 나올 저런 기사들 신경 쓰지 마세요!


조선일보,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굳이...


아이의 학교는 학부모 총회날 공개수업을 진행했어요. 담임선생님이 궁금한 만큼 아이의 학교 생활 모습도 궁금했기에 당연히 참석했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미안하게도 좀 늦게 도착했어요.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미어캣이 되어 두리번거리는 아이와 마주쳤고 엄마를 보고 엄청 환하게 웃으며 안도하는 아이를 봤어요. 많이 미안했어요. 아이는 생각보다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고 즐겁게 따라 했어요. 물론 여전히 소란스럽고 목소리는 컸지만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네요. '아! 초등학교 1학년은 다 그렇구나. 초1 선생님들 진짜 힘들겠다. 고맙습니다'를 느낀 수업이었답니다. 올해 공개수업은 신랑에게 휴가를 권해서 같이 참석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예쁜 모습 저만 볼 수는 없잖아요.




공개수업과 학부모총회를 궁금증 해소만을 위해 가야 하는 건가요?

아니에요. 집에 와서 아이와 이야기할 거리들이 많아져요. "연두빛깔아이야 수업시간에 엄청 집중하더라!", "선생님이 책 많이 보라고 하시던데 네 생각은 어때?", "너네 반 친구들 다 귀엽더라" 등등 그날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표현하는 엄마의 관심은 아이의 힘이 될 거예요. 그리고 아이의 입을 열게 만드는 하나의 열쇠가 될 거예요.


마지막 팁 하나, 학부모총회 끝나고 엄마들끼리 연락처 교환을 많이 해요. 편하게 교환하세요. 그 후의 엄마들 모임을 나가냐, 안 나가냐는 나중의 문제예요. 1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친해지는 사람이 생기고 가까워지기 힘든 사람이 생길 거예요. 굳이 애쓰지도 밀어내지도 마세요.



오늘의 연두빛깔아이와의 인터뷰


엄마 : 엄마가 공개수업 늦었던 거 기억나?

아이 : 응.

엄마 : 늦어서 미안해. 그때 기분이 어땠어?

아이 : 많이 기다렸어. 그런데 온다고 했으니까 올 거라고 생각했어.

엄마 : 그랬구나. 믿어줘서 고마워.

아이 : 엄마가 온다고 했잖아.

엄마 : 공개수업할 때 기분이 어땠어?

아이 : 엄마가 온다고 하니까 많이 기대했어. 좋았어.

엄마 : 초등학교 1학년 동생들한테 공개수업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

아이 : 공개수업은 평소에 하던 대로 하면 돼.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돼. 또, 음, 뒤에 엄마는 신경 쓰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하는 거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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