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평생 혼자 살 수 있나요?
병 진단 받기 전에는 결혼을 특정 나이에 꼭 해야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사랑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인연이 맞는 사람이면 결혼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덨던 것 같다. 너무 이런 주제에 관심이 없어서였을까 병 진단을 받은 후 나는 자발적이 아니라 비자발적인 비혼주의자가 된 듯한 느낌이다.
요즘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어른들이 “다 때가 있다”라고 말씀하셨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때“를 놓치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왠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 ”때“라는 걸 놓치지 않아야 인생 사는 데 좀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등등…그런 ”시기“말이다. 하지만 나는 결혼은 언젠가는 내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처럼 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 결혼을 안하고 혼자 살 거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병 진단을 받고 갑자기 내 인생 시나리오에서 예상치 못한 인생이 주어진 느낌이다. 마치 복잡한 과제를 주고 풀어보라는 느낌이다.
혼자 산다? 내가 만약 강한 성격의 사람이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처럼 강인한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려고 동네에 잠깐 나갔다가 커피숍에서 얘기하면서 웃고 있는 한 무리의 회사원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예전에 회사 다녔던 내 모습이 겹쳐서 떠오른다. 병 진단 받고 한동안 치료받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저렇게 평범한 일상을 지냈던 내 예전 모습이 자꾸 떠올라 점점 외출도 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던 인스타도 안 들어간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SNS에 들어가면 한껏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올린 SNS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포함해 지인들의 사진들도 다 뜨는데, 내가 이제는 저들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느껴져서 점점 SNS도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병 치료를 받으면서 모든 것이 싫어진 내가 심적으로 방황하는 동안, 마치 내 마음처럼 정리가 안된 물건들이 점점 내 방에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인생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나리오 속 주인공 같았다. 하지만 웃긴 것은, 졸업하고 몇 년 동안 취업이 안돼서 취업만 되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취업 준비생 시절에도, 병 진단 받은 지금 이 순간도, 답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