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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ia Aug 24. 2024

죽음이 바로 옆에 다가오다

이 생은 망한 것 같아서 다음 인생으로 순간이동해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나의 생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이런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은 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도 병을 진단받고 난 후로, 단어마저 무겁게 다가오는,항상 사망률 1위라는 말이 앞에 붙는, 말만 들어도 무서운 이 병의 진단을 받았을 때 비로소 죽음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 후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인생의 마지막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인 것 같다.

가끔 티비에서 자살한 사람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예전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자체가 무섭고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의 목숨을 자신이 끊는다는 것. 소위 말해서 얼마나 독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 자체가 무서운 일인 것 같다. 병 진단 전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죽음이란 말 자체를 입에 담으면 왠지 큰일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진단 후부터는 죽음이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말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지금 이 순간, 현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드니까 나는 그 동안 관심이 없었던 쇼핑도 하기 시작했다. 치료하면서 몸이 맘대로 되지 않으니 마음에 들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생전 쇼핑 같은 것도 안하던 내가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이제는 참지 않고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왠지 나는 그동안 고민도 많고, 무언가 결정할 때도 너무 신중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걱정도 많은 성격이라 이렇게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참는 건 절대 안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고 싶어도 참고, 내 몸이 망가지는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너무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조금만 더 힘내자고 내 자신을 닥달했던 것 같다. 특히 이것은 내가 한창 재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조금만 참고 하면 언젠가는 재취업도 하고 예전처럼 일하면서 내 일상을 되찾을 것만 같았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입맛도 없어서 식사도 계속 거르는 날이 많아지는 사이, 내 몸이 병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조금만 더 참고’ 하면 재취업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재취업은 성공할 듯 말듯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사이 내 스트레스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무지함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나는 이 병의 제일 무서운 점은 자꾸 자책을 하게 되서 자신을 계속 괴롭게 만든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에 나왔던 배우가 백혈병에 걸리고 인터뷰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고 일어나면 눈 뜨는 것이 싫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나도 병을 진단받은 후 그 말에 너무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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