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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Feb 23. 2022

엄마, 아파트를 주지 않아도 난 이미 너무 고마워!

#창업일상 #일상기록

3월부터 팝업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3개월간 운영하게 되었다. 좋은 기회가 가끔 주어지지만 짐을 나르고, 밤늦도록 디피를 하고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체력적인 소모도 커서 사실상 굉장히 즐기는 일은 아니다. 오늘도 난 부모님을 불렀다. 중노동을 시키기 위해... 심지어 사무실이 계단만 잔뜩 있는 지하에 있어 혼자 나를 수 없다는 이유로 늘 부모님에게 SOS를 쳤다. 제품이 가득 담긴 박스들을 나르고, 디피용품이 가득 담긴 가방들을 나르고, 오르고, 나르고, 잠깐 멈췄다가, 오르고, 나르고, 담고.


온갖 짐이 나온 사무실 ㅜ.ㅜ 매장 준비를 하면 사무실이 엉망이 된다.


나의 일을 늘 도와주시는 울엄마, 아빠


안그래도 관절염으로 손이 아픈 엄마는 뻘게진 손을 만지작 거리셨다. 괜히 마음이 시큰해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다. 지금 당장은 다리 붙여 앉아 속이라도 든든하게 해 드리는 게 최선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 아빠 부르면서 힘든 일을 계속할 거냐는 핀잔도 주셨다. 차라리 그런 핀잔을 들으니 속이 편했다. 그러게 말이야, 잘 되려고 계속 시도해보는 거지~ 라며 살짝은 민망해 허허 웃으며 답했다. 식당에 가는 길에 엄마는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인이 집을 내놓은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제일 아쉬운 게 그 아파트를 엄마가 샀었어야 했는데. 집값이 이렇게 오를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면 너랑 동생들이랑 전세라도 얻으라고 돈을 좀 줄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니깐. 너 이름으로 아파트라도 하나 살 수 있게 했어야 했어."

엄마는 나에게 뭔가를 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며, 그러면 네가 이렇게 힘든 일을 좀 안 할까 싶다는 뉘앙스도 풍기면서, 계속 아파트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데 엄마! 난 이미 너무 고마워. 엄마한테 받은 것이 너무 많아.

오늘의 도움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세상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것에, 나의 재능으로 하나하나 인생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에, 재미있는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것에, 나의 결정에 신뢰와 믿음을 주시는 것에, 나의 미숙함에 질타보다 안쓰러워해 주시는 것에, 누구보다 딸이 예뻐 보이길 원하는 그 마음에,

아파트를 주지 않아도 이미 너무 감사해!

아파트의 공간보다 무한한, 따뜻한 공간 속에 존재하는 나를 느끼기에,

너무너무 고마워!



늘 엄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아직은 쑥스러움에 이런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ㅜ.ㅜ

이 글을 당장 엄마에게 보여줄 수 없지만, 작은 행동으로라도 나의 고마움을 전달해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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