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예뻐하는 아이는 따로 있대요

자기 주도학생으로 기르고 싶어요

by 사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제일 먼저 느낀 유치원과 다른 점은 등교와 하교였어요. 집 앞에서 등원버스를 태워 보내고, 등원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받는 방문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국공립 초등학교는 교문 앞에서 헤어지고 만나는 셀프서비스예요. 등하교만 스스로 하는 게 아닌 학교생활도 스스로 해야 하는 자기 주도학생, 자기 주도학부모가 되어야 한답니다. 이제 막 입학한 아이가 학교에서 자기 주도학생이 되려면 부모는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까요?




가장 많이 듣는 말이 한글과 숫자라 많이들 아실 테고, 생활적인 부분에서 가장 놀랐던 거는 화장실이었어요. 화장실 사용법 알려주기의 중요성만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선생님께 의사 표현하는 부분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쉬는 시간에만 화장실을 가는 분위기여서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화장실을 가고 싶을 때 가는 기본권은 당연한 건데 말이죠. 요즘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수업시간에 가기 위해서는 아이의 의사표현이 중요한 거 같아요.

수업 중 화장실 사용에 대해서는 선생님이 따로 이야기해 주실 테지만 아이에게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참지 말고 선생님께 꼭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기다리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으니 볼일 보고 바로 돌아오라고 말해주었어요. 아직 1학년이라 화장실에서 장난을 치거나 쉬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 부분을 환기시킨 게 아니라 겁이 많은 아이라 혼자서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게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 마. 선생님과 친구들이 교실에서 기다리고 있어.'라는 부분을 강조했어요. 그리고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실수를 해서 옷을 못 입게 되었을 경우 꼭 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 했어요. 의외로 긴장하는 아이들이 많고, 참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를 들었는지라 이 부분은 꼭 안심시켜주고 싶었어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엄마한테 연락해 달라고 하면 엄마가 도와줄 수 있어.' 실제로 학교에서 연락 오면 바로 옷을 챙겨갈 수 있게 쇼핑백에 준비해 두었고요. 다행히 1년간 이 부분으로 연락온 거는 없었지만, 실수를 한 적은 있었어요. 그래도 스스로 처리할 수 있으니 연락을 안 했겠다 싶어 불편했을 마음만 읽어주었답니다.


그 외에도 젓가락질 알려주기, 급식 잘 먹기, 선생님 말씀하실 때 잘 듣고 궁금한 거 질문하기, 차례 잘 지키기 등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은 이야기해 주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 쓴 부분은 인사였어요. 처음 만나는 이십여 명의 학생들 중에 누구에게 눈길이 갈까요? 무엇보다 인사 잘하는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 인사를 잘하는 아이들이라면 별 걱정은 없지만 우리 아이는 장난인사와 대충인사를 비자발적으로 하는 아이였어요. 어릴 적부터 계속 '인사 잘해라, 인사해야지, 인사!' 하고 말해도 예쁘고 바른 인사는 안되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엄마가 누군가한테 허리 숙여 인사할 일이 없으니 아이 역시 본 대로 자란 거겠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3가지를 노력했어요.

1. 인사하는 모습 동영상 찍어서 보여주기. 친구와 만나서 등교를 하다 학교 앞 보안관 선생님을 만나자 친구가 멈춰 서서 예쁜 손을 하고 정석으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진심으로 놀라움을 담아 "ㄱㄱ야, 어쩜 그렇게 인사를 예쁘게 하니! 너무 멋지다."라는 말이 나왔어요. 이 말에 아이가 '나도 인사 잘하는데'라며 서운함을 표현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자기가 어떻게 인사하는지 모르는구나. 매번 하기만 했지 내가 어떻게 하는지를 볼 수가 없어서 몰랐겠다. 모를 수 있어요. 그럼 알려주면 돼요. 그래서 인사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줬어요.

2. 허리 숙여 바른 자세가 잘 안 된다면 또박또박 인사습관 기르자. 이 부분은 제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했고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아이가 먼저 큰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요요요" 인사를 한답니다. 여전히 장난기 넘치지만 형아가 되면 사라지겠죠. 이 또한 아쉽네요.

3. 인사 칭찬 마구하기. "연두빛깔아이야, 오늘 교실 들어가면서 허리 숙여 예쁜 목소리로 바르게 인사해 볼래?" 일부로 등굣길에 아이에게 했던 말이에요. 하교하고 만나자마자 "오늘 아침 선생님 행복바이러스가 엄청 느껴지던데! 연두빛깔아이가 인사를 엄청 잘했나 봐! 그래서 엄마도 덩달아 행복해졌어."라고 해주니 딱히 호응을 하며 맞장구를 치지는 않았지만 다음날도 선생님의 행복 바이러스 느꼈냐고 묻더라고요. 처음 이야기한 날 아이가 인사를 제대로 안 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앞으로 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니 엄마는 이렇게 거짓말쟁이가 되어봅니다. 그리고 피아노학원에서 선생님이 인사를 잘한다고 특별 선물도 주셔서 아이가 많이 노력하는구나 싶었어요.

