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에 첫 자가를 마련한 이후, 정확히는 시행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에 서명을 한 이후에, 저와 아내는 우리의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현장을 한 달에 한 번꼴로 찾아갔습니다.
그 때 제가 살고 있었던 집과 분양받은 집은 자가용을 타고 갔을 때 30분 정도 거리였어요. 지하 주차장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아파트가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잘 보였습니다.
그 공간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무기체에 불과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누군가가 낳은 ‘아기’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자주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애정을 가득 담은 시선을 그 공간에 두었죠. 어느 때부터는 실제 우리가 내다보게 될 거실 창문까지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저기는 주방이고 이쪽은 작은방 창문이네.”
몇 차례 다녀가는 동안, 저는 이미 이 동네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의 카페에서 여름에는 빙수와 음료를, 겨울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마시며, 그 동네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미리 느껴봤어요. 아파트를 다녀가는 길에 배가 고프면 주변에 위치한 식당에서 밥도 먹었죠.
그렇게 2년 동안 다녀간 공사장은 저희 부부의 시선의 때가 묻어 흙과 먼지에서 철근과 콘크리트로 변하고,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진 정원을 품은 터전으로 변하더군요.
그렇게 눈으로, 마음으로, 돌봐 온 보금자리에 사전 점검을 하러 문을 열고 들어갈 때의 감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자식을 낳아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오랜 기간 기다렸던 ‘그 누군가’를 드디어 보게 됐다는 안도감, 기쁨, 환호와 같은 복잡한 감정들을, 새 아파트의 다소 뻑뻑한 문을 열었을 때 느낄 수 있었습니다.