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Jia Nov 14. 2024

그날 이미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을지 모른다

그 남자가 두고두고 생각날 거란 걸


나는 어쩌면 준식이라는 그 남자를 내 첫 직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그 남자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남사친이 될 거라는 걸 이미 직감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남자가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많이 좋아한 남자가 될 거라는 것도, 나 자신이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남자와 서로 친해지면서, 나중에 만약 둘 다 결혼을 안 한다면 서로 책임지자는 우스갯소리도 가끔 했었는데, 이제는 그 남자와의 추억 속 기억으로 사라져 갈 뿐이다. 그 남자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로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으니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그 남자는, 이제 가끔 문득 생각나는 추억 속의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불쑥 그 남자가 생각이 날 때면,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무해지는 듯한 느낌도 들고 무언가 묘한 기분이 든다. 그 남자와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했을 때 그 남자가 그날따라 유난히 한 번 얼굴 보자는 듯한 뉘앙스로 말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그때 누구를 만나러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만약 그때 그 남자와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서 얘기를 했다면, 지금 그 남자와 나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그날 알았지

이럴 줄

이렇게 될 줄

두고두고 생각날 거란 걸

바로 알았지



마치 내가 지금 그 준식이라는 남자를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이 이 노래 가사에 담겨 있다. 내가 그 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 직원들과 첫인사할 때 그 남자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쩌면, 나는 이미 직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남자가 내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 내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인 남사친으로 남아 있을 거라는 것을.

이전 10화 어느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