아이가 "나 인사 안 했는데?"라고 말할 수 있어요. 당황하지 말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래? 등굣길 말고 다른 때 인사했나 봐. 하교하면서 인사 잘한 거 아냐? 너도 모르게 이제 인사를 잘하나 보다! 좀 더 노력하면 너도 기억날 거야. 엄마가 텔레파시로 보니까 하던데?" 등등. 그러면 아이는 '그런가?' 하며 믿을 거예요.


제가 아이의 자기 주도 생활습관을 길러주고 싶어서 시킨 일이 하나 있어요. 스스로 실내화 빨기. 매주 혹은 격주로 실내화를 가져와서 빨아오라고 하더라고요. 작은 청소솔을 하나 준비해서 실내화를 직접 빨게 하니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아이도 스스로 했다는 거에 뿌듯함도 느끼고 자랑스러워했어요. 주말에 바빠서 못 빨면 그냥 보냈고, 아이가 빨았는데 더러운 부분은 제가 마저 닦아줬어요. 이렇게 작은 일을 스스로 하는 게 아이에게는 큰 힘을 기르는 원동력이 될 거라 믿어요.





여기까지가 자기 주도학생을 만들기 위함이었다면 이번에는 자기 주도학부모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학교는 모든 전달 사항이 특정 앱을 통해서 진행돼요. 우리 아이는 e알리미와 하이클래스를 통해서 학교 소식과 선생님의 알림장이 왔어요. 아이 학급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도 꼼꼼히 읽어 보았어요.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록 같은 경우는 누가 말해주지 않지만 중요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있어요. 학교 행사나 방과 후 수업, 급식, 예산에 관한 일들을 알 수 있는데 의외로 도움이 돼요. 전달되는 급식 정보도 확인해서 아이와 급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소통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담임선생님의 알림장은 꼭 챙기세요. 하이클래스는 담임선생님이 꼭 전달할 내용들을 적어 보내주시는데 의외로 알람을 놓치기 쉬워서 저는 5시 전에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어요. 알림장에 있는 내용은 아이와 학교 이야기할 때 도움도 된답니다.


아이의 가방 안에는 아이가 말하지 않았지만 확인하고 제출해야 하는 여러 서류들이 들어 있어요. 매일 하교시키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가방 살피기예요. 아직은 가방 챙기기가 물통 꺼내고 연필 깎기 정도지만 우리 아이는 시켜야 하는 아이여서 미리 가방을 훑어봤어요. 그리고 물통을 가져오라고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학교 전달 사항을 생각해서 이야기하게 했어요.


요 며칠 아이 가방에서 상담 기초자료를 봤을 거예요. 기초자료는 선생님한테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예요'하고 부모가 먼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혼자 작성하지 말고 공동양육자인 남편이나 케어해 주시는 조부모님, 돌봄 이모님과 이야기 나눠보고 작성하는 거 추천해요.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데 아이에 대해서 꼭 알려줄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저는 신랑과 상의했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선생님께 아이에 대해 말씀드릴 이야기가 더 많아지더라고요. 제가 걱정했던 부분 중에 과했던 부분도 알게 되었고요. 뭐 남자애들은 다 그런다 이런 느낌?

참고로 저는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연두빛깔아이의 엄마입니다."로 시작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색과 좋아하는 일, 과목도 적었고 성향도 적었어요. 영구치가 빨리 나오는 아이라 양치 지도에 대해서도 부탁드렸던 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를 바른 사람이 되게 지도 부탁드리며 잘못하는 경우에 아이에게 알려주시고 가정에 공유해 주시면 신랑과 같이 귀 기울이면서 함께 지도하겠다고 적었어요. 적다 보니 많아졌지만 그래도 꼼꼼히 적었고 얼마 후 대면 상담할 때 선생님이 적어주신 부분을 더 유심히 보시고 아이를 지도해 주신 게 느껴졌어요.

자기주도학습 많이 들어보셨죠? 이게 가능할까요?

저는 초등학생에게는 쉽지 않다고 봐요. 부모의 끌고 미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기주도학습이 공부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주 작은 생활부터 아이가 스스로 하는 경험이 결국 자기 주도로 가는 길이고 이건 쉬운 일은 아니라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답니다. 저도 지금도 노력 중이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성장해 나가고 있어요.


마지막 팁 하나, 아이들이 하교할 때 가방은 들어주세요. '이제 초등학생이니 스스로 들어야지' 이런 마음 잠시만 접고 아이가 친구들과 맘껏 뛰어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가벼운 가방이 짧은 시간이지만 학교에서 애쓴 아이들의 무게랍니다. 지금 아니면 못 들어줘요.



오늘의 연두빛깔아이와의 인터뷰


엄마 : 학교 가서 제일 먼저 뭐 해?

아이 : 실내화 갈아 신지.

엄마 : 그러고 나서는?

아이 : 선생님한테 인사해.

엄마 : 다 같이 해?

아이 : 아니 교실 들어가면서 해.

엄마 : 아!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해?

아이 : 바르게 해야 해.

엄마 : 초등학교 1학년 동생들한테 바르게 인사하는 거 설명해 줄 수 있어?

아이 : 멈춰 서서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허리를 숙입니다. 그런데 청개구리 학교에서는 만났을 때 '안녕히 계세요'라고 한다~ ㅋㅋㅋ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